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의 계절 그리고 곧 은하수의 계절
겨울철 밤하늘은 유난히 화려합니다. 유난히 1등성이 많은 밤하늘인 탓도 있지만, 건조한 대륙성 고기압덕분에 습도도 낮고 상대적으로 대기중 먼지가 덜 날리는 시기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화려한 겨울철 밤하늘을 뒤로하고 맞이하는 봄철 밤하늘은 얼핏 보면 초라 해 보이기도 합니다. 봄철 밤하늘에 보이는 1등성은 잘 해봐야 아크투르스(목동자리), 스피카(처녀자리), 레굴루스(사자자리) 정도인데다 겨울철 별자리와 함께 은하수도 서쪽으로 져서 초라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봄철 밤하늘엔 은하수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유는 지구가 공전을 하는데 이에 따라서 지구가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 겨울-봄철즈음엔 은하의 중심방향이 아닌 그 반대방향을 바라 보고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봄철 밤하늘엔 초롱초롱한 별들은 많지 않지만 우리 은하의 바깥에 있는 외부 은하들을 관측하는데 아주 좋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밤하늘에 보이는 왠만한 별들은 전부 우리은하에 속해 있는 별이라는 점입니다. 커버 사진에 있는 은하들에도 지금 우리가 밤하늘에 보고있는 별들 그 이상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은하 변두리에 우리 태양계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보지 못하는 별들은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건지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처녀자리에 위치한 처녀자리 은하단의 일부입니다. 얼핏 봐도 외부 은하가 꽤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사실 이부분은 예전에 한번 안내한 적이 있었던 처녀자리에 있는 마카리안 체인 이라는 처녀자리 은하단의 연쇄체인중 일부입니다. (구도 잡다가 구도에 실패한건 비밀)
어떤 대상들이 있는지 사진에 한번 표시해보겠습니다.
네.. 녹색으로 표시된 대부분의 대상들이 외부은하들 입니다 ^^; 생각보다 많네요. 이렇듯 봄철 밤하늘 그것도 처녀자리 - 사자자리 - 큰곰자리 를 잇는 구역에 아주 많이 있습니다. 이들 별자리 부근에 있는 머리털 자리가 우리 은하의 북극에 해당하며 이쪽으로 우리가 속한 처녀자리 은하단의 은하들과 이웃한 머리털자리 은하단이 위치 해 있습니다.
저 외부 은하 변두리 어딘가 우리처럼 지적 생명체가 있고 그들이 우리를 본다면 저 동그라미속 뿌연 구름 변두리 어디쯤 우리가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 말대로 이런 거시적인 구조에서 우리의 위치는 한여름 백사장의 모래알 하나만큼도 안될정도로 아주 작은 존재. 그 안에서 모든것이 이루어진 다는 말의 의미를 실감 할 수 있습니다.
눈으로 이 은하들을 다 볼 순 없지만 장비가 어느정도 수준이 된다면 어느정도 큰 대상들은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초심자는 보기 어렵겠지만 어두운곳에 눈이 충분히 적응이 되어있고 망원경을 충분히 잘 다룰수 있고 아이피스(접안렌즈)로 보는 은하의 형체에 익숙한 분이라면 이 연쇄 고리를 훑으면 외부 은하를 보는 쏠쏠함에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됩니다.
천체 사진의 묘미가 찍고 난 사진을 보며 대상을 찾고 얼마나 어두운 대상이 잘 나왔는지에 대한것 이라면 천체 관측의 묘미는 대상을 찾는 과정부터 대상을 찾았을때의 희열감이라 할 수 있을것 입니다. 충분히 숙련된 사람에게 쌍안경을 주면 그 안에서도 밤하늘을 보는 재미를 찾을 것 이고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망원경을 주어도 그 망원경으로 대상을 보는데 재미를 찾지 못할 것 입니다. 아마 대중적인 천문대에서는 그래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행성 관측이나 이중성 성단 위주의 관측을 안내하는 것일 지도 모릅니다. 이날도 촬영중간에 관광객 두분이 지나가는데 함께 가져갔던 10인치 반사 망원경으로 토성과 목성을 보여주니 반응이 매우 좋았었네요..ㅎㅎ 참고삼아 보여줬던 M22 구상성단은 그냥 '그렇구나' 라는 반응이었습니다. :)
그렇게 봄의 밤하늘도 시간이 지나 새벽이 다가와가면 서서히 동쪽 하늘에서 여름철 별자리들이 떠오르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거문고자리의 베가 그리고 그 밑으로 백조자리의 데네브와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가 떠오르기 시작하지요. 그러면 남쪽 하늘에서는 전갈자리가 보이고 뒤이어 궁수자리가 올라오게 됩니다. 여름철 우리 은하 중심방향을 바라보는 은하수는 이 두 별자리 사이로 진하게 흐르게 됩니다.
위는 전갈자리 심장부인 안타레스 부근을 찍은 것이고 아래는 궁수자리와 함께 그 앞을 흐르는 은하수를 찍은 사진입니다. 우리 은하는 막대 구조가 있는 막대나선 은하로 두 개의 주요 팔(나선)과 여러개의 작은 팔로 나눠져 있는데요 태양계는 그중 오리온자리 팔에 속해 있으며 은하 중심방향에 이웃한 궁수자리팔이 있습니다. 궁수자리가 위치한 방향에 있는 나선팔 이란 의미인데요 때문이 지구에서 궁수자리방향을 보면 은하의 중심부를 보게 됩니다.
지구는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대략 은하 반지름의 절반정도에 위치 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은하수는 사시사철 볼 수 있습니다. 단지 보는 방향이 중심방향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은하수의 밀도가 다를뿐이고 비교적 별들의 조밀하게 모여있는 중심방향이 보이는 여름에 유난히 또렷하게 보이는 것일 뿐입니다. :) 봄철에도 사실 보이긴 하나 은하의 북극방향을 바라보기때문에 그 크기가 크지 않고 또 별들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잘 보이지 않을 뿐이지요.
이제 날이 풀리면 상대적으로 밤기온이 올라가고 별보기 좋은 계절이 됩니다. (하지만 밤 길이가 짧은건 함정) 달이 밝지 않은 날 돗자리 하나 들고 탁 트인 곳에 나가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며 별자리를 찾고 선도 그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재밌는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간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니 정리가 잘 되질 않네요 ^^; 올해 딸아이를 보는 바람에 별을 보러 나가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 듯 하지만 제주 밤하늘을 담는 작업은 조금씩 천천히 해보려 합니다.
관련해서 페이스북 페이지도 만들었는데 가끔씩 이곳에 사진을 올리기도 합니다. 많이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