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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하우트 May 02. 2016

제주의 밤하늘 #7

서서히 떠오르는 여름철 대상

근래 들어 오래간만에 별이 보이는 밤하늘을 만나 반가운 마음으로 장비를 꾸려 나갔습니다. 사실 지난번에 찍었던 봄철 대상들이 조금 아쉬워서 봄철 대상들을 좀 더 담아볼 요량으로 나갔는데, 아쉽게도 생각만큼 결과물이 좋진 않았습니다. 간만(?)에 나간 관계로 장비 세팅에 애를 먹기도 했고 원래 처음 가려 마음먹었던 장소를 갔는데 바람 때문에 그곳에서 장비를 펼치지 못하고 다른 데로 이동하며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입니다. 새벽 2시쯤 되면 달(하현)이 떠오르기 때문에 더 조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장비를 세팅하고 나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여름철 대상인 전갈자리와 궁수자리 그 사이로 은하수가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은하수가 어렴풋이 보일 정도로 날씨는 좋았으나 봄 특유의 먼지 때문인지 하늘 상태가 썩 좋은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하늘이 생각만큼 투명하진 않더군요.. ^^; 일단 눈에 띄는 전갈의 심장 '안타레스'를 겨냥했습니다.

전갈자리 안타레스 부근 (우측 큰 별이 안타레스)

전갈자리의 심장 부분인 안타레스와 전갈자리에 위치한 구상성단인 M4가 보입니다. 안타레스(Antares)는 전갈자리의 1 등성으로 황도 근처에 있는데다 붉은 1 등성이라 전쟁의 신인 화성(Ares)의 경쟁자라는 의미로 안타레스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안타레스는 적색 초거성으로 반지름이 태양의 700배에 이릅니다. 사진상에서는 별이 하나로 보이지만 청백색의 주 계열성인 안타레스 B를 동반성으로 지니고 있으며 지구로부터의 거리는 600광년 정도 됩니다. 동반성은 구경이 작은 망원경으로는 분해가 힘들고 6인치 이상의 망원경으로 분해가 가능합니다.


여름철 대상으로 대표적인 전갈자리 근처에는 궁수자리가 있고 이 사이로 하늘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은하수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위도(북반구 중위도)에서 궁수자리를 바라보면 일부가 잘려 보이는 부분이 마치 주전자처럼 보이는데요. 이 주전자 주둥이 부분으로 해서 은하수가 펼쳐져, 은하수를 펄펄 끓는 주전자에서 나오는 증기로 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이 우리 은하의 중심부이기 때문에 유난히 더 은하수가 짙게 보입니다.

사진에서 빛나는 구름처럼 보이는 부분이 은하수입니다. 메인 카메라가 아닌 서브 카메라로 찍은 관계로 비네팅도 좀 심하고 달이 뜰 시간에 찍어 퀄리티가 썩 좋진 않습니다. 왼쪽 사진에서 가운데 밝은 별이 토성이고 그 아래 붉은 별이 전갈자리 1등성인 안타레스입니다. 안타레스에서 왼쪽으로 가면 궁수자리 주전자가 보이는데요 한 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


봄철 대상을 좀 더 보려고 나간 길이니만큼 부족하지만 촬영한 대상을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M104 솜브레로은하

첫 번째 대상은 M104 솜브레로 은하입니다. 지난번 포스팅에 봄은 외부은하의 계절이라고 했는데요 이에 걸맞게 은하를 담아봤습니다. 솜브레로 은하는 처녀자리에 속한 정상 나선은하입니다. 솜브레로 란 멕시코, 페루 등에서 쓰는 전통의 모자를 말합니다. 까만 먼지와 팽대부 때문에 솜브레로처럼 보인다 하여 솜브레로 은하라 부릅니다. 사실 이 대상은 좀 더 크게 봐야 중앙의 암흑대와 비대한 팽대부가 분간이 갑니다. 촬영이 잘 이루어졌으면 크롭이라도 해서 볼 수 있을 텐데 아쉽네요 ^^;  


은하의 중심부에는 초거대질량 블랙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교적 밝은 대상이라 7배가량의 쌍안경으로도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중심부를 제대로 보려면 8인치 이상급의 망원경을 사용하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위치는 처녀자리의 스피카에서 약간 서쪽을 보면 됩니다.


M101 바람개비은하

다음 대상은 M101 바람개비 은하입니다. 큰곰자리에 위치한 나선은하로 광해의 영향이 있는 날인데다 하필 시내 불빛이 올라오는 북쪽 하늘인지라 상태가 썩 좋지 않습니다 ^^; 우리 은하의 대략 두배 정도 규모로, 메시에 목록에 마지막으로 오른 천체 중 하나로 은하의 중심에서 비교적 대칭적으로 뻗어 나오는 나선팔이 특징입니다. 이 나선팔 덕분에 바람개비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봄비 (제주에서는 고사리 장마라고 합니다)와 황사 미세먼지.. 그리고 봄 꽃가루들까지 저 같은 별지기들에게는 썩 반가운 계절은 아닙니다. 미세한 입자들이 공기 중에 있으면 불빛들을 산란시켜 투명한 밤하늘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이번 밤은 달이 있는 밤임에도 불구하고 나갔던 것은 이런 악조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이렇게나마 취미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의 힐링을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자정이 지나면 슬슬 은하수가 남쪽 하늘에서 올라오고 있는데요 날씨도 풀리고 캠핑도 많은 분들이 즐기기 시작하는 계절이 아닐까 싶습니다. 캠핑을 하며 자기 전 한번 모든 불을 끄고 남쪽 하늘 펄펄 끓는 주전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가 실제로 보이는지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듯하네요 :)


f. http://www.facebook.com/nasty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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