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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하우트 Aug 19. 2021

21.08.19 관측 일지

근래 들어 오래간만에 만난 화창한 하늘

어제 목성을 보고 나서 어느 정도 밤하늘에 대한 갈증이 가셨습니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오늘은 오히려 어제보다도 더 구름이 적은 날씨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운동인 러닝을 하면서도 힐끗힐끗 하늘을 쳐다보는데 어제보다 좋은 하늘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달이 조금 밝긴 했지만 어차피 집에 가서 씻고 나오면 뉘엿뉘엿 질 운명이라 개의치 않았고 오늘 역시 씻고 나와서 집 앞에 쌍안경을 설치해 놓고 별빛 구경을 하기로 맘먹었습니다.


첫 번째 대상으로는 어제 봤던 목성과 토성을 살펴보았습니다. 목성의 4대 위성은 어제 봤을 때보다 많이 서로 떨어져 보였습니다. 보조 관측기구로 쓰는 7x50 쌍안경으로 살펴보아도 목성 옆에 4대 위성이 잘 보일 정도였습니다. 어제에 이어 목성 스케치를 할까 하다 오늘은 어제 보지 못한 M31 안드로메다 은하를 스케치하자 하고 안드로메다 자리 근처로 쌍안경을 옮겼습니다.


안드로메다 자리의 베타성인 미라크를 기준으로 카시오페이아 자리 방향으로 보다 보면 있습니다. 미라크에서 카시오페이아 방향으로 안드로메다 자리 뮤, 안드로메다 자리 뉴 별이 있는데 이 두 별을 쭉 따라가다 보면 뉴 옆쪽으로 위치해 있습니다. 파인더를 이용하면 쉽게 호핑이 가능하지만 아직 쌍안경에 파인더를 둘만한 마땅한 방법을 못 찾아서 7X50으로 위치를 확인 후 찾아보았습니다. 


광해 때문에 하늘의 밝기가 밝은 탓도 있는 데다 아무래도 주택가다 보니 주변 잡광들이 있어 암 적응이 완벽하지도 주변 어둠이 완벽하지도 못해서 중심부 핵이 진하게 보이진 않았습니다. 7배 파인더로 보는 것보다는 크지만 여전히 솜뭉치 모양을 하고 있고 나선팔의 구조등은 눈으로 분간이 가지 않았습니다. 보다 제대로 된 관측지에서 암 적응을 제대로 한다면 화각을 거의 채운 안드로메다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스케치를 했습니다. 동반 은하인 M32와 M110은 분간이 가지 않았습니다.


스케치를 이제 막 시작해 경험이 크지 않아서 4b연필 한 자루로 그리는데 별을 찍는 게 좀 서투른 듯합니다. 점찍듯 톡톡 치면 잘 안 그려지고 빙글 돌리면 생각보다 크게 표현되고 그래서 점을 여러 번 찍는데  별상이 맘처럼 이쁘게 찍어지진 못하네요. 은하 부분은 연필을 눕혀 명암을 넣은 뒤 손으로 문질러 퍼지게 표현을 했습니다.


안드로메다 은하 M31 스케치


다음은 카시오페이아 자리와 페르세우스 자리 중간에 위치한 이중 성단을 찾아보았습니다. 정식 명칭은 페르세우스 자리 이중 성단이라 부르지만 찾는 건 카시오페이아 자리에서 시작해서 찾습니다. 카시오페이아 W 모양에서 가운데 별인 나비(감마)와 그 옆에 있는 루츠바흐(델타) 별을 있는 선을 연장해서 두 별 사이 거리의 두배 정도를 연장해 가다 보면 보입니다. 하늘이 충분히 어둡다면 맨눈으로 볼 수 있다고는 하는데 제주시에서는 북쪽 하늘이 제법 밝아 맨눈으로 본 적은 없는 듯합니다.


예전에 사진으로 남겨놨던 걸 생각하면서 노트에 스케치를 시작합니다. 이런 산개성단의 경우 별들이 적당히 퍼져있어 연습하기 좋은 대상인 거 같습니다. 시야 안에 들어온 별들을 다 그려 넣어 보고 싶지만 굵은 연필로 스케치를 하자니 조금 어렵고 쌍안경이 직시형이라 고도가 조금 높아지면 관측 자세가 불편해지는 단점이 있네요. 이럴 땐 '적당히 하늘이 밝은 것도 덜 피곤하게 스케치를 해주게 하는 장점이 있구나'라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 시작단계라 시야 내에 각 별 사이의 간격 가늠이 아직은 서툴러서 이게 제대로 별을 그려 넣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NGC869 NGC884 이중 성단


이중 성단을 스케치하는 사이 여름철 대삼각형 근처로 커다란 화구(유성 중 밝은 유성을 칭함)를 보았습니다. 얼핏 보아도 지속시간이 2초 내외였고 길이도 백조자리 길이 정도로 떨어졌는데 입에서 절로 '우와'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아직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활동 중인 시기라 그런지 이런 큰 화구들이 제법 떨어지는 듯합니다. 물론 유성우 활동 시기가 아니라도 새벽에 유성을 보는 게 그리 어렵진 않은 편이긴 합니다 ^^;


예전 같았으면 보다 어두운 관측지로 가서 사진도 걸어놓고 그러면서 별 헤는 밤을 보냈을 테지만 아직은 그럴 수 있는 때가 아니라 아쉽긴 했습니다. 그래도 애들이 한 해 두 해 지나감에 따라 크다 보면 언젠간 다시 그럴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르게 생각한다면 덕분에 요즘은 안시 관측에 집중하고 이렇게 스케치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거 아닐까 싶네요. 어떻게 하면 잘 그릴까 고민에 이런저런 다른 별지기들을 보니 도구가 좀 다양해 보였습니다. 전부 똑같이 할 거까지는 없겠지만 얇은 샤프와 일반 0.5미리의 샤프 정도만 갖춰도 별을 스케치하는데 도움이 될 거 같네요. 다음번엔 한번 시도를 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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