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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피자 May 27. 2022

[피자진심3] 세상에서 가장 유니크한 피자

 그 피자 맛에 눈이 웃고 있었어



초등학교 6학년 용돈은 얼마가 적당할까? 우리 집 초등학생의 용돈은 6천 원이다. 6학년이니까 6천 원. 처음엔 초 3학년 때부터 용돈을 주기 시작했다. 3학년 때 3천 원, 4학년 때 4천 원. 엄마가 필요한 걸 다 사주고, 학용품 준비물 살 돈까지 따로 챙겨주니 6천 원은 그야말로 군것질 값쯤 된다.   

   

초등학교 6학년은 용돈을 어디다 쓸까? 손바닥만 한 거미 끈적이, 커다란 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연필, 부리로 균형 잡는 독수리, 사전 모양 지우개까지 세상 필요 없을 것 같은 것들을 사 모았다.

 

때때로 어린이날이나 생일날 받는 거금은 통장으로 들어간다. 아이의 수입원은 또 있다. 집안일을 도와줄 때마다 오백 원, 천 원씩 주기도 한다. 자기 노동으로 돈을 버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주고 싶어서다.



그 없는 용돈을 모으던 어느 날, 아이가 물었다.    

엄마,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아이가 태어난 지 13년째 되는 해 어버이날이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거? 알잖아, 피자! 커다랗고 쫄깃하고 치즈 쭉쭉 늘어나는 피자, 그중에서도 엄마가 좋아하는 건 피자 끝부분에 동그랗게 말려 올라가서 그 안에 치즈가 가득 들어있는 치즈 크러스트 피자를 좋아한다고”     

요즘 포털사이트는 개인에게 맞는 광고를 제공한다. 난 [피자 광고]다. 매번 검색창을 띄울 때마다 피자 배너광고가 함께 뜬다.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다. 언제 신제품이 나왔는지, 얼마나 할인해주는지 재빠르게 알려준다. 아이와 이야기할 때도 피자 배너광고는 화면에 동동 떠있었다.


둥그런 피자 광고와 가격을 본 아이의 눈과 입이 둥그레졌다. 무려 39,900원!


     

[피자헛 립 스테이크 & 쉬림프 피자]


갈비맛 스테이크와 케이준 쉬림프를 한 판으로!’ 다 맛볼 수 있다니.

 화면을 가득 메운 피자 클로즈업 사진들! 아, 감동이 피자 되어 파도친다.

사진으로 한번, 카피로 또 한 번, 나는 이미 피자를 한 입 먹은 느낌이었다. 화려한 피자 사진을 바라보며 시즐감에 홀린 채 끝없이 스크롤을 내리는 나. 아이가 내 표정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피자헛은 엄마가 한참 피자 많이 먹고 다닐 때 진짜 인기 최고였어. 근데 요즘 피자 가격 많이 올랐네”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피자 8천 원 할인쿠폰이 도착했다. 피자는 할인이 제 맛이지, 라며 사진만 감상하던 때.



아이가 슬며시 꼬깃꼬깃한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 겉에는 꾹꾹 눌러쓴 글씨로 축 어버이날’이 적혀 있었다.      


내가 피자 사 줄 거야. 이거 진짜 내가 모은 돈, 3만 원이야” 

봉투 안에는 만원, 오천 원, 천 원, 오백 원, 백원이 그득하게 들어 있었다. 동전이 묵직하게 들어있는 봉투는 찢어질 것 같았다.       

용돈에, 심부름값까지 여기저기 끌어 모은 돈을 모아 엄마에게 봉투를 건네는 아이. 나는 잠깐 어안 벙벙했다. 이 피 땀 눈물의 용돈을 피자 한판에 쏟을 것인가? 너무 아깝지 않나, 고민할 때 아이가 말했다.     


엄마가 평생 보지 못할 미소를 지었어ㅋㅋ





결국 나는

내가 낳은 아이가, 내게 쏜 첫 피자,

세상 다시없을 유니크한 피자를 먹었다.


두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는 피자헛 하프&하프 피자! 립 스테이크가 넉넉히 올라간 피자 조각은 두툼한 고기와 치즈가 어우러져 짭조름했다.

오동통한 쉬림프가 올라간 피자 조각은 새우가 탱글탱글 그 자체였다. 이 모두를 감싸고 있는 치즈 크러스트 도우는 쫄깃하고 폭신했다. 이런 천국의 맛이? 입 안 가득한 피자를 먹으며, 아이는 세상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둥그런 피자에 둘러앉은 시간. 

모두들 동그랗게 웃었던 순간.

‘나한테 피자를 쏜 사람 중에 네가 가장 빛나’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아 기르며, 힘들어 눈물 훔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피자 맛에 눈이 웃고 있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걸 위해서 동전 뭉치를 내어준 아이, 어설프고 부족한 초보 엄마라도 꼭 안아주는 아이 덕분에 오늘도 살아간다.


우리 부모님들 마음도 이러했을까? 부모님께 전화드려서, 마치 갑자기 생각난 듯 툭, 말 꺼내 봐야지.     


엄마,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피자가 들려준 더 많은 이야기, 즐겨보세요


https://brunch.co.kr/@folsy/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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