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계절의 문턱,

새 계절의 앞에서 돌아보는.

by FONDOF

2025년 5월, 39개월






여름이라 불려도 괜찮을 만한 계절이 온 것 같다.

이 계절이면

물을 워낙 좋아하는 아이라서 계곡으로,

수영장, 호텔로 물놀이를 많이 하러 다니곤 하는데

올해부터는 바닥 분수에서 조금 놀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전에 하도 뉴스에서

바닥 분수 수질에 대한 안 좋은 얘기가 나오기도 했었고,

나도 세 돌이 되기 전까지는 웬만하면

바닥 분수만큼은 조금 피하자라는 생각이었는데-

요즘 이 아이 하는 짓이나 뭐 주워 먹고 다니는 걸 보니

면역력도 어느 정도 키워진 것 같다는 생각.


우리 집 바로 앞에 있는 공원은

바닥 분수로 아주 유명한데

찾아보니 거기는 아직 운영을 안 하는 것 같고

몇 주 전에 다녀온 바, 보라매 공원 바닥 분수는

운영을 하는 것으로 확인,

갈아입을 여벌 옷과 목욕 가운까지 챙기느라 무거워진 가방에

옷은 아예 수영복으로 입히고 부랴부랴 출발을 했다.






보라매 공원까지 가는 길에

남편이 예전에 살던 동네와 다녔던 성당도 보여서

가는 길이 무척 반갑고 즐거웠다.


“태은아, 여기가 아빠가 옛날에 살았던 동네야~”

“그래?! 와아 정말 멋진 곳이다!”


공원에 도착해서 바닥 분수까지 한 10분여 걸어가는데

언제 바닥 분수가 나오나 기대하면서도

중간중간 포크레인이나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 분들이나

여러 사람들을 구경하며 또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하며 걷는 태은이,

그 아이의 손을 연신 놓쳤다잡았다 하는 남편,

그리고 그 모습들을 바쁘게 찍는 나.


저 멀리서 하얀 물줄기가 퐁퐁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보인다.

태은이는 무엇에 홀린 듯

바다분수 쪽으로 뛰어 올라가더니

그대로 몸을 적시고 신나게 놀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목에 핏대가 올라설 정도로

꺅꺅 소리를 지르는 얼굴에 환희가 가득하다.


날씨가..

집에서 볼 때는 햇빛도 나고 하늘도 파란색이었는데

막상 공원에 도착하고 보니

날이 점점 흐려지고 회색빛이 되어가더니

생각보다 바람도 차갑다.


하지만

이미 물이 닿은 아이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는 없는 법.

태은이도 처음 제대로 놀아보는 바닥 분수가

너무너무 짜릿하고 신이 났는지

너무 재밌어 너무 신나, 너무너무 즐거워라고

소리소리를 지르고

처음 보는 형, 누나, 동생, 친구들 사이를

아주 바쁘게 휘젓고 뛰어다니면서 즐거워했다.


움직이는 물과 신난 아이,

이보다 더 좋은 피사체의 조합은 없다고 생각한 나는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며

아이의 즐거운 모습을 담느라 정신이 없다.


화면 속 아이가 점점 커지며 내 쪽으로

온몸이 흠뻑 젖은,

거의 물폭탄 수준으로 달려와 안기려 하기에

“아빠아빠! 아빠한테!!”






어제 외출을 했을 때

처음으로 올해 들어서 습하다 습기 찼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과연 나무 냄새, 풀 냄새, 흙냄새가 달라졌다.

이전보다 훨씬 묵직하다.


5월 하고도 중순이 지나서야

비로소 여름이라고 불려도 괜찮은 날들이 시작되는 것 같다.

올여름은 아주 길고 아주 덥다는 예보가 많았는데

길다고 하기에는 너무 늦어진 만큼

많이 더우려나 싶어서 겁은 나지만..


물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이제 여름,

시작!






#건조할틈없었던여름

#그리고5개월뒤

#비로소가을

#패딩입기전까진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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