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모혜성이 스위프트 터틀 혜성으로 매 년 볼 수 있는 유성우 중 규모가 제법 있는 유성우 이기도 합니다. 기술적인 자세하 내용은 과거에도 적은 바 있는데 해당 글 (https://brunch.co.kr/@fomalhaut/9)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올해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의 극대기는 이번 주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인 13일 04:00 경입니다. 월령도 3.9일로 달이 저녁 10시경에 지는 시기라 날씨만 맑다면 유성우를 관측하기엔 최적인 시기이기도 합니다. 더욱이나 이번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 예보를 보면 ZHR(정점 시율: 최적의 조건하에 시간당 보이는 유성의 수)이 110으로 제법 큰 편입니다. 작년의 경우엔 달이 자정 즈음해서 뜨는 바람에 썩 좋은 조건이 아니었던 반면 이번에는 달이 먼저 지기 때문에 날씨만 좋다면 관측하기엔 좋을 거 같네요.
유성은 다른 장비 없이 맨눈으로 관측하는 천문현상입니다. 쌍안경 망원경 등의 부가장비로 보면 오히려 볼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극대기가 새벽 네시이긴 하나, 평일이라 웬만한 사람들은 극대기까지 관측이 쉽지 않을 거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는 게 극대기가 아니라도 해서 유성을 관측하지 못한다는 건 아닙니다. 자정 넘어서 부터는 유성을 관측하기에 좋은 조건이 펼쳐집니다.
우선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 란 이름이 붙게 된 이유는 이전 글에도 설명했다시피 유성우라는 천문 현상은 밤하늘 어느 한 지점에서 유성이 퍼져 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이 지점을 복사점이라 부르고 복사점이 페르세우스자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복사점이 있는 방향을 보는 게 중요합니다.
우선 돗자리와 따뜻한 물이나 음료 그리고 추우면 덮을만한 겉옷 및 담요 등을 들고 사방이 트인 공간을 찾아갑니다. 충분히 어두운 장소면 더 좋습니다.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어두운 유성도 보여서 유성을 관측하기 좋은 환경이니까요. 관측장소에 가면 자리를 세팅하고 방위를 찾습니다. 별자리를 볼 줄 안다면 W 모양의 카시오페이아 자리를 찾아보면 되고 별자리를 모른다면 핸드폰 나침반 어플 같은 걸로 북쪽 방위를 찾습니다.
카시오페이아를 찾았다면 복사점은 카시오페이아의 아랫부분이라 생각하고 보면 됩니다. 별자리를 모르겠다면 북쪽을 바라보고 살짝 동쪽으로 틀어 북동쪽을 바라보게 합니다. 지평선보다 조금 위에 복사점이 있다 생각하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 이 시기의 복사점은 카시오페이아 자리와 페르세우스자리 사이에 위치합니다.
대강이라도 복사점 위치를 잡았다면 이제는 자리에 편안한 자세로 앉거나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헤아리며 기다릴 때입니다. 복사점 근처를 보는 것도 좋지만 유성우는 복사점 근처에서만 떨어지지 않고 하늘 전체적으로 떨어집니다. 단시 그 유성들의 궤적을 연장해보면 만나는 지점에 복사점이 있는 것이지요. 유성은 복사점에서 멀어질수록 긴 유성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밝아 보이기도 합니다. 시야를 복사점으로 두되 하늘 전반을 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일행이 있거나 관측지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면 아마도 '어 봤어?' 하는 말을 많이 들을 테고 '에이 난 못 봤는데'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될 겁니다 ^^;
유성우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게 시도를 해 볼 수 있습니다. 화각이 넓은 광각일수록 유리하지만 그만큼 유성의 궤적이 짧아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기는 합니다. 요즘은 핸드폰 카메라도 성능이 제법 좋아 핸드폰으로도 시도를 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카메라를 삼각대에 잘 고정하고 구도를 잡습니다. 되도록이면 복사점이 프레임 안에 들어가면 좋습니다만 별의 일주 운동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복사점은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게 될 겁니다. 이를 고정하려면 적도의 라는 특별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구도를 잡았다면 카메라의 감도(ISO)는 실용 감도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게, 조리개는 최대 개방 (숫자가 제일 작은 것) 혹은 최대 개방에서 한단 정도 조인 정도로 두고 초점은 수동으로 무한대에 맞춰줍니다. 카메라마다 방법이 다르긴 하겠지만 하늘의 밝은 별을 기준으로 별상이 제일 작아지게끔 초점을 조정하면 됩니다. 그리고 셔터 속도는 10초 내외로 설정해줍니다.
이런 설정값은 테스트로 한두 장 찍어보면서 조절을 해주면 됩니다. 너무 밝다면 셔터 속도를 보다 빠르게 하거나 너무 어두우면 감도를 더 높이거나 조리개를 더 열어주는 식으로 조절을 해줍니다. 셔터 속도도 15초 정도까지는 올려도 괜찮습니다. (이는 렌즈의 화각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테스트로 찍어보고 별이 흐르지 않는 정도면 됩니다)
설정이 끝났다면 카메라 내장 기능 중에 인터벌 기능이 있다면 해당 기능으로 연속으로 사진을 자동으로 찍게 두면 되고 그 기능이 없다면 연사 모드로 두고 릴리즈 같은 걸로 셔터를 계속 눌러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리를 깔고 별을 보면서 카메라는 자동으로 사진을 기록해두는 겁니다. 그렇게 많은 사진을 남겨두면 그중에는 봤거나 아니면 놓친 유성들이 찍혀 있을 겁니다.
찍은 사진을 이어서 동영상으로 만들어도 좋은 영상이 되고 혹은 전부 하나의 사진으로 만들어서 별의 일주운동 중 찍힌 유성을 표현해도 재밌는 사진이 됩니다. 개별 사진으로 남은 유성만 봐도 좋습니다 ^^
최근 몇 년간 이런 천문 현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측지를 찾는 인파도 늘어났습니다. 어두운 장소에서 이뤄지는 활동이다 보니 무엇보다도 안전이 제일 중요합니다. 간혹 사진을 찍는데 방해된다고 전조등조차 끄고 다니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가급적이면 전조등은 키고 진입하고 주차가 끝났다면 서둘러 전조등을 꺼주는 매너가 필요하긴 합니다만 전조등을 끄고 주차장을 돌아다니는 건 안전을 해치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몇 년 전에는 주차장에서 자리를 깔고 별을 보던 분들이 전조등 끄고 오는 차에 깔릴뻔한 사고가 있었던 적도 있다 합니다. 분명 배려는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안전이라 생각하고 행동을 해주는 게 중요할 듯합니다.
더불어 코로나로 이런저런 문제가 많은 시기인데 관측지에 인파가 많다면 그중에 방역수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할 거 같네요. 무엇보다 안전한 상황에서 유성우 관측에 성공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