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듯함과 미안함의 마블링
2025년 8월, 42개월
어김없이 외출 전 결국 아이를 혼내게 된다.
아니, 혼낸다 가 아니라 화낸다, 가 맞을지도.
필요한 훈육이라 생각해서 행하지만
늘 '지금 이게 맞나' 하는 고민이 혼재한다.
나의 감정을 섞어 쏟고 있진 않나- 하는 자문에 늘 자신 없으니
육아란 그래서 어렵다.
'밥 먹자' 가
'밥 먹어' 에서
'밥 좀 먹어!' 가 되고
결국 '밥 먹으라 했지!’ 까지 가는 일상,
외출 전 신경은 서서히 곤두선다.
오늘처럼 시간약속이 정해져 있는 외출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시곗바늘은 잘도 돌아가는데
눈앞의 아이는 입 안 가득 음식을 문 채 자동차놀이에 빠져있으면
속에서 작은 기포회오리가 피어오르며 이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내 속의 끓는점은 몇 도일까.
결국 오늘도 내뱉어버렸다,
듣는 순간 아이가 반응하는 쉬운 협박.
“아우 몰라, 너 맘대로 해.”
아이는 부모의 말 내용 보다 톤을 기억한다고 하던데.
그 쉽고도 비겁한 불안버튼을 눌러버리자 어김없이 아이가 다급하게
“맘대로 안 할래! 말 들을 거야! 엄마아 말 잘 듣고 싶어어” 하며
밥알은 다 말라버리고 김은 눅눅해진 치즈김밥을 입에 욱여넣는다.
이 순간의 기분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내심 통쾌한데 동시에 자괴감도 들고..
묘한 승리감과 패배감이 한 데 엉키는.
덕분인지 때문인지
어찌어찌 약속시간은 맞춰서 외출할 수 있게 되었다.
엄마의 모드가 바뀌는 걸 실시간으로 감지하던 아이는
나의 기분이 조금 풀린 것 같자 다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엄마, 이제 기분이 다시 좋아졌지? 나도 기분이 너무 좋아!”
조금은 과하게 기쁨을 표출한다.
그 애교가 못내 짠해서
나는 또 목덜미가 뜨끈해진다.
오늘의 외출약속은 집 앞,
플레이랩 아동놀이연구소 수업이다.
집 앞 플레이랩에서 흙놀이 물감놀이
각각 40분씩 연속 두타임을 들여보냈다.
선생님께서 인도하는 대로 벽에 벨크로도 붙여보고
도토리도 주워서 다람쥐 컵에 넣어준다.
아이의 얼굴이 은은하게 상기되어 있다.
나는 유리로 둘러싸인 방 밖에 마련된 부모의자에 앉아서
곧잘 선생님을 따라 즐겁게 활동하는 아이를 바라본다.
언제 내가 저렇게 아이 곁에 딱 붙어서 새로운 놀이를 선보이고
아이랑 눈 마주치며 아이의 반응을 살피고
아이가 해보도록 손에 쥐어주며 손뼉 쳐주고 하이파이브를 했던가-
...싶은 생각이 들어 다시 엷은 우울감이 든다.
그저 좋아하는 영상이나 틀어주고
소파에 반쯤 누워 핸드폰을 보는 내 모습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가고 있다.
많이 안아주고 자주 사랑한다 얘기하며
얼굴을 맞대고 깔깔 웃고 뽀뽀하며 행복한 시간도 보내지만,
그렇기야 하지만.
아이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알려주는 것에는
게을렀던 내가 보인다.
저렇게 반짝반짝한 눈을 하고선
즐겁게 흙놀이를 하는 아이를 보노라니
뿌듯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한 데 섞여
어지러운 기분이 된다.
#한우는맛있기라도하지
#미안해하지말아야겠다
#하면서매일미안해진다
#넘치는생각
#부족한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