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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하우트 Aug 17. 2021

첫 방송 녹화 후기

KBS제주 1TV 콘텐츠 안테나

지난주 금요일인 8월 13일 태어나서 처음 (은 아니지만) 촬영한 TV 프로그램이 방영되었습니다. 사실 이전에 문경수 탐험대장님이 나오는 다큐멘터리에 제주 사는 아마추어 천문가 지인으로 나온 적이 있기는 했지만 제가 제 이름을 걸고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녹화 전 방송작가님의 질문 중 "딱 이거다"라고 대답을 하지 못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별을 좋아하게 되셨나요?

제가 별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어린아이들 예를 들면 저의 첫째 아이처럼 공룡을 좋아하듯 맹목적으로 좋아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제가 어릴 때는 슈메이커 레비 혜성이나 혜일 밥 혜성처럼 천문학적인 이벤트도 많았고 우리 별 1호나 무궁화 1호 대전엑스포와 같은 국내 우주공학적 이벤트도 많이 주목받던 시기였던 점입니다. 아마 이런 분위기를 타며 애들 공룡이름을 줄줄 읊듯 천문학 관련 서적들 탐독하고 별들의 이름이나 행성의 물리량 등등을 읊어댔던 거 같습니다. 


중요한 건 이 관심이 중간에 살짝 약해졌었지만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와서 몇 안 되는 지금 만나는 벗도 하이텔 아마추어 천문동호회에서 만난 벗이 있고 취직해서 경제력이 생기면서 그간 못해왔던 일들. 예를 들면 망원경 구매를 해서 천체를 본다거나 카메라 등으로 사진을 찍는 일들이 가능해져 지금도 저의 취미 중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어릴 적 한때 저의 장래희망은 천문학자였습니다. 그때는 천문학자가 밤에는 별을 보며 연구하는 학자인 줄 알았습니다. 대부분 어릴 적 장래희망들이 그렇듯 덕업 일치를 꿈꾸죠. 정말 우연하게 청소년기에 아마추어 천문에 조금 시들해 있을 때쯤 다른 분야에 꽂혀 있었고 그 분야는 지금 저의 직업이 되었습니다. 물론 진학도 연관 학과로 했고요 ^^; 지금은 이렇게 일을 하며 취미로 별을 보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별 헤는 섬 제주 이야기


카메라를 사용하는 입장이지 앞에 서는 입장이 돼 본적이 많지 않아서 조금 두려움이 있긴 했습니다. '잘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저란 사람 가끔은 하지 않던 일을 하는 때가 한두 번 오는데 아마 이번이 그런 때였던 거 같습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일정 확인하고 촬영을 결정했습니다. 


녹화는 크게 별을 보는 것, 옛 혹은 제주의 별 그리고 환경에 대한 내용을 다뤘습니다. 예전 지인 중 누군가가 저에게 말하길 별 이야기를 할 때면 표정이 바뀌고 눈에서 빛이 난단 이야기를 해줬는데 나도 모르게 정말 녹화 중 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내가 투머치 토커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이야기를 한 거 같습니다. 그만큼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건지 아니면 처음 카메라 앞에 서서 긴장을 해서 그런 건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여섯 대 정도의 카메라가 앞에 있다 보니 잘 알던 내용도 입밖에 잘 나오지 않긴 하더군요 ^^; 


계절별 별자리, 견우직녀 설화에 대한 견우성 직녀성, 제주와 관련된 별을 이야기했는데 이야기를 해놓고 보니 이 관련으로 브런치 포스팅을 다시 해봐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튜브나 아니면 팟캐스트로 다뤄봐도 재밌을 거 같지만 유튜브나 팟캐스트는 개인이 혼자 하기엔 먼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이런 글을 끄적이는 방법이 제일 나을 거 같습니다.


제주라는 섬에서 별을 보는 이야기를 했는데 존경하는 천체 사진가인 권오철 작가님의 작품처럼 한라산 정상 근처에서 관측을 한다면 제법 빼어난 별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한라산 야간 산행은 허가받지 않은 한은 불가능하죠 ^^;

https://vimeo.com/84961181

Winter Night of Mt.Halla, Jeju Island, - 권오철 작

방송에서 이야기를 한대로 사실 제주는 별을 보기에 최적화가 되어있는 장소는 아니긴 합니다. 광해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습도가 높고 가운데는 해발 1950미터의 산이 솟아 있는 데다 여름/겨울 계절풍이 불며 산에 부딪히며 많은 구름을 만들어 내곤 하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중산간에 올라도 변화무쌍한 게 제주의 날씨입니다. 

제주의 광해


입지적인 조건에 인공적인 조건을 더하면 별을 보는 환경은 더 좋지 않습니다. 바다 위에는 거의 사시사철 조업을 하는 어선들이 집어등을 밝히고 있으며 여름에는 한치나 갈치잡이 배, 겨울에는 방어잡이 배들이 환하게 밤바다 하늘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게 아쉬운 점이 여름 계절풍인 남풍이 불 땐 보통 바람이 한라산에 막히며 남쪽이 흐리고 북쪽이 그나마 맑은 경우가 많고 반대로 북풍이 불 때인 겨울엔 북쪽이 흐리고 남쪽이 맑은 경우가 많은데 조업하는 어선은 또 각각 여름엔 북쪽에 많고 겨울엔 남쪽에 많이 조업을 하곤 합니다.


