한국 문학의 미적 모더니티와 이근삼
2021년 1월 10일
함돈균 선생의 <얼굴 없는 노래> (2009)에 실린 글들에서 개인적으로 <우리의 포스트모던적 모던 -미적 모더니티와 시적 아이러니에 관한 에세이>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핵심을 정리하면, 임화와 이상의 시가 지닌 미적 모더니티가 근대의 속류적 모더니티에 대한 자기비판의 성찰적 거리를 지니는 것에 실패하거나,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임화의 경우 맑시즘을 의심없이 받아들이면서 서구 근대의 모더니티가 지닌 이론과 현실의 거리를 성찰하지 못했고, 이상 경우에는 수학과 과학이라는 근대적 언어를 받아들이지만 언어와 현실의 불일치에 대한 기미를 소극적으로 감각하고 있는 것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수영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언어와 역사 그리고 주체에 대한 비판적 거리를 인식하고 성찰적으로 사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비판에서 오는 시인의 머뭇거림 혹은 난처함은 아이러니한 태도의 원천이 된다고 설명한다.
근대 모더니티를 선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얼마나 반성적 거리를 형성하고 사유할 것인지가 미적 모더니티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글에 대해 다양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과 별도로 필자는 이근삼이라는 작가를 떠올렸다. 그 이유는 한국문학사에서 이근삼의 성취가 많이 소외되어 있다는 생각때문이다.
1950년대 후반 미국 유학을 통해 근대 세계의 일상을 직접적으로 체감했으며, 1960년대 누구보다 빨리 근대 주체의 소외된 일상을 다루고, 역사의 부정성을 날카롭게 파악해 근대 사회의 속물성을 냉소하며 비판한 아이러니스트 이근삼의 작품 세계가 한국문학사 서술에서 적극적으로 평가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함돈균 선생이 말하는 김수영의 자리만큼 우뚝한 성취가 이근삼의 희곡 작품임에도 전공자들 사이에서만 소통되는 것이 아쉽다. 1960년대 이근삼의 문학을 적극적으로 다룬다면 우리의 한국문학사는 좀더 풍부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