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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의 Jul 10. 2022

출혈과 수혈의 술래잡기

산과적 출혈과 수혈의 역사

어느 살벌한 응급실의 풍경

응급실을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그 끔찍한 기다림에 진절머리를 칠 것이다. 도대체 의사는 언제 오는거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건지 가타부타 얘기도 안 해주고. 의료진들은 정신없이 바빠보여서 말 한마디 걸기도 쉽지가 않다. 흥, 옆 침대 환자는 오자마자 바로 봐줬으면서.. 응급실의 특성상 볼멘소리와 고성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해 가능하다. 누구나 ‘응급’하다고 생각해서 ‘응급실’에 온 것이니까.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럴 때 상기해 볼 만한 사실이 있다. 어떤 환자는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VIP라도 된 양 여러 의료진이 달려들어 온갖 처치를 시작한다. 그러면 그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그 환자가 초응급 위기에 빠졌다는 뜻이니 말이다. 응급실에서 의사가 당신에게 재빨리 오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다.


그런데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의사가 미리 와서 환자를 기다린다. 그것도 당신이 아직 응급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시계를 흘끔거리며, 건물 밖에서 들리는 희미한 사이렌 소리조차 귀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여러 명의 의료진이 초조하게 당신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특별한 경우 중 하나가 바로 ‘산과적 출혈’이다. 


임신 또는 출산 관련된 출혈 상황을 통틀어 산과적 출혈이라고 한다. 산과적 출혈은 임신 중에도, 출산 후에도 생길 수 있다. 출혈의 원인도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모두 열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겠지만 대략적으로 살펴보자. 이를테면 임신 중에는 태반이 자궁 입구를 막고 있어서 출혈이 유발되는 문제(전치태반) 혹은 태반이 자궁벽으로부터 떨어져버리는 문제(태반박리) 등으로 발생할 수 있다. 출산 후에는 자궁이 제대로 수축을 못하는 문제(자궁무력증), 산도가 찢어지는 문제(열상)와 같은 상황으로 인해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앞선 글에서 살펴본 산욕열은, 세균이 원인이므로 소독과 위생을 통해서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출혈이라는 매복자는 인공 자궁을 만들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가능성을 없앨 방법이 없다. 임신이라는 상황 자체가 아기를 열 달이나 뱃속에 품는데 필요한 양분을 나르기 위해 자궁에 혈관을 발달시킨다. 임산부의 혈액 양 자체도 크게 증가한다. 큰 혈관으로 많은 혈액이 이동하는 부위이니만큼, 당연히 큰 출혈도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임신과 출산은 역동적이고 변화가 많은 과정이므로 돌발상황이 생길 변수도 많아진다.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좁은 골목길에서 교통사고가 난다면 보통 접촉사고이지만, 교통량이 많은 8차선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연속충돌처럼 초대형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과 비슷하다. 


이렇듯 피가 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산부인과 의사들은 출혈이 이미 발생한 상황에서 재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인과 정도에 따라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응급 질환이라는 뜻이다. 이를테면 태반 박리로 인해 생기는 출혈이라면, 가급적 빨리 분만을 시도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상적인 상황라면 태반은 자궁 벽에 부착되어 태아에게 영양과 산소를 공급한다. 하지만 자궁 벽에서 떨어져나간, 즉 박리된 태반은 이런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아기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이미 떨어져버린 태반을 도로 붙일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태반이 아기가 나올 산도를 막고 있는 전치 태반의 경우라면 어떨까? 이런 경우에 임신 기간이나 분만 시기에 출혈 증상이 흔히 생긴다. 태반의 위치는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임신 중에 확인할 수 있지만, 전치 태반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마음대로 태반을 다른 자리로 옮겨붙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산도를 막고 있는 태반을 최대한 피해서 아기를 꺼낼 수 있는 제왕절개수술이 안전하게 분만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만약 전치 태반 산모가 제왕절개술이 아닌 질식분만을 하면 높은 확률로 대량 출혈을 겪게 되며, 때로는 산모와 아기 모두 목숨을 잃게 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제왕절개 수술법과 초음파 검사법이 보편화되기 이전에는 별달리 손쓸 방법이 없었다. 


