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할 수 있는 용기 -《슈퍼밴드2 》를 보고
2021년 8월 21일
대중성이 무엇일까. 예술 작품이 타인과 소통해야 하지만 그것이 꼭 대중의 일상적 취향에 맞아야 그것이 소통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대중이라는 것이 단일한 개념인 것일까? 단순히 다수성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어떤 작품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으면 그것이 과연 좋은 작품인가?
《슈퍼밴드2 》를 보면서 어떤 모순에 대해 생각했다. 모든 참가팀들이 훌륭했지만 대부분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대중적이지 않다. 난해하다. 전문가들만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이다. 또는 경연에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오늘은 일상적인 TV방송에서 볼 수 없는 멋진 연주를 들었다. 천재들이 모여서 만든 수준 높은 연주곡을 황금 시간에 방송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런데 저 연주의 합이 만들어내는 즐거움이 일상적 취향에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딱 여기까지가 방송의 한계임을 자각한다.
익숙한 것들 그리고 농익어서 절절한 감성으로 마음에 호소하는 음악도 좋지만 그것만이 옳거나 정답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새로움은 그 익숙한 것들의 밖에서 창조된다.
저 심사위원들이 말하는 대중은 누구일까? 그리고 대중성은 뭘까? 저들이 말하는 대중성이란 정확히 말해 음원을 구매하는 소비자와 상품으로서의 음악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심사위원들이 말하는 대중은 단일하지 않다. 그 내부에 각각의 독특한 취향들이 모나드처럼 존재하고 그것들이 다양한 형태로 공존하는 어떤 집합이다.
그러므로 저들의 멋진 연주는 결코 대중성이 없거나 난해한 것이 아니라 기획사에서 상품화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것을 확인 받은 것 뿐이다. 고로 그들의 음악은 충분히 대중적이며 훌륭하다.
경연 프로그램에 나가 잠깐이라도 실험적인 사운드로 멋진 연주를 들려준 당신들이 고맙다. 아마 저 자리에 서 있는 모든 뮤지션들은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음악이라고 말이다. 충분히 엔터테이닝한 무대를 꾸밀 수 있음에도 고민하는 그래서 실패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당신들의 음악을 영원히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