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올 겨울 첫 관측
작년 가을 이후로 정상적인 관측 활동을 전혀 하지 못한 관계로 공백기가 길었습니다.. ^^; 그 사이에 사는 집을 옮겨 이사를 하기도 했고 해가 바뀌어 새해가 되었는데 엘니뇨로 인하여 습기가 많이 유입되는 탓인지 제주 밤하늘은 맑은 날이 없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닐정도로 상황이 썩 좋지 않았네요~
그나마 2016년 새해 일출은 집 뒤에 있는 오름에 올라 보았습니다. 기록도 했고요 ^^;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설 다음날인 9일 하루 종일 오래간만에 맑은 날을 보여주었는데요 기대대로 맑은 하늘이 밤까지 유지가 되었습니다. 낮에 미리 장비들을 주섬주섬 챙겨놓은 덕분에 이날은 무난하게 관측하러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 관측에는 새로운 장비를 테스트하는 목적으로 나가게 되었는데요 날이 좋지 않은 사이 구경 66mm의 서브 망원경을 들였고 적도의의 추적 오차를 보정해줄 오토가이드 시스템을 구축하며 웹캠과 웹캠 운용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기술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짬 날 때 다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
우선 장비들을 세팅하고 처음 겨눈 대상은 M1 게 성운입니다. 일전에 메시에 목록 일주를 사진으로 한번 도전해봐야겠다고 맘먹었었는데 바로 그 시작인 대상입니다. 메시에 목록이란 혜성 관측에 관심이 많은 프랑스의 천문학자 샤를 메시에가 혜성 관측을 하며 방해가 되는 혜성으로 오인할만한 대상들을 정리한 목록입니다. 현재까지 총 110개의 성운, 성단 및 은하들이 정리가 되어있습니다.
그 목록 중 첫 번째가 바로 이 게 성운입니다. 게 성운은 게의 등딱지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1054년 7월 4일 초신성이 발견되었는데 이 초신성 폭발의 잔해가 바로 게 성운입니다. 게 성운은 지구로부터의 거리가 약 6500광년 긴 축의 길이가 약 13광년 정도 되는 천체입니다.
중앙에 펄서를 가지고 있는 펄서풍 성운으로, 중앙의 펄서를 기준으로 지금도 성운이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펄서는 현재 우주관측이래 관측된 천체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방사능을 내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전자기파 덕분에 성운 앞으로 행성이나 기타 다른 천체들이 지나가는 엄폐 현상을 보일 때 생기는 전자기파의 그늘을 이용하여 해당 천체의 물리적 특성을 파악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촬영한 대상은 이전에 몇 번 찍어본 적이 있는 오리온 대성운입니다. 오토가이드로 촬영을 하는데 문득 이전 결과물과 비교를 하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촬영 이력이 있는 대상을 찍어봤습니다.
위 사진은 지난 늦가을에 찍은 사진입니다. 1분씩 촬영한 사진을 수십 장 합성한 사진인데요 이번에 촬영한 사진과 비교해보면 이미지가 거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300초(5분) 노출을 준 사진을 네 장 정도 합성한 건데요.. 이미지 퀄리티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 대상은 사자자리에 위치한 레오 트리플렛이라는 대상입니다. 사자자리에 있는 은하군인데요 세 은하가 모여있어 트리플렛이라고 부릅니다. 좌측의 길쭉한 은하가 NGC3628, 그리고 상단에 있는 은하가 M65 하단이 M66입니다. 세 은하 다 나선은하의 형태인데 NGC3628만 특이하게 생겼죠? 그 이유는 우리가 보고 있는 부분이 은하의 모서리 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은하수를 볼 때 은하 중심을 바라보며 보이는 암흑 대가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겨울이 1 등성, 성운의 계절이었다면 봄은 은하의 계절입니다. 그만큼 외부은하가 잘 보이는 계절인데요 그중 이번 대상은 부자 은하라고도 불리는 M51 소용돌이(Whirlpool) 은하입니다. 위치는 북두칠성 국자 손잡이의 제일 끝 별에서 아래쪽에 있으며 소속(?)은 큰 곰자리가 아닌 사냥개자리에 속합니다 ^^; 적고 보니 불현듯 추자도 생각이 나네요 :)
