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일때 시작한 이상한 사진실험

사진이 알려준 살아가는 방법

by 카피자



1.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는 마음이 너무 지쳐있을 때였습니다. 회사가 주는 압박, 인간관계 스트레스, 중학생 키우기와 집안일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때였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컴컴한 터널 속에 갇힌 기분이었지요. 어디로든 도망쳐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2. 퇴근 후 집에 앉아 있으면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계속 힘든 하루를 되새겼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떨치러 무작정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가기 전에 습관처럼 거울에 비친 나를 사진 찍었습니다. 악, 세상 근심걱정 다 짊어진 표정. 나조차도 나를 보기 싫었습니다.



3. 그래서 내 사진이 아닌 풍경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탁 트인 하늘, 자연 풍경, 햇빛, 그 자리 그대로 있는 나무들, 작은 벤치, 자연과 햇살만 계속 사진을 찍었습니다. 뻥 뚫린 하늘을 보니 겨우 숨이 쉬어졌습니다.



4. 길들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더 많은 자연들을 보고 싶었고 사진을 찍고 싶었으니까요. 달리다 보니 손목 위 워치에서 '목표를 달성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습니다. 와락 반가운 마음에 그 워치 화면도 사진을 찍었습니다. 하루 이틀 한 달 일 년 또 달리고 또 사진 찍고.. 그렇게 달리기를 하다가 덜컥 마라톤 대회를 신청했지요.



5. 첫 마라톤 대회에 나갔습니다. 활기가 넘치는 세상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곳이라니, 저절로 가슴에 에너지가 차는 기분이었습니다. 작고 몹쓸 기록으로 마라톤도 완주했습니다. 마라톤 완주를 하고 난 얼굴을 사진 찍었습니다. 입꼬리가 씩 올라가고 콧구멍이 커지면서 광대가 올라가 기분이 좋은 표정. 내가 이렇게 웃을 수도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6. 나는 달리기로 마음이 치유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 달리기를 할 땐, 달린 게 아니라 도망쳤고, 도망치며 울었고, 갈 데가 없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요. 그렇게 달리기를 하다 보니 무념무상으로 힘을 빼고 삶을 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달리기로 얻은 기쁨,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67. 이제 달리기를 하고 난 뒤 얼굴을 계속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몇 년 치 사진이 쌓이면서 깨달았습니다. 점점 얼굴이 웃는 얼굴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요. 처음 달리기 시작했을 땐 몰랐던 변화. 2년 동안 꾸준히 달리고 또 사진을 찍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서서히 웃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8. 주변에 번아웃을 호소하는 지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40대 중반,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온 모두가 이제 번아웃을 겪으며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나 역시 2~3년 전 번아웃에 빠졌었습니다. 힘들어 다 포기하고 싶고,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잠도 안보다 숨도 안 쉬어지던 때였었죠. 답답한 터널에 갇힌 것 같은 그 상황 그 번아웃에서 나는 도망쳐 달려 나왔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다운로드 (2).jpg 계속 계속 계속 달려서 밝은 터널 끝까지 가자구요


9. 내가 찾은 답은 달리기였습니다. 벗어날 수 있던 방법은 달리기뿐, 컴컴한 터널 저 멀리 빛줄기 점하나 보면서 그냥 달려 나왔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달리기지만, 확실한 것은 그 빛줄기가 점점 커지고 있더라는 것이지요. 어느새 터널 입구에 서있는 모습, 건강하게 웃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내가 있습니다.



10. 달리며 생각합니다. 앞으로 심플하게 살아야지. 달리고 채소 먹고 읽고 쓰고 소박하게 살아야지 마음먹습니다. 내가 나를 대접해 주면서 담담하게 살아야지 생각합니다. 마음이 불안할 때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요.


이제 압니다. 달리면 용기가 생긴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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