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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우일 Feb 05. 2021

비평의 윤리

2021년 2월 5일

너무 사람들이 평론가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가에게 눈총받고 독자에게 외면받는 사람들이 바로 평론가이다.

애써 자기 무지를 드러내면서 정성을 다해 오독하는 사람이며 한 해에 평론집이 50부가 팔리는 현실에서 나도 글쟁이라고 위안삼는 사람이 평론가이다.

위대한 작가는 있어도 위대한 평론가는 듣지 못했다. 작가의 뒤에 자처해 서는 사람이 평론가이며 체홉 같은 작가에게 파리들이라고 놀림받아도 모르는 척하고 속도 없이 남의 글을 탐내며 읽는 족속이다.

좋은 평론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평론은 텍스트의 제 모양이 가장 아름답게 드러나도록 읽는 것이다. 물론 그 모양은 나의 착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역설적으로 작품을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방황하는 정신의 지도를 드러내는 것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끝까지 미지의 영역에 가보는 것이 평론가라는 사람의 윤리가 아닐까.

상찬하는 비평은 정직하지 않다. 벤야민의 말처럼 신뢰를 떨어뜨린다. 반대로 지도하는 비평은 오만하기 쉽다. 그것은 이해의 깊이가 아니라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일이다. 평론가는 손쉬운 칭찬과 오만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는 줄광대 노릇을 기꺼이 감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언제나 외줄에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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