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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우일 Jun 03. 2016

정의라는 이름 앞에서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2016)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는 자유와 법적 규제라는 두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대한 권력과 힘을 지닌 집단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급기야 영웅들의 대립으로 이어진다. 이목을 끄는 부분은 정의라는 것이 구현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이 일으킨 수많은 전쟁들 그리고 그것의  결과가 모두에게 긍정적이었다고 말할 수 없다. 역사는 그것을 증명한다. 각자의 명분과 정의를 위해 많은 전쟁이 벌어졌고 그로 인한 피해자는 결국 힘없는 백성이니까.

  그럼 더 이상 의도하지 않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제 문제는 명확해진다. 의도하지 않은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게 영웅들의 힘을 통제할 것인가, 아니면 자유로운 개인의 순수한 판단력에 맡겨야 할 것인가? 캡틴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자유’의 이념을 지지하는 쪽과 아이언맨을 중심으로 법적 규제에 찬성하는 팀으로 나뉜다. 그들은 대립하고 타이틀의 부제처럼 내전이 발생한다. 둘의 다툼은 선과 악의 문제라기보다는 모두가 정의를 향한 선의 문제이다. 항상 그렇다. 악이라는 것은 선에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선으로부터 비껴있는 것들에 대한 통칭이니까.

  둘의 다툼은 그럴듯하지만 알고 보면 정작 중요한 질문들이 빠져있다. 하나는 통제의 주체인 국가는 과연 항상적으로 선한가라는 물음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이 보편적 도덕의 합법칙성에 합치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전자는 아이언맨에게 물어야 하고, 후자는 캡틴 아메리카에게 물어야 한다.

  익히 알고 있듯이 국가란 정치적인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결국 UN이 설파하는 정의는 강대국의 이해와 의지를 반영한 결과가 될 것이 유력하다. 과연 이것을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 법적 규제를 받아들인 영웅들은 그들의 명령을 어길 수 없을 것이다. 반면 개인의 순수한 주관이 과연 보편적 도덕의 합법칙성에 합치할 수 있을까? 한 개인이 옳다고 믿는 주관의 순수성이 일종의 무조건적인 맹목이 된다면 공동체를 구성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는 그 결과들을 마주하고 책임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는 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지향점은 분명하다. 그것은 영화의 중심이자 주인공인 캡틴 아메리카의 행동에서 찾아진다. 그에게 선이란 순수한 동기의 무조건성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목적의 도구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바로 자유는 그러한 개인의 선택과 신념에 근거한다. 그렇다면 캡틴 아메리카가 포기하지 못하는 친구 윈터솔져 바키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는 일종의 캡틴 아메리카의 다른 정체성이자 신념에 내재한 모순 그 자체이다.  

  그의 존재는 캡틴 아메리카의 신념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고 맹목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기준이다. 우리는 바키를 향한 캡틴 아메리카의 무조건성을 선이라고 감히 정의할 수 있을까? 결정적으로 아이언맨, 즉 토니 스타크의 부모를 살해한 사람이 윈터솔져 바키라는 점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결함이 나타난다. 그가 지지하는 정의에 대한 이상은 원대하지만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토니 스타크의 고통에 대해서는 묵인한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정의가 개인적 가치 판단에 의한 맹목과 무엇이 다른지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그의 판단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으며 입장을 유보하게 된다.

   그럼에도 소극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은 그가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작정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분신인 비뷰라늄 방패를 버림으로써 그가 주장하는 정의가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 인정한다. 이때 그는 하나의 윤리적 주체가 된다. 이로써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대면하게 된다. 바로 완전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으며 언제나 불완전성의 토대 속에 공동의 선을 사유할 수 있을 뿐이라는 점을 말이다.      


     *이 글은 '고려대학원 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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