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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하우트 Jul 04. 2019

개기일식

살면서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보고 싶은 그것.

태양과 태양 주변을 도는 (혹은 그 도는 천체를 도는) 천체들 사이에서 생기는 천문적 이벤트가 몇 가지 있는데 대표적인 게 달에 의해 태양이 가려지는 일식 (eclipse), 그리고 달이 지구 그림자에 의해 가려지는 월식 (lunar eclipse)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행성이 태양의 앞을 가리면서 지나가는 행성식(혹은 일면 통과), 달에 의해 행성들이 가려지는 엄폐 현상이 있습니다. 


달에 의한 엄폐현상은 비교적 자주 일어나는 편이고 (그와는 달리 행성끼리 서로 가리는 엄폐현상은 상당히 드문 현상입니다) 행성식의 경우는 조건상 내행성 (지구 안쪽 궤도를 도는 수성 금성)에 의해 발생하는데 수성의 경우 100년당 13~14번 (최근에는 2016년에 있었습니다 다음은 이번 11월 19일 예상 하지만 국내에서는 관측 불가..) 금성의 경우는 243년의 큰 주기를 갖고 일어납니다. 8년 간격으로 두 번 일어난 후 다음까지는 최소 105년은 기다려야 발생합니다. 

최근에는 2006년, 2012년 있었고 2012년에는 나도 사진을 찍은 바 있습니다.

왼쪽 까만 점이 금성.

수성 정도의 거리에서는 공전 주기가 짧기 때문에(88일) 비교적 자주 일어나지만 금성의 경우는 224일로 공전 주기가 길고 금성과 지구의 회합 거리에도 수성과는 차이가 있어서 보기 드문 이벤트가 됩니다. 그렇지만 이런 행성의 일면 통과는 맨 눈으로 보기에는 힘든 이벤트가 큰 관심을 끌지는 않는 편입니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현상 중 그래도 빈번히 일어나는 건 월식입니다. 상대적으로 큰 지구 그림자 안에 달이 들어가는 현상으로 부분월식까지 포함하면 거의 매년 한번 정도는 관측이 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개기월식 중 찍은 붉은달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현상 중 정말 극적인 현상은 개기일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맑은 낮에 어느 순간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밤하늘에 별이 보인다. 해 주변으로는 코로나가 베일처럼 흩어지며 보이는 현상. 그것이 태양이 달에 의해 가려지는 개기일식입니다. (나도 아직 한 번도 못 봤습니다.) 


월식과는 달리 달의 그림자가 지구 위 어딘가로 지는 일식은 상대적으로 좁은 달의 그림자 때문에 달이 지구 앞을 지나가도 볼 수 있는 지역이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희소성이 있는데 부분식을 포함하면 사실 일식도 2~3년 정도에 한번 정도는 볼 수 있는 편이긴 합니다. 금환일식이나 개기일식은 달의 본 그림자 안에 있어야 하기에 볼 수 있는 조건이 극히 제한적이긴 하지만...


내가 경함 해본 일식 중 기억에 남는 첫 일식은 2002년 6월 금환일식이 있던 때였습니다. 그때 금환식을 볼 수 있는 지역은 태평양 한가운데와 멕시코였고 제주는 태양이 30%가량 가려지는 부분일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집에 굴러다니는 플로피 디스크를 뜯어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덧, 일식 관측은 반드시 전용 필터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눈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그 후 제일 많이 가려졌던 일식은 2009년 7월 22일 개기일식이 있던 때입니다. 인도 네팔을 가로질러 중국 - 태평양 한가운데로 달의 그림자가 이동했는데 국내에선 제주가 제일 많이 가려지는 지역이었습니다. (거의 90% 가까이 가려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촬영장비를 들고 출근했었는데 그날 아버지 건강이 좋지 않다는 연락을 받고 뛰어가다 길거리가 갑자기 어두워지며 일식이 되는 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기록을 남기진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우면서도 나름 인상 깊은 일식 중 하나였습니다. 


이후 부분일식이 몇차례 있었는데 

이렇게 기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표지에 사용된 부분일식은 올해 1월에 있었던 부분일식을 촬영한 것입니다.


어제 새벽 남미를 가로지르는 개기일식이 있었습니다. 이젠 국내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수준들도 세계적 수준이 되어서 많은 분들이 원정 관측을 가곤 합니다. 덕분에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고퀄리티의 영상으로 위안을 삼기도 합니다.


칠레 원정 관측하러 가신 정병준님의 영상.

고화질로 설정해놓고 멍하니 3분가량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주의 오름 같은 데서 보면 저 멀리서 다가오는 달의 그림자를 볼 수 도 있을 것 같네요.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개기일식은 2035년 9월 2일로 달의 본 그림자가 평양과 강원도 고성지역을 가로지를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이 된다면 북한에서.. 그렇지 않다면 고성에서 치열한 자리싸움을 하며 봐야 할 것 같네요. 


언젠간 꼭 한번 보고 싶은 현상이긴 합니다. 죽기 전까지요 우주에서 벌어지는 많은 이벤트들 중 가히 제일 인상 깊은 이벤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때가 오면 미리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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