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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우일 Aug 21. 2021

피그마리오

2021년 8월 20일

어린 시절 <피그마리오>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이 만화가 당시 방영 중간에 갑자기 끝나서 결말을 모르고 지내다가 최근에야 유튜브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결말은 악당 메두사가 알고 보니 주인공 쿠르트의 어머니이었고 결국 아들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는 이야기이었다.

복수를 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두 돌로 만든 무서운 메두사가 알고 보니 주인공의 어머니라니. 메두사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얼마든지 아들을 속이고 암살할 수 있었으나 그때마다 실패한다. 메두사는 아들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마침내 그녀는 엄마가 된다. 이처럼 만화는 아들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 동화가 맞다.


반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잔혹극이다. 어느 날 그레고리가 벌레로 변하자 그동안 그를 사랑하는 것처럼 가면을 썼던 가족들이 변신한다. 그레고리를 극진하게 돌보던 여동생마자 그를 버릴 때 그레고리는 굶어죽게 된다. 사실 소설 <변신>은 그레고리의 변신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가족들이 변신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즉 이 소설의 부제는  '악마를 보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작품이 보여주고 있듯이 인간으로 죽느냐, 아니면 인간 되기를 포기하느냐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악마도 그 내면에 포기할 수 없는 인간성이 존재한다니. 비록 그것이 환상일지 모르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신념인가. 정말 미치도록 믿고 싶은 신화적 세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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