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정말 뭘까?
2025년 9월, 43개월
정확히는 9월 13일의 일이다.
우리 가족은 다같이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
해열시럽 같은 주황 햇살에 길어진 그림자가 일렁일 즈음
집 근처 아웃렛으로 향했다.
엄마: 저녁 되니까 시원하다! 오늘은 놀이터에서도 좀 놀자!
태은이: 어 좋아! 아빠! 나 그 미끄럼틀 타고 싶어! 그리고 나 자동차도 하나만 사줘, 응?
아빠: 그래! 대신에 저녁 잘 먹으면 사줄게, 어때? 태은이가 좋아하는 자장면 어때?
태은이: 어! 어! 좋아 좋아! 자장면 먹을 거야!
엄마: 오오 그럼 엄마는 해산물 볶음밥 먹어야지! 신난다!
4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정말 즐겁다,
아이보다 10배 많은 나이를 먹은 부모이지만
4살의 마음으로 4살인양 왁자지껄 행동하면
정말 4살처럼 거리낌 없이 즐거워질 수 있다.
아이가 우리에게 매일 몸소 가르쳐주고 있지 않나,
좀 더 큰 소리로 웃으라고.
좀 더 꽈악 안아주라고.
같이 여기저기로 뛰어다니자고.
꿉꿉한 여름밤의 공기를 잔뜩 마시고
아이의 머리카락이 땀으로 반짝거릴 즈음
아웃렛도 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다.
"아 정말 기분 좋은 밤외출이었다!"
선언하듯 내뱉으며 안전벨트를 매는데
뒷좌석 카시트에 앉은 태은이가 조금은 격앙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2025년 11월, 45개월
월화수요일, 2박 3일 동안
문화센터에서 친해진 친구들과 공주로 여행을 다녀왔다.
영유아들이라면 한 번쯤은 거쳐가는 문화센터 체육놀이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
아이의 친구로 조심스럽게 눈인사를 나눈 것이 1년 10개월 전의 일이다.
아이들을 통해서 만났지만 우리도 친구가 되자고,
[누구의 엄마]가 아닌 이름으로 서로를 불러주자고 시작된 인연들이다.
그리고 문화센터는 끝이 났지만 우리들의 인연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아이 넷, 엄마 넷 총 여덟명이서
공주에서의 가을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왔지만
2박 3일 간 운전과 쌓인 피로의 후폭풍을 맞은 나는
가벼운 몸살기가 올라와 일찍 자기 위해 태은이와 함께 누웠다.
"엄마! 오늘 나랑 같이 자는 거야?"
평소 아이와 남편 먼저 자라고 불을 꺼주고 나와서
나는 거실에서 새벽 두어 시까지 놀다 들어가는 일상이라
오랜만에 내가 옆에 눕자 태은이는 신이 났다.
엄마랑 자니까 너무 좋아! 하며 품으로 파고드는 17.4kg 강아지는
너무 따뜻하고 말캉하고 좋은 냄새가 난다.
나는 아이 등을 천천히 토닥이며 물었다.
엄마: "태은아, 태은이가 아주아주 작았을 때, 블루베리 만했을 때, 엄마 뱃속에 있던 거 기억나?"
태은이: "응! 기억나지!"
엄마: "그래? 그때 어땠어?"
태은이: "... 좋았어! 포근하고 따뜻했거든!"
엄마: "와아 그랬구나! 엄마 뱃속에서 뭐 하고 놀았어?"
태은이: "으응 장난도 치고 또 엄마아빠 목소리도 들었지!"
엄마: "그랬구나아! 블루베리만 하던 태은이가 호두만 해지고! 레몬만 해지고! 자몽! 수박만 해지더니.."
태은이: "내가 뿅! 하고 나온 거야?"
엄마: "그렇지, 엄마 뱃속에서 뿅! 하고 나와서 엄마랑 아빠를 만났지~"
태은이: "나 엄마랑 아빠를 만나서 정말 좋았어!"
... 그랬구나, 태은이는 엄마아빠를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았어? 하고 묻자
아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답했다:
#knock_down
#사랑스러움에_넋이나가버림
#엉엉
#네살만세
#네살끝나지마
#세상에서제일많이우주너머까지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