M51은 나선은하로 분류된 최초의 은하로 동반 은하(NGC 5159)를 품고 있습니다. 두 은하가 서로 충돌 중이며 NGC5159는 M51의 강한 기조력에 의해 찢긴 상태입니다. 지구에서의 거리는 약 3700만 광년 은하의 직경은 10만 광년을 총 질량은 태양의 1600억 배나 됩니다. NGC 5159는 찢기고 있지만 그 중력으로 인해 많은 별들이 새로 생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언젠간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도 저렇게 서로 충돌하여 합병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너무 은하만 보았으니 이번엔 행성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태양계 행성들 중에서 규모가 제일 큰 행성인 목성입니다. 5번째 행성이고 밤하늘 행성들 중에선 금성 다음으로 밝습니다. 질량이 지금의 70~80배였더라면 태양처럼 빛을 발하는 항성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행성입니다. 목성의 질량은 토성, 천왕성과 지구형 행성 전체, 카이퍼 벨트의 얼음덩어리, 소행성대의 소행성들 질량을 합친 것보다 훨씬 크다고 합니다 :)
목성의 위성은 60개가량으로 보고 있는데 이중 갈릴레오가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 목성의 4대 위성이 있습니다. 각각 이오, 가니메데, 칼리스토, 유로파인데요 위 사진에서 상단에 홀로 있는 점이 유로파, 하단에 밝은 점이 이오 그리고 이오 위에 있는 게 가니메데입니다. 칼리스토도 찍혔는데 후보정으로 살리는 게 힘드네요 ^^; 위치는 이오보다 훨씬 아래쪽에 있습니다.
행성과 같은 대상을 찍는데 장초점의 망원경이 유리합니다. 배율이 높아야 크게 보이기 때문이지요. 망원경의 배율은 망원경 대물렌즈의 초점거리를 접안렌즈의 초점거리로 나눈 값을 사용합니다. 좀 더 간단히 생각한다면 일반 사진에서 렌즈의 초점거리가 길어질수록 화각은 좁아지고 피사체는 커 보이게 됩니다. 이걸 그대로 망원경에 적용하면 됩니다.
다시 은하로 돌아와서.. 이번 대상은 처녀자리에 있는 마카리안 체인이라고 불리는 은하단입니다. 가운데 우측 2개의 밝은 타원은하 (M84, M86)를 시작으로 몇몇 작게 보이는 은하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립니다. 다양한 크기를 가진 여러 개의 은하들에 의해 지어진 은하들을 '마카리안 연쇄 은하' 혹은 '마카리안 체인'이라고 부릅니다. 1970년대 이 은하들을 발견한 아르메니아의 천문학자 이름을 땄습니다.
마카리안 체인은 처녀자리의 중심 부분에 해당합니다. 이곳은 처녀자리 은하단(Virgo Cluster)에 속하는데 약 2,000개의 은하를 포함하고 있으며 우리 은하가 속한 국부 은하군(local group)이 이 처녀자리 은하단에 속합니다. 은하군이 수십 개의 은하를 이루는데 그보다 더 큰 그룹을 은하단 그리고 이들이 모여 초은하단을 형성한다고 합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뿌연 구름 안에 별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천체들은 대부분 은하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지막 대상은 큰 곰자리 국자 부분 끝 별인 Bubhe 근처에 있는 M81 보데은하와 M82 시가은하입니다. 보데은하는 1993년 초신성이 발견된 은하로 유명합니다. 크기는 우리 은하와 비슷하고 질량은 태양의 약 2,500배가량 됩니다. 옆에서 쌍을 이르는 시가 은하는 그 모습이 시가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웃하고 있는 보데은하의 기조력 때문에 모양이 흐트러졌으며 이는 약 1억 년 전쯤부터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두 은하가 충돌하면서 시가 은하에서는 별의 생성이 왕성하다고 합니다. 2014년 1월에는 이곳에서 11.5등급의 초신성이 발견되기도 했으며 찬드라 엑스선 관측기는 중심에서 600광년 떨어진 곳에서 출렁이는 엑스선 방출 현상을 포착했는데 이는 태양 질량의 200~5000배에 이르는 중간 질량의 블랙홀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화려했던 겨울 밤하늘이 가고 봄철 별자리들이 하나둘씩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은 하늘이 도와주지 못해서 이렇다 할 거리가 없었는데요 ^^; 황사나 미세먼지라는 복병이 있긴 하지만 봄철엔 화창한 하늘이 자주 있어서 관측을 자주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번에도 좋은 관측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