출산 직후 피가 난다면 산후 자궁무력증이 원인인 경우가 흔하다. 분만 후에는 자궁이 수축하며 지혈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를 자궁무력증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도 대량 출혈을 동반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심한 경우에는 말 그대로 수도꼭지를 열어놓은 것처럼 피가 흐른다. 자궁 무력증이 발생할 가능성은 임신 중에 초음파 검사를 한다고 해서 미리 점칠 수조차 없다. 자, 듣고 보니 어떤가? 감염이라는 큰 산을 겨우 넘었는데, 출혈이라는 녀석은 급박하고, 예측이 어려운 데다가, 원인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고 하니, 하나 하나가 무시무시해 보인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 산과적 출혈도 대응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피, 산부인과 의사의 악몽

“선생님, ** 병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31세 오늘 분만한 산모가 자궁무력증으로 피가 많이 나서 전원 받아줄 수 있냐고 묻는데요.“ 방금 울려온 전화를 받아 든 분만실 간호사 선생님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간은 자정을 넘어서서 약간은 몽롱해지던 차였고, 그래서 이 긴 밤을 버티기 위해 동료 당직 의사들과 치킨을 시켜먹으려던 차였다. 하지만 산후 출혈이란 말을 듣자마자 내 몸 속의 온갖 생체 알람이 죄다 켜져서 시끄럽게 앵앵거리며 울려댔다. “지금 상태가 어떻대요?” 환자의 빈혈 수치는 이미 건강한 사람 수준의 반토막도 안 된다. 엄청난 양의 피를 흘렸을 것이다. 그 산모가 분만한 산부인과에서 수액과 혈액을 잔뜩 주입하면서 구급차로 달려오고 있기에 혈압이나 맥박은 아직은 아슬아슬하게 정상 범위라고 했지만, 이는 아마도 산모가 젊은 덕이다. 과다출혈로 언제 쇼크가 와도 이상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작은 병원에서 처치가 불가능하기에 급히 상급병원으로 이송한다. 상태를 파악해서 지체없이 대량수혈, 혈관시술, 수술처럼 집중처치를 해야 한다. ‘오늘 밤도 만만치 않네..’ 


분만실에는 응급상황을 대비한 몇 가지 키트가 있다. 이를테면 산모가 발작을 일으키는 상황에 대비한 응급약물, 기도확보 세트가 있고, 지금과 같은 상황을 대비한 산후출혈 세트도 있다. 이런 ‘특수상황 세트’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이런 상황들이 너무나도 긴급해서 일일이 약품을 처방하거나 조제실에서 약을 가져올 시간조차 없다는 뜻이다. 환자가 도착하려면 아직 이십 분 가량의 여유가 있지만 농땡이 필 시간은 일 초도 없다. 산후출혈 키트를 챙겨서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더 이상의 출혈을 막기 위해 혈관을 막는 색전술 시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자궁을 떼어내는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수술방 상황은 어떤지, 당직 교수님에게 상의와 보고를 한다. 여러 가능성에 대해 하나 하나 알아보면서 산후출혈 응급키트와 초음파 장비를 응급실에 미리 준비시킨다. 산모를 실은 구급차는 아직 오지도 않았지만 분만실에서 응급실로, 나를 비롯한 전공의들이 우르르 내려간다. 여러 명의 의사들이 진찰 도구, 산과용 약품, 거즈에 산부인과용 초음파 기계까지 챙겨가느라 잠시 바쁜 소란이 지나간다.


평소에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연락할 때 응급실로 찾아가거나,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장비가 갖춰진 분만실로 이송시킨다. 그래서 필요한 장비와 물품이 확보된 상황에서 진료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요란한 부산을 떨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지금 같은 경우에는 다량의 출혈로 환자가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빠짐없이 전부 준비해서, 도착할 곳에 미리 가 있어야 한다. 신속하게 조치를 하지 못하면, 오늘 낮에 건강한 아기를 낳았다는 이 젊은 여자는 정말로 죽을 수도 있다. 갓난쟁이를 제대로 품어보지도 못하고. 치킨 생각은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렸다. 응급실에서 가장 넓은 중환자 전용 방에 미리 그 환자를 위한 모든 세팅을 마쳤다. 곧 밀어닥칠 구급차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와중, 긴장감으로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피를 나눠주다 – 수혈의 엉성한 시작

