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말하우트 Aug 05. 2015

망원경 구매 고민 중인 당신께

장비 구입 전 알아야 할 내용

오늘은 본격적으로 밤하늘을 보는 장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풀어볼까 합니다. 다른 글에서는 맨눈으로 별을 보는 법, 그리고 부담 없는 선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장비(쌍안경)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맨눈, 쌍안경 이런 걸로 봐봐야 감흥도 없고 별 그거 고배율로 쭈욱 당겨서 무조건 크게 봐야 제맛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오해를 풀어주고자 합니다.


오해 첫 번째 배율이 전부가 아니다.

쌍안경도 마찬가지지만 망원경은 일단 기본적으로 멀리 있는 대상을 가까이 보기 위한 장비라고만 보시면 안됩니다. 흔히 이쪽 장비 세계에서는 '구경이  깡패다'라는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합니다. 멀리 있는 대상을 가까이 보기 위함이면 '배율이  깡패다'라는 말이 나와야 정상인데 왜 구경이 깡패라는 말을 할까요?


기본적으로 망원경과 같은 광학장비는 빛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런 집광력이 좋아야 어두운 대상도 밝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서 쌍안경을 추천한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맨눈으로 보는 것 보다는 쌍안경을 통해서 보면 집광력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이 집광력은 광학기기의 구경과 관계가 있습니다. 즉 구경이 커질수록 집광력이 좋고 집광력이 좋을수록 어두운 대상을 더 잘 볼 수 있는 힘이 됩니다.


물론 배율이 높으면 행성 같은 대상을 더 크고 디테일하게 볼 수는 있겠지만 성운이나 성단들은 오히려 고배율의 좁은 시야가 전체를 보지 못하는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배율 역시 구경과 상관관계가 있으며 구경 못지 않게 관측 당시의 하늘, 기상의 영향도 크게 받습니다.

오해 두 번째 망원경으로 별자리를 본다

천체관측을 할 때 보이는 시야는 맨눈이 제일 넓고 그 다음이 쌍안경, 망원경 순으로 좁아집니다. 따라서 망원경으로 별자리를 관측한다는건 아주 좁은 시야의 별자리가 아닌 이상에는  불가능합니다. 


같은 이치로 망원경으로 유성(별똥별)을 관측한다는 것 역시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


또 이와 비슷한 오해가 망원경으로 별을 본다는 이야기인데요.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보통 망원경으로는 별을 잘 보지 않습니다. 사실 망원경으로 보나 안보나 별은 똑같은 별이기 때문입니다.

전갈자리 안타레스 (중앙의 노란별)

태양을 제외한 나머지 '별' 이란 대상은 아무리 큰 고배율로 봐야 너무 멀리 있기 때문에 똑같은 점으로 보입니다. 이전 글에도 밝혔다시피 제일 가까운 별이라고 해도 빛으로 4년이나 걸리는 거리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크게 확대한다는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간혹 천문대 견학을 가면 시리우스와 같은 대상을 보여줄 때도 있긴 하지만 망원경으로 별을 보는 상황은 이중성/쌍성과 같은 맨눈으로는 하나의 별인데 망원경을 통해서 보면 두개의 별이 붙어있는 것과 같은 대상을 보는 경우가 아니라면 특정 별 하나만은 잘 보지 않습니다 ^^;

오해 세 번째 망원경으로 보면 사진처럼 보인다

천체사진이 가지고 오는 오해입니다. 안드로메다 은하의 사진이나 오리온 대성운, 말머리성운 등의 사진들을 보면서 '망원경으로 보면 이렇게 보이나 보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대단한 오해입니다.

안드로메다 은하 절대 이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흔히 검색하면 보이는 이러한 은하의 사진들. 사실 눈으로 보면 처음 관측하는 사람들은 이게 안드로메다 은하인지도 모를 정도로 희미하게 보입니다. 가운데 핵정도가 조금 밝게 보이고 주변부는 뿌연 구름처럼 희미하게 보일까 말까 한 정도입니다. 왜 이렇게 다를까요?


그것은 천체사진 대부분이 이미지 처리를 해서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일단 사진은 필름이나 카메라 센서에 노광 되는 빛의 양을 늘릴 수 있습니다. 그것이 10초가 되었건 한 시간이 되었건 들어오는 빛을  누적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렴풋한 어두운 빛도 누적시켜 처리하면 화려한 성운끼로 탄생하게 됩니다.


그치만 사람의 눈은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누적시킬 방법이 없습니다. 또한 사람의 눈은 암 적응되어 어두운 환경이 되면 밝은 빛에 민감한 원추세포가 반응하는 게 아닌, 약한빛에 민감한 간상세포가 반응하게 됩니다. 원추세포가 물체의 형태, 명암, 색깔을 모두 볼 수 있다면 간상세포는 약한 빛을 감지하여 형태와 명암은 볼 수 있지만 색은 구분하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망원경을 통해 보는 대상과 사진의 차이가 엄청나게 나게 됩니다. 사진으로는 아무리 화려한 대상도 막상 눈으로 보면 흑백의 희뿌연 구름처럼 보이게 되는 겁니다.


또한 원추세포는 망막의 중심부에, 간상세포는 주변부에 주로 분포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천체를 볼 때 잘 안 보인다면 주변시를 활용하면 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망원경에 대한 환상을 조금 깨는 글이 되긴 했는데요. 사실은 이 환상을 조금은 깨야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지 않을 듯합니다.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 상황에서 망원경을 구매하고 제대로 된 망원경을 구매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점. 망원경은 제대로 된 것을 샀는데 운용 방법을 모르거나 혹은 관측했는데 생각만큼 보이지 않아서 실망하고 다시 되팔거나 창고에서 먼지만 쌓이는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생각만큼 화려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맨눈으로 별자리를 보고 흥미가 생겨 쌍안경을 사서 좀 더 보다가 아쉬울 때 망원경을 구매하면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저런 공부를 하지도 않고 별본답시고 덜컥 장비부터 구매하면 그 활용도는 무지 떨어질 것입니다.


고가의 장비를 사기 전 우선은 가까운 천문대 견학을 몇 번 해보고 망원경으로 보이는 대상이 어떤지 먼저 확인 후 결정을 하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


다음번에는 천체망원경의 종류와 그 외 필요한 장비 목적에 맞는 장비 구매에 대한 글을 한번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태양을 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