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 사람들은 자연에 순응한다. 라다크 사람들은 대가족이 모여 산다. 노인의 지혜는 빛이 나고, 여성의 지위도 높다. 욕심부리지 않고 꼭 필요한 것만 자연에서 얻는다. 사냥을 할 때도 경건한 마음으로 하고, 얻은 것들은 고루 나누어 먹는다. 각자의 역할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산다. 자연을 지배하거나 파괴하지 않고도 충분히 음식을 구하고 터전을 일구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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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맛을 알게 된 라다크, 평온한 라다크 지역에 서구의 자본이 밀어닥친다.
전기, 담배, 오토바이, 선글라스, 돈을 들고 밀어닥친 관광객들. 듣도 보도 못한 문화충격! 농촌과 도시의 격차, 전통을 부끄러워한 세대 간의 갈등, 그리고 자본 맹신, 노인과 여성의 역할이 줄어드는 인간소외, 자연 파괴는 말할 것도 없다. 개발의 진통을 겪은 라다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나라, 우리 가족,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지음- 언어학자, 작가, 사회운동가)
우리는 지금도 하늘을 향해 가고 있지만
선진국 사람들은 다시 내려오고 있다
그들은 그 위에는 텅 비어있다고 말한다
겔롱 팔단, 마을 모임에서 1990년“
높이 올라가려 하지만 선진국 사람들은 다시 내려오고 있다?
어렸을 때 본 ‘꽃들에게 희망을’ 이란 책이 떠올랐다. 애벌레 두 마리, 다른 수많은 애벌레들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남을 짓밟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만,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본 애벌레들이 하는 말,
“그 위에 아무것도 없어.”
어쩌면 우리는 애벌레처럼 남들이 좋다는 것, 남들처럼 높은 곳에, 그것도 다른 애벌레를 ‘밟고’ 올라가지만 중요한 걸 잊은 건 아닌지? 정작 중요한 것은 바로 옆에 있는 애벌레인데...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에 나를 맞추고 눈을 가리고 있는 건 아닐까. 진짜 우리 가족과, 우리 건강과, 우리 지역과 우리 지구를 위해 할 일은 뭘까.
라다크 프로젝트 연극, ‘라다크여 뛰기 전에 잘 살펴보라'
라다크의 전통문화를 거부하고 서구 생활방식을 따라 하던 한 젊은이. 부모를 구식이라 비웃고 서양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며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닌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병을 얻자 서구 교육을 받은 한 의사가 오고, 서구문화가 궁금한 그는 의사에게 질문한다. 의사의 대답은?
“미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사람들이 먹는 것은 돌로 빻아 만든 통밀 빵이에요. 우리 전통 빵하고 비슷한 것인데 그게 흰 빵보다 훨씬 더 비싸지요.
그리고 사람들은 천연 재료로 집을 짓고 있어요. 우리처럼 말이에요. 보통 가난한 사람들이 콘크리트로 만든 집에서 살지요.
또 100퍼센트 천연 섬유나 순모라는 표시가 있는 옷을 입는 게 유행이에요. 가난한 사람들은 폴리에스테르 섬유로 만든 옷을 입어요. 예상했던 것 하고는 너무 달랐어요.
미국에서 현대적이라고 생각되는 것 중에 정말 많은 것들이 우리 라다크의 전통적인 것과 비슷했어요. 실제로 미국 사람들이 저한테 라다크 사람으로 태어난 게 행운이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와 라다크 여인들
돈으로 바뀌는 것들 사이에 진실로 보이는 것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크고 높고 근사하고 멋진 것들, 자본과 개발에 떠밀려 우상화하는 것들, 선진문화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에게 오는 생활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을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