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나도 당연하지 않다.

by FONDOF

2024년 7월, 30개월








오후 두 시경, 낮잠 타임.


넓은 침대를 뒹굴뒹굴 굴러다니던 작은 인간이

구르고 구르다 내 오른 옆구리에 쏙 들어와서는

부비적부비적 눈이며 코며 얼굴을 마구 부벼댄다.

'이제 졸린가 보다.. 곧 잠들겠군..'


아이가 잠들기까지 옆에 누워

곰 앞에서 죽은 척했던 우화 속 누군가처럼

꼼짝 않고 자는 척하되 정말로 잠들어버리지는 않기 위해

(아이가 자는 동안 나도 두어 시간 마음껏 놀고먹고 쉬기 위해)

도를 닦는 심경으로 버티고 있던 차였다.

그때,



“흐응.. 구게 나쁜가..? 때리는 거가.. 나쁜 겅가..?”

혼잣말하듯 아이가 묻는다.

실눈을 떠 바라본 아이는 천장을 멀뚱히 응시하다가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다시 물어보기를

"엄마, 나쁭거야?"


자꾸 말 보다 행동이 우선되면서

엄마아빠며 벽이며 바닥이며 때리려 하는 일이 잦은 시기였다.

그럴 때마다 [때리는 건 나쁜 거야]라고 가르쳐 온 걸

가만히 곱씹어보는 듯하다.


나는 언제나처럼

“나쁘지 태은아, 누구든지 때리는 건 안 되는 거야. 나쁜 거야.”

라고 했다.

“아니야 엄마! 안나쁘지~롱!”

장난 섞인 까불까불,

가늘게 뜬 두 눈이 반짝거린다.


“아니, 나쁜 거야. 때리는 건 나쁜 행동이야.”

다시 얘기하자 이번엔

“흐으응.. 태은이는.. 안 나쁜 건데..”

라고 한다.

서운하면서도 무안한듯한,

아이의 알쏭달쏭한 마음이 단번에 전해졌다.


“아아, 태은이가 나쁜 마음으로 때리는 건 아니라고?”

“응! 태은이는 장낭장낭(장난장난) 치는 건데~ 엄마랑 같이 장낭칠건데~”

“아 그래.. 태은이의 마음이 나쁜 게 아니라는 건 엄마가 알지,

그치만 때린다는 행동 자체는 나쁜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왜?"

"때리면 맞는 사람도 아프지만 결국 때린 사람도 아픈 거야."

"왜?"

"다른 사람을 슬프게 하면 내 마음도 병이 들거든."

하니 그제서야 아이는

더는 무리라는 듯 커다랗고 늘어지게 하품을 하더니

그대로 쌔근쌔근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잠이 다 달아나버렸다.






아이가 더 어릴 때는

모든 것이 쉽고 단순했다.


이거는 코끼리야, 코가 기다랗지?

이거는 나무야, 잎사귀가 살랑살랑~ 흔들리네?

이거는 모자! 이렇게 태은이 머리에 쓰는 거야.


눈에 보이는 그대로,

모양새나 기능 정도만 알려주면 됐었다.

보여주고

만져볼 수 있게 해 주고

입에 넣어봐도 되는지 정도만 판단하면 됐었다.

1차원적인 설명은 어렵지 않았다.


아이게 커감에 따라 이제는

[알고는 있지만 알려줘 본 적은 없는 것들]에 대해서,

이를테면

양보와 배려,

규칙과 질서,

안전한 것과 위험한 것,

무례한 게 무엇인지, 예의 바른 행동은 어떤 건지-

훨씬 더 고차원적이고 구체적인 [개념]을 가르쳐야 한다.


"태은아~ 식당에서 그렇게 소리 지르면 안 돼. 무례한 거야."

라고 하면

"무례한 게 뭔데?"

라고 물어온다.

"엄마 손 잡아, 주차장에서는 위험해!"

라고 하면

"위험? 그게 뭔데?"

라고 되묻는다.


내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아이는 하나도 당연하지 않다.

나는 이제

내가 세상과 맺어온 약속의 언어와 개념들에 대해서

이 작은 인간에게 [잘] 전수해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



또 한 편으로는

살면서 이렇게 양질의 고민을 해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다.

나 또한 익숙하고 당연해진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며

아이와 같이 처음부터 하나하나

함께 [우리 만의 약속]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다.


혼자서 복기도 하고 생각도 하고 묻기도 하는 이 작은인간에게

어떻게 하는게 잘 가르쳐주는 건지를 고민하면서

아이도 나도 같이 크고 있는거구나 하는 생각이다.






내가 고여 썩지 않도록

너는 날 계속해서 흐르게 해주는구나.









#나를철학하게해주는

#작은인간

#너를가르쳐주는일

#결국내가배우는일

#엄마나이네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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