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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우일 Jun 17. 2018

너의 욕망을 즐겨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레디 플레이어 원> (2018)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이름만으로도 기대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 그러니까 관객이 기대하는 판타지의 충족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서사를 지녔다. 복잡한 생각을 머리에서 비워내고 이미지의 흐름을 따라간다면 1980년대를 수놓았던 다양한 캐릭터들의 등장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서사적으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오아시스라는 가상공간을 IOI라는 회사로부터 웨이드 와츠라는 소년과 동료들이 구원한다는 이야기이다. 가상현실 오아시스를 개발한 천재 제임스 도노반 할리데이가 숨겨놓은 세 가지 이스터 에그(Easter Egg)를 찾아서 미션을 완료하면 오아시스에 대한 소유권과 막대한 부(富)를 얻는다는 설정에서 시작된 영화는 1980년대 대중문화에 대한 애착이 묻어난다.   

  예컨대 영화 속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공포 영화 <샤이닝> (1980)이 두 번째 이스터 에그가 숨겨진 배경이 되거나 자동차 레이싱 시퀀스에서는 영화 <백 투 더 퓨쳐> (1985)에 등장하는 ‘드로리언’이 등장한다. 그 외에 킹콩, 카네다 바이크, 로보캅, 닌자거북이, 사탄의 인형 처키, 건담까지 대중들에게 사랑받은 대중문화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즉 가상세계 오아시스는 1980년대라는 시간이 응축된 타임캡슐이다.  

  원래 ‘이스터 에그’라는 단어는 부활절에 달걀을 숨기는 풍습에서 유래되었고, 게임에 있어서는 게임 개발자가 유저의 재미를 위해 고의로 숨겨놓은 메시지를 뜻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웨이드와 그의 동료들이 제임스 할리데이가 숨겨놓은 이스터 에그를 찾는 행위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다.

  분명 게임 개발자 제임스 할리데이가 숨겨놓은 메시지를 찾아가는 탐험이지만 과거가 되어버린 1980년대 대중문화를 현재 내부에 부활시킨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과거라고 불리는 우리의 순수 기억을 현재에 재감각하도록 하는 데에 바쳐진다. 누군가는 과거에 대한 향수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망각된 시간과 순수 감각의 회귀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아시스는 수많은 시간의 층들이 응축되어 있으며 모든 사람이 대중문화의 유산을 함께 공유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장소이다. 이 장소를 지배하는 명령이 있는데 “무엇이든 자유롭게 욕망하고 순수하게 즐겨라!”라는 명제이다. 영화에 오아시스를 지배하려는 IOI 그룹의 총수 놀란 소렌토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은 순수하게 게임 자체를 즐기라는 명령을 어겼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라는 공간을 독점하여 부를 쌓으려는 의도를 가지는 순간 게임은 노동이 되어버린다.

  웨이드가 마지막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게임 그 자체를 순수하게 즐기라는 오아시스의 원리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가 지니고 있는 상품의 속성이 그렇지 않은가. 순수하게 그 자체로 재미있고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재미있어야 한다. 순수한 행위의 즐거움!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말하고 싶은 비밀이며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철학으로 읽힌다. 즉 관객들에게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그냥 즐겨주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고액의 킬링 타임용 무비라고! 이 같은 평가는 역설적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의도를 가장 충실하게 반영한 평가이지 않을까. 영화가 순수한 소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킬링 타임의 상품이 되지 않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지 반문해본다. 영화 텍스트가 다른 예술 장르와 경쟁하고 작품으로 인정받아야만 하는가? 이러한 강박은 불필요해 보인다.

  진짜 문제는 즐거움을 생산하는 텍스트의 완성도에 있다. 각각의 텍스트가 지니고 있는 문화적 기능과 역할이 동일할 필요는 없다. 어떤 경우가 되었던 영화는 순수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감독의 명제에 나는 동의한다.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주문에 따라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통해 각자의 욕망을 즐기는 것도 행복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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