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운 Sep 08. 2021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진심

한 번 다녀왔어요 31화에서 재석은 엄마의 강요에 못 이겨 맞선을 보러 나간다. 마음에 둔 사람이 따로 있던 재석은 일부러 맞선녀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해서 퇴짜를 맞으려고 약속 장소에 늦게 나타내고 결혼한 여자 친구가 있다며 시큰둥한 태도를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맞선녀는 자신에게 시큰둥한 재석에게 오히려 호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약속 시간에 지각을 한다거나, 상대방에게 무관심하다고 대놓고 말하는 모습은 우리가 흔히 아는 소개팅을 잘하는 방법,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방법의 정석과는 정반대되는 모습이다. 누군가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이런 경우는 많이 있다. 고등학생 때 수학 선생님이었던 S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그는 친구의 소개로 사모님을 만났는데, 친구가 술을 사겠다며 사정사정하자 귀찮음을 무릅쓰고 추리닝을 입은 채 슬리퍼를 신고 나갔다고 했다. 당연히 깔끔한 옷차림을 강조하는 소개팅의 성공 공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사모님도 충격적인 S선생님의 패션에 ‘도대체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데?’하는 일종의 반발심에 에프터를 먼저 신청했고, 그것이 연애로 이어져 결혼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흔히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공식을 따라야 한다고 배웠다. 마찬가지로 말을 잘하기 위해서도 정해진 공식이 있다고 배웠다. 그것이 소개팅이 되었든, 취업용 면접,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PT 발표이든 저마다 다양한 이론이 있고, 스킬들이 있다. 재미있게도 누군가는 스킬을 완벽하게 적용해서 멋들어지게 말을 하지만 면접에 떨어지고, 경쟁 PT에서 탈락하고, 또 누군가는 이론적으로는 미흡하기 짝이 없지만 면접을 통과하고 소개팅에서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처럼 스킬이나 이론이 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 경우를 사바사(사람 by 사람, 사람마다 다르다.) 혹은 페바페(Face by Face, 사람의 얼굴마다 다르다)라며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 일반화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과연 일반화할 수 없을까?

개인적으로는 스킬과 이론이 채울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다. 카네기의 표현을 빌자면 ‘온 마음을 쏟아 연설(말)할 것’이다. 진정성을 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이야기, 스킬적으로 나무랄데 없는 이야기도 영혼 없는 리액션이 된다. 일명 국어책 읽는 리액션이라고도 하는데 전혀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인사나 칭찬은 아무리 들어도 왠지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고 거리감이 느껴진다. 가수 박미경은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을 당시 그룹 백두산에게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며 소감을 국어 책을 읽듯이 말했다가 영혼 없는 리액션이라며 아직까지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해당 방송에서 박미경의 말을 듣지 않고 표정만 본다면, 박미경이 무대를 칭찬하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담기면 스킬과 이론이 상관없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철저하게 한국 사람들을 위한 곡이었고,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이해하기는 어려운 노래가사다. 그들이 알아듣는 가사라고는 Gangnam Style, sexy lady 밖에 없었지만 최초의 비영어권 노래로 빌보드 차트 1위, 최단 기간 유튜브 조회수 1등 기록 갱신 등 그야말로 전 세계 사람들이 강남스타일에 열광했다. 강남스타일이 언어의 장벽 등에도 불구하고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이유는 여러 가지 가 있겠지만 아마도 ‘신난다.’는 싸이의 진정성을 사람들이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진정성을 가장 잘 보여준 사람은 이국종 교수님이라고 생각한다. 45도 가량 삐딱하게 기운 고개, 딱딱하고 투박하기 짝이 없는 말투와 날선 표현들, 분노와 불만이 가득한 표정과 이야기는 스피치 이론적으로 볼 때 좋은 스피치라고 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국종 교수님의 스피치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이국종 교수님이 얼마나 환자를 위해 노력했는지, 그럼에도 바뀌지 않은 현실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그 진정성이 너무도 잘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 이야기에 진심을 담는 것이다.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상대방은 눈빛만으로도 내 마음을 알 것이고, 내 스스로도 마음 한 구석에 불안과 불신이 남아 있다면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상대방의 호응을 유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