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며 나쁜 손님에게 꺼지라고 한다

나쁜 손님 나가주세요

by 카피자
(버럭)
"시키면 시키는 걸 하는 거지,
뭐가 그렇게 말이 많나,
월급 안 받을 거야?!"



1. 아침 회의시간 직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오너는 기어이 본색을 드러냈다. 회의시간에 솔직히 이야기해 보라는 말은 다 가짜였다. 회사 바깥에서 사람 좋은 표정을 하고 허허 웃는 모습도 가짜였다. 늘 회사 직원들에게는 시시때때로 본색을 드러냈다. 오늘이 그날이고.

2. 회사 오너가 추진하는 일들은 그야말로 리스크 투성이었다.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오너 자신도 안다. 그걸 직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 주길 바랐다. 그 방법은 "아. 나는 모르겠고!"였다. 아침 회의 때부터 직원들은 불타는 마음뿐.


나쁜 말들은 나쁜 손님이 되어 마음속에 들어와 앉는다.

3. 누구나 마음속에 작은 방이 있다. 방에 들어오려는 손님엔 두 부류가 있다. 나쁜 손님과 좋은 손님. 마음의 방에는 손님을 가려 받아야 하지만, 냅다 들이닥치는 나쁜 손님을 어떻게 내쫓아야 하는 거지?

4. 자꾸만 마음속에 나쁜 손님이 들어와 앉았다. 마음의 방 안에서 자꾸 시끄럽게 하는 나쁜 손님의 말에서 도망쳐야 했다. 36계 줄행랑이다.


퇴근 후 운동화를 콱 신고 거리로 뛰쳐나가 달렸다.

5. 달리는 내내 회사에서 옥신각신 한 것들이 떠올랐다. '저 사람은 왜 그랬을까? 저의가 뭘까?', '이렇게 말할 걸', '저렇게 대처할 걸' 하다가 달리기가 숨이 차 그마저도 잊는다.


화가 나는 장면이 떠오르면 달리기 속도를 더 빨리해서 마구 달려간다. 주먹을 불끈 쥐고 땅을 박찬다. 땅 위에 나쁜 손님 얼굴이 있으니까 마구 콱콱 밟아준다. 나쁜 손님 얼굴에 발차기를 하는 거다.

달리기를 하며 나쁜 손님에게 꺼지라고 한다. 나쁜 손님은 더 발악을 한다.

6. 달리기가 숨차 헉헉대면 나쁜 손님이 뭐 라건 말건 나는 그냥 내 달리기를 한다. '비켜라 별것도 아니면서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 나는 내 식대로 해결한다. 나는 이렇게 해보련다 자, 간다!' 나쁜 손님과 싸우며 자기 자신에게 용기를 내라고 한다. 그렇게 나쁜 손님을 무시하고 쫓아낸다.


7. 이제 남은 건 그저 달리는 나의 숨소리와 잠잠해진 마음뿐. 눈을 들어 주변 풍경을 바라봤다. 광안리 밤바다 물결과 파도소리, 하얀색 솜뭉치 같은 강아지와 산책하는 부부, 저 멀리 불꽃놀이를 하고 있는 바다 위 요트, 환하게 반짝이는 광안대교 불빛, 친구들과 무리 지어 셀카를 찍는 사람들, 버스킹을 하는 사람의 노랫소리, 그래 여기는 대한민국 핫플레이스 광안리였지. 달리며 바라보는 풍경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8. 마음속에 나쁜 손님을 쫓아내자 그저 '달리는 나 자신과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달리기를 마치고 난 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내 앞가림을 더 잘하고 내 갑옷을 챙겨 입고 단단히 살기로 마음먹었다. 무리하고 무례한 것들에 잘 대처하기로 했다


9. 만약 나쁜 손님을 맘에 둔 채 달리지 않았더라면, 소파에 멍하게 앉아 하루 일을 곱씹으면서 속상해했겠지. 잊어버리려 유튜브나 보며 스트레스성 간식을 먹었을 테지. 하지만 달리기를 하고 돌아와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달리기를 하면 정신 샤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10.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잘 견뎌내기로 했다. 달리는 와중에 좋은 아이디어도 떠올랐고, 내일 먹고 싶은 것도 생각났고, 오늘 본 풍경들에 감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어디든 두 다리로 달려갈 수 있는 나 자신에게 감사했다.

11. 누구나 자기만의 짐을 지고, 삶이라는 길을 달리고 있다. '이 튼튼한 두 다리로 심지어 오래 달릴 수 있다. 다 덤벼라!'라는 마음이 들게 만들어주는 달리기. 좋은 손님을 마음에 담고 오늘도 달려간다.


다운로드.jpg 나쁜 손님 나가세요. 좋은 손님만 들어오세요




오늘의 느낀 점


1. 우리는 마음속에 나쁜 손님을 받을지 좋은 손님을 받을지 결정할 수 있다.


2. 마음속 나쁜 손님은 내버려 두면 점점 덩치가 커진다.


3. 나쁜 손님은 내쫓고, 좋은 손님과 함께 달리자.


4. 달리기를 하면 정신 샤워가 가능하다.



https://brunch.co.kr/@folsy/116




작가의 이전글사춘기, 말 안 통할 때 도망쳐 달려 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