가끔 도로 위에서 탑승자의 혈액형 정보를 스티커로 붙여 놓은 승용차를 볼 수 있다. 아마도 교통사고와 같은 외상 상황에서 수혈이 필요할 때 의료진에게 참고가 되길 바라는 의도인 것 같다. 혈액형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수혈이 더 빨리 더 원활하게 되지 않을까? 마음은 백분 이해가 가나, 사실 꼭 그렇지는 않다. 병원에서 수혈을 하기 전에 혈액형 검사를 포함하여 수혈 적합도를 알아보는 교차 적합 시험을 한다. 그러니 당신이 혈액형을 정확히 모른다고 해도 수혈에 문제는 없다. 물론, 혈액형을 미리 알고 있다고 해서 이 과정을 건너뛰는 것도 아니다. 다만 위에서 묘사한 산후출혈처럼 촌각을 다투는 대단히 긴급한 경우에는 교차 적합 시험조차 할 시간이 없어서 예외적으로 ‘만능 공혈자’ 혈액을 수혈하기도 한다. O형 혈액은 적혈구에 응집 반응을 일으킬 A, B항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항원들이 없다는 것은 타인의 혈액과 섞였을 때 면역 반응을 유발할 여지가 적다는 뜻이다. A항원, B항원 음성에 더해서 Rh항원까지 음성인 O/Rh- 혈액이 다른 사람의 인체에 투입되었을 때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낮은 안전한 피이다. 


혈액 교차 적합 시험 덕에 안전한 수혈을 하기 전에는 어땠을까? 사람 몸에서 피가 너무 많이 빠져나가면 죽는다는 것은, 혈액에 대한 현대적 생리의학이 정립되기 이전에도 제법 명백해 보이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동물이나 타인을 통해 모자란 피를 보충하려는 시도는 역사적으로 적지 않았다. 개나 양, 송아지의 피를 주입해 보기도 했다. 특히 분만 관련하여 대량출혈과 출혈로 인한 사망이 빈번하다보니, 사람 대 사람으로 수혈을 최초로 시도한 것이 산부인과 의사였다는 것도 놀랍지는 않다. 1829년 영국의 산부인과 의사 제임스 블런델이 산후 출혈로 죽어가는 산모에게 그 남편의 피를 수혈한 것이 사람이 사람에게 피를 나눠준 최초의 사례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수혈로 환자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는 일부분이었다.


혈액형과 항원-항체 반응에 대한 지식이 쌓이기 이전 시대에는 무분별한 수혈로 인한 부작용이 순기능을 훨씬 상회했다. 마치 소독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한 무분별한 외과 수술이 여러 부작용을 일으킨 상황과 비슷하다. 알맞지 않은 혈액형을 수혈하면, 면역 반응으로 인해 오히려 심각한 합병증이 생기곤 했다. 따라서 수혈은 장려되지 않는 방법이었으나, 혈액형의 발견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20세기 초에 칼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 1868-1943)가 ABO 혈액형을 규명하면서 수혈은 비로소 안전하고 제대로 된 치료방법이 되었다. 오늘날 시행되는 분만의 0.5~2%가량에서도 수혈이 필요한 만큼, 안전한 혈액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인명을 구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산모가 출산을 위해 입원하면 유달리 굵은 바늘로 링겔을 꼽는 경우가 있다. 통상적으로 맞는 주사바늘보다 굵어서 더 아프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만약 수혈이나 수액이 필요한 상황에서 되도록 빠르게 혈관을 통해 주입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피가 모자라다고 해서 피를 보충해주는 것 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압박 지혈을 하건, 자궁을 수축시키는 약물을 쓰건, 혈관시술을 시도하거나 심지어 자궁을 떼어내는 수술을 통해서라도 피가 새는 구멍을 막아야 수도꼭지를 잠글 수 있다. 앰뷸런스를 타고 방금 응급실에 들어온 산모처럼 말이다.


