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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하우트 Aug 02. 2018

제주의 밤하늘 #9

푸른 하늘 은하수

하늘의 천체를 찾고 보는 일을 취미로 하는 입장에서 여름은 화려한 대상을 쫒아 가는 그런 계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황사가 지나간 자리에는 우리 은하의 중심부인 은하수가 화려하게 하늘을 가로지르고 그 부분을 중심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천체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봄철엔 외부 은하를 쫒는 계절이라면 여름철은 우리 은하의 대상들을 쫒는 계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중세 이후 관측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해서 20세기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인류의 우주는 지구 - 태양계 - 우리 은하를 벗어나기가 힘들었습니다. 심지어 안드로메다 은하도 외부은하가 아닌 성운으로 잘못 생각했던 시대가 있었으니까요..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밤하늘에 눈으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대상들은 전부 우리 은하 안에 있는 대상들입니다. 북반구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은하 외의 대상은 M31 안드로메다 은하 정도이고 남반구로 가면 대마젤란 은하와 소마젤란 은하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은하수는 우리 은하를 지구의 위치에서 보는 것입니다. 별이 조밀하게 모여있는 중심부를 볼 때도 있고 상대적으로 별이 많지 않은 외곽부를 계절에 따라 보게 되는 것이지요. 지구가 공전함에 따라 여름철 밤하늘은 우리 은하의 중심부를 향하게 됩니다. 따라서 여름철 은하수는 우리 은하의 중심부를 보게 되는 것이고 그 어느 때보다 밝고 화려하게 보이는 것이지요. 겨울철 밤하늘엔 많은 1 등성들이 반짝반짝 빛난다면 여름철 밤하늘은 묵직한 은하수가 떡 버티고 있는 거 같습니다. 묵직한 대신 밤하늘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건 흠이긴 하지만요.. ^^;


은하 중심부는 여름 이맘쯤 밤하늘 남쪽에서 시작됩니다. 충분히 어둡고 하늘이 투명하다면 맨 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그게 안되고 사진을 찍겠다면 별자리를 조금은 알아야 합니다.

https://brunch.co.kr/@fomalhaut/12

은하 중심부의 은하수는 전갈자리 꼬리와 궁수자리 주전자의 주둥이 부분부터 시작됩니다. 중위도 지역에서 궁수자리는 전체가 보이지 않고 일부만 보이게 되는데 이 보이는 부분이 주전자 모양처럼 생겼습니다. 그래서 은하수를 펄펄 끓는 주전자 물의 증기로 표현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해서 은하수는 밤하늘 천정의 백조자리 부근을 지나 북쪽의 카시오페이아 자리까지 밤하늘을 가로지릅니다. 


최근(이라고 해도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네요) 밤하늘이 손으로 꼽을 만큼 좋은 때가 있었습니다. 보통 아마추어 천문을 하는 사람들은 밤하늘 별자리에서 어떤 별들이 얼마큼 보이냐를 보고 밤하늘을 가늠하곤 합니다. 깜박임이 적고 어두운 별들이 잘 보이면 그날은 좋은 날인 거죠.


제주에 같은 취미를 하는 분들끼리 서로 카톡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모일 장소를 잡았습니다. 한라산은 바닷바람을 오롯이 맞는 산의 특성상 중턱은 구름이 끼거나 습한 경우가 다반사입니다만.. 이날은 왠지 모르게 높은 고도를 찾아가야 할 것 같았습니다. 한라산 1100 고지 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장비를 챙겨 나갔습니다. 예상은 적중했고 맨눈으로도 은하수를 구분할 수 있는 좋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1100고지 백록상 (PENTAX K-5iis 14mm 7min)

평소 위시리스트에 넣어둔 배경을 찾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1100 고지에는 제주 산악인 고상돈 대원의 동상과 추모비가 있는데요 그 옆쪽으로 백록상(흰 사슴 동상)이 백록담 방향을 향해 있습니다. 이 백록상을 배경으로 은하수를 담아보기로 하고 장비를 폈습니다. 보통은 은하수를 찍을 때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이 정보들을 한 장으로 합치는 작업을 하곤 하지만 이날은 그런 작업을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은하수 사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RICOH GR2 15s
PENTAX K-5iis 14mm 30s

위의 7분 노출은 천체를 추적해주는 장비 위에 올려 찍은 사진입니다. (그래서 별 대신 배경이 흐릅니다) 그 아래를 보면 일반 컴팩트 디카인 GR2나 DSLR로 15초 ~ 30초로 찍은 사진도 은하수가 충분하게 촬영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점만 봐도 이날 하늘이 얼마큼 좋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마추어 천체 사진가의 제일의 적은 '광해'입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광해가 아니고 빛의 공해라고 해서 광해라고 합니다. 사진에서도 하단이 유난히 밝은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게 제주도 남쪽 도시인 서귀포와 그 앞바다에서 조업 중인 배들의 집어등이 밝히는 하늘입니다. 하늘이 아무리 투명해도 이렇게 올라오는 빛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대기 중 미세먼지나 습기가 좀 있으면 이러한 광해가 올라오는 범위가 좀 더 넓어지기도 합니다. 빛이 여기에 산란되기 때문이지요..


강원도 횡성에는 '천문인 마을' 이란 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별빛 보호지구로 국내에서 최초로 지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슬프게도 별빛도 이제는 보호를 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겁니다. 시내 불필요한 전광판 끄기, 가로등에 등갓을 설치해서 빛이 불필요하게 하늘로 퍼지지 않게만 해도 도심지 광해는 상당수 줄어들 것이라고 봅니다. 어선 집어등도 가능하면 등갓을 설치하면 좋겠지요 :)


언젠간 광해가 거의 없는 하늘 아래에서 별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의 매거진 포스팅인 거 같습니다. 초보 아빠가 되어 육아를 하려니 사진 찍을 짬도 글을 쓸 짬도 잘 안 나네요 ^^; 천체사진 특성상 한번 사진 찍으러 나가면 많이 찍어봐야 두세장 정도 나오는 거 같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필카로 찍던 시절엔 별 사진 찍으려고 필름을 넣어두면 한두 달이 넘어가도록 필름 한롤을 쓰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난개발로 점점 더 어두운 밤하늘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밤하늘을 기록하는 일은 느리지만 꾸준히 진행을 하고 있으니 뜸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번에는 최근 있었던 개기월식 사진을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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