최근에는 인구가 늘면서 제주시 서귀포시 시가지가 많이 확장되는 추세인 데다 중산간 개발이 많이 되면서 어두운 관측지가 많이 줄어드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제주가 점점 밤을 잃어간다는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보통 제주시 중산간에서 예전에는 북극성을 찾고 주변 별자리들을 보는데 그래도 무리가 없는 편이지만 이젠 북극성을 찾는 것 마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게 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제주의 자랑인 노인성을 보는 것도 보다 더 어려워질지 모를 일입니다


광해는 비단 밤하늘의 별을 보는 문제만이 아니 이기도 합니다. 사람에게 밤에 수면이 중요하듯 생태계에 있어 밤 역시 중요한 시간입니다. 야행성 동물들은 해가 떠있을 땐 휴식을 하고 밤에 먹이활동을 하는데 밤이 밝으니 이런 활동에 대한 지장을 받기도 하고 식물들은 해가 있을 땐 광합성을 주로 하고 해가 지고 나면 호흡을 주로 하게 되는데 광합성으로 생성한 양분을 호흡을 통해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과정을 호흡이라 합니다. 문제는 야간에도 빛이 환하면 식물은 항상 광합성을 하게 되고 식물의 내부 리듬이 깨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성장은 빠르나 결실을 맺어야 할 시기에 맺지 않는 등의 문제가 이미 보고되고 있다 합니다. 사람이나 주행성 동물들 역시 마찬가지로 밤이 환하면 수면장애가 오는 등의 문제가 생기게 되죠. 


안전상 밤에 빛이 있어야 할 곳은 마땅히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빛이 불필요하게 주변을 밝히고 있으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영업이 끝난 가게의 간판이 불필요하게 켜져 있거나 가로등에 갓을 씌워 빛이 원하는 영역 바깥으로 퍼지는 것을 최소화하는 일 등을 하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별을 보는 이야기도 좋지만 이런 광해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더 힘을 줘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찾아보면 사람의 편의를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생태계와 함께 안전하게 밤에 빛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바로 확연하게 개선이 되지는 않겠지만 주변 조그마한 부분들 먼저 하나씩 개선을 하게 되면 몇 년 안에는 제주 중산간이 날씨만 맞는다면 은하수를 보기에 좋은 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별을 본다는 것


별을 보는 취미를 갖고 밤하늘을 본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하나는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깨닫는 것. 다른 하나는 과거를 보며 광활한 우주에 대해 경외감을 깨닫는 일입니다.


우리 은하에는 별이 약 2천억 개가 있다고 합니다. 행성은 포함되지 않는 순수 태양과 같은 별만 2천억 개..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에선 그런 은하가 또 1천7백억 개 이상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우주 안에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별을 본다는 것 아니 천체를 본다는 것은 해당 천체의 과거를 보는 일입니다. 광활한 우주 속 그 빠르다는 빛도 우리 태양계에서 제일 가까운 별까지 4년 남짓 걸려야 갈 수 있습니다. 빛으로 250만 년이 걸린다는 비교적 가까운 외부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 역시 우리가 보는 모습은 250만 년 전 모습인 것입니다. 가끔은 그런 천체를 보면서 나를 이루는 모든 원소들이 그런 천체들에서 하나둘씩 모여 생겼다 생각하면 무한한 경외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녹화를 하고 방송되는 걸 보니 편집의 위대함을 느꼈습니다. 촬영 날도 중간에 끊김 없이 한 번에 찍는 걸 보고 새삼 놀랐는데 그 안에서 제가 두서없이 말한걸 아주 매끄럽게 편집을 해 방송이 나갔습니다. 요즘 제주에 별빛투어 같은 여행을 하는 걸 종종 보곤 하는데 그만큼 사람들이 별에 대한 관심도가 예전보다 높아지는 듯하여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밤중 오름에 올라간다는 게 안전문제와 함께 쓰레기 처리 등의 환경문제도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는 만큼 아마 이런 투어를 다녀오는 분들 역시 쓰레기 처리도 야무지게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긴 합니다.


처음 경험해본 방송 촬영 그리고 앞으로 또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런 기회에 이런 변방의 이름 없는 저를 섭외해주신 담당 pd님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실 브런치에 글을 올린지도 몇 년이 되었고 육아에 치여 글을 쓸 여력이 없던 차에 부족한 저의 옛 글을 보고 섭외를 해주셔서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취미로 천체관측을 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제주에서 보는 별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분들에게 전달하도록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 자리였습니다.


김정엽 별빛누리공원 선생님 노수미 작가님과 제주의 별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노수미 작가님의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결국엔 콘텐츠들이 쌓여 제주가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더 커질 거 같단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김정엽 선생님과는 페이스북으로 종종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긴 했는데 이렇게 직접 뵈니 더 반가웠습니다. 사실 예전 별빛누리공원 행사 때 지원을 못 해 드려서 죄송한 마음이 있었어요 ^^; 다음 기회엔 꼭..


제주가 별을 보기에 최적화된 곳이 아닐 수는 있겠지만 제주에 놀러 와서 제주의 풍경과 함께 반짝이는 별을 본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별빛을 보존할 수 있게끔 하는 일 역시 개인적으로 제주에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환경문제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일이라 생각이 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여름 밤 야간 오름 정상에, 1100 고지에 올라 맨눈으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날이 많아지길 바라봅니다.


저와의 개인적인 소통은 아래로 주시면 됩니다. 비공계 계정이지만 친구 추가가 되면 살펴보고 왠만하면 수락하는 편입니다.


facebook. https://www.facebook.com/nasty0608

instagram . https://www.instagram.com/fomalhaut84/


아래 제가 나온 방송 다시 보기를 추가합니다. 혹시나 관심 있는 분 계시면 한번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aAVbp7t1-dc

제주KBS 콘텐츠 안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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