핵심은 속도 그리고 팀워크

**병원에서 왔다는 산모가 도착했다. 구급대원들이 산모를 들것에서 응급중환자 침상으로 옮길 때부터 이미 하얀 시트에는 피로 물든 새빨간 동심원이 그려졌다. 활력징후를 확인하니, 그 사이에 이미 맥박은 제법 빨라져 있었다. 몸 안에 피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파리해진 여자는 질문에 대답을 하는 걸로 봐서 정신은 아직 또렷해 보였다. 배를 만져서 진찰하고, 질경으로 확인하니 말 그대로 자궁으로부터 피가 쏟아진다. 산후출혈이 심한 경우에는 수도꼭지에서 수돗물이 나오듯 몸에서 피가 나온다. 사람 몸 속에 피는 4~5L라서 생각보다 많지 않다. 어느 정도의 손실은 탄력적으로 회복할 수 있지만, 이렇게 빠르고 많은 출혈은 치명적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피가 빠져나가는 만큼 들이붓기 위해 수혈을 하면서, 동시에 응급색전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구급차를 따라온 환자의 남편은 당황과 공포로 얼굴이 환자만큼이나 창백해져 있었다. 무조건 다 잘 될거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덕담만 할 수는 없는게 의료진의 숙명이다. “색전술이 잘 안되면.. 자궁절제술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눈물로 범벅이 된 남편의 얼굴이 한층 더 파리해졌다. 탈없이 아기를 낳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불과 200년 전, 출산 후에 피가 멈추지 않아서 산모가 죽는 일은 비일비재 했다. 역사적으로 산후출혈은 감염에 이어서 모성사망의 두 번째 원인이었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매년 30만건 넘게 발생하는 모성사망의 1/4을 차지한다. 1930년대에 자궁을 효과적으로 수축시키는 약물이 발견되면서 상황은 조금씩 나아졌다. 영국에서는 1946년 국가 차원의 수혈 서비스가 설립되었다. 혈액의 보관과 이송이 광범위하게 관리되기 시작하자 수혈의 접근성은 훨씬 향상되었다. 자연히 산과적 출혈로 인한 사망도 현격히 적어졌다. 이런 체계적 기구가 등장하기 이전의 수혈은 공혈자가 때맞춰 환자 근처에 있어야만 가능했다. 현대에는 혈액을 성분별로 분리해서 필요한 만큼 쓰기 때문에 효율이 더욱 비약적으로 개선되었다.


하지만 앞서 강조한 것처럼 수혈만으로 다 해결되지 않는다. 피 새는 구석을 찾아 틀어막기 위해, 색전술을 시행하기로 했다. ‘색전’이 혈관을 막는 것인니, 색전술은 출혈의 원인이 되는 혈관을 찾아서 인공적으로 막는 지혈 방법이다. 밑 빠진 독에 난 구멍을 두꺼비가 막아주는 원리이다. 혈관시술을 할 수 있는 영상의학과에 연락해서 시술을 최대한 빨리 시작하기로 했다. 이런 시술은 산부인과 의사가 할 수 없다. 혈관 안으로 가늘고 긴 카테터를 집어넣어, 영상 장비를 활용하여 출혈 지점을 찾고, 출혈 부위를 막는 복잡한 시술이다. 게다가 이 새벽에 지체없이 달려나올 수 있는 전문인력으로 꾸려진 영상의학과 팀이 필요하다. 제법 오래 걸린 시술 내내 환자 상태를 체크하다 보니 날이 꼬박 샜다. 하지만 긴 시술의 보람이 있었는지, 출혈은 현저히 적어져 있었고 혈색도 돌아와 있었다. 물론 경과를 더 봐야 하지만, 일단 이걸로 고비는 넘겼다. 긴장이 풀린 나는 그때서야 배고픔이 몰려왔다. “근데 우리 아까 치킨 먹기로 하지 않았냐?”


산후출혈의 많은 경우에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응급의학과, 마취과 등 여러 과의 전문인력이 힘을 합쳐 초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상급 병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늦지 않은 타이밍에 우리 쪽으로 이송을 결정한 분만병원 의사의 중요한 역할이 있었고, 여기까지 도착할 시간을 벌어준 빨간 피주머니가 있었고, 어려운 상황을 끈질기게 잘 버텨준 산모가 있었다. 이 각각의 고리 중 하나라도 끊어지면 귀한 인명을 속절없이 잃는다. 글에서는 특별히 극단적인 산후 자궁무력증의 경우를 예로 들었지만, 다른 산과적 출혈에서도 수많은 전문가가 힘을 함친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참고 문헌>

Kerr RS. Lessons from 150 years of UK maternal hemorrhage deaths. Acta Obstet Gynecol Scand 2015; 94: 664–668.

Patterson JA. Blood transfusion during pregnancy, birth, and the postnatal period. Obstet Gynecol. 2014 Jan;123(1):126-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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