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던 나날의 기록
이가 났으니 응당 물어야지.
2023년 8월, 19개월
잠들기까지 한참을 까불고 뒤척이며 노느라 힘 빼는 시간,
돌아누웠다가 엎드렸다가
돌연 앉더니 일어서서 방방 뛰고
그런 아이를 잡아 다시 눕히면
폭 안기는가 싶다가 이내 쏙 빠져나가
다시 몸을 일으키고 하느라 보내는 시간이
족히 30분은 지나야 졸린 눈을 부비고 하품을 하다
겨우 잠드는 일상이다.
잠들기까지 충분히 에너지도 쓰고
몸으로 부비며 기분 좋게 잤으면 하는 마음에
크게 제지 않고 놀아주거나 노는 걸 지켜보며 기다려주는 편이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방방 뛰는 아이를 잡아 배 위에 엎어트렸다.
그럴 때 몸이 축 처지면 등을 가볍게 토닥토닥하는데
이러다 잠드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오른쪽 어깨 밑으로 날카로운 통증이 찌르듯 파고들었다.
품에 얼굴을 묻은 채로 물어버린 것이다.
이런 적이 처음도 아니고 해서
오늘은 진짜 제대로 가르치리 작정하고
곧바로 아이를 떼내어 등을 대게 눕히고
두 팔을 힘주어 잡으며
“안돼! 물면 안 되는 거야!”
했다.
깜짝 놀란 아이가
어둠 속에서 두 눈만 꿈뻑꿈뻑.
“물지 마! 무는 거 아니야!”
다시 힘주어 말했다.
힘에 압도당한 듯
분위기에 압도당한 듯
놀란 아이는 여전히
두 눈이 땡그래져서는 꿈뻑이고 있다.
얼어붙은 듯 빠져나가려는 시도도 않은 채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눈만 감았다 떴다 했다.
아이에게 겁을 줘버린 걸까
마음이 아팠다.
안 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알려주려 하지만
늘 이게 맞는 걸까 방법적인 갈등이 있다.
그러고도 몇 분을 더 뒤척이고 놀다 잦아들긴 했지만
확실히 아이는 순식간에 풀이 죽은 듯
나를 물끄러미 보기도 했다.
태은이 모르고 그런 거지?
그래 엄마가 태은이 모르는 거 알려주려고 그런 거야-
인형은 괜찮은데 사람은 물면 안 되는 거야.
근데 태은이 조금 놀랐지? 그랬을 거 같네
너무 무섭게 얘기해서 엄마도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곤 잠든 아이 옆에서 가만히 생각해 본다.
이쁘다고 귀엽다고
발이며 팔이며 엉덩이며
살짝씩 깨물곤 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화끈거린다.
2023년 12월, 23개월
그래봤자 좀 더 놀고 싶어서 일어나 뛴 건데
그래봤자 내가 좋아서 달려와 안기고 몸으로 뭉개고 얼굴을 부비다
조금 흥분해서 깨문 건데
힘조절도 안되고
마음 조절은 더 어려운 23개월 아기한테
나는 뭐 그렇게까지 화가 났을까.
왜 그 순간이면 화를 멈추지 못할까.
결국 후회하고 미안할 걸 알면서도
왜 자꾸만 화를 더 내고만 있는 걸까.
그러면서도 순간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화, 서러움, 속상함 힘듦 등의 기분..
하 진짜 별로다.
이래저래 지쳐 잠든 아이 곁을 일어서질 못하고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만지며
토닥토닥이고 있다.
나는 못내 지르지 못한 감정을
태은이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참고 묻으면 되겠지 했던 검은 것들이
폭발물이 되어 쌓여있었고
엉뚱하게도
그리고 가장 잘못됐게도
그걸 태은이에게 쏟아붓고 말았다.
3시간을 꼬박 자고 일어난 아이는
어김없이 엄마를 찾는다.
깜깜한 속에서 태은이를 안고
미안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다시 일그러지며 울어버린다.
가슴이 찢어질 거 같다.
통보식이 될까 염려되어
계속해서 되내듯 얘기했다.
미안해
엄마가 아무리 힘들고 화나도 그러면 안 됐는데
잘못했어 용서해 줘
안 그러도록 노력할게
정말 미안해
2024년 6월, 29개월
침대에서 뒹굴고 놀며 기분이 좋으면
가끔 깨물거나 꼬집는 일이 있다.
오늘은
아침에 깨물고
낮잠 전 꼬집었다,
둘 다 같은 곳을,
왼 팔 안쪽�
아이가 기분 좋고 신나다 보니
순간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지만
부처처럼 넘기기엔 나도 너무 아픈 것.
낮잠 전에는
꼬집은 손을 꽉 붙잡고 10초 정도 눈맞춤하며 정적을 가졌더니
곧바로 본인 잘못을 아는지
불편한 공기를 견디지 못하고
두 손으로 졸린 듯 얼굴을 부빈다.
그 모습이 또 짠하지만
안 되는 건 가르쳐야 한다.
분명 태은이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한 이 훈육이
잔소리로 길어지지 않게 신경 쓴다.
꼬집는 건 안돼,
태은이가 이제 힘이 세져서 정말로 아파.
다른 사람 아프게 하지 말자
정도로 얘기하고
이제 정말 자라고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다.
5분도 채 안되어 잠든 숨소리를 내길래
갖고 놀던 빨간 스포츠카와 파란 레미콘 장난감을 조심스럽게 빼고
볼에 뽀뽀를 해주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엄마 탸댱해요..”라고 하곤
입을 쩝쩝 다신다.
이렇게 예쁘고 소중한 존재가 어떻게 내게 왔을까.
나를 살리고 일으키고
내 삶을 모든 가치로 채워주는 내 예쁜 아기야
사랑해
#구강기
#입질기
#무는아이
#무는시기
#다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