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이야기들에서 글자 하나를 그려가는 과정에 대해서는 설명을 했다.
물론 자세히 글자를 그리는 자세한 기법을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그 내용은 저작도구의 매뉴얼을 통해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내용이고, 디자인 프로그램을 사용해본 독자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도구의 기능을 하나씩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글자를 한두 자 그려서 그 글자를 회사의 로고로 사용하거나, 서적의 제호로 사용하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이 정도의 기능을 가지고도 충분히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숲을 이루는 방법을 오늘 설명하고자 한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폰트를 만들어 간다면, 더 복잡한 부분을 고민하기보다는 아래의 네 가지 사항을 유의해 보자. (모든 것은 개인적인 의견이고, 매우 기본적인 원칙일 뿐이다.)
1. 획의 통일성
2. 획의 굵기
3. 받침의 위치
4. 모음 세로획의 위치
이 네 가지의 사항이 한글 글자의 모임이 하나의 글꼴(폰트)이 되는 중요한 요소 임을 아래에 설명한다.
1. 획의 통일성
교부재로 제공한 "태-조각TB"는 큰 제목으로 사용하기에 적당한 굵기를 가진 글꼴로, 일종의 헤드라인 용 글꼴이다. 그러나 일반 헤드라인 계열과 다른 획의 차이를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위의 그림을 보면
빨간색 : 가로획의 좌측 끝은 상단이 뾰족하게 디자인되어 있고 이러한 획의 각도는 가급적 일관성을 유지한다.
보라색 : ㅊ ㅎ의 상단 꼭지는 세워서 디자인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 이러한 원칙을 수정해야 할 경우도 있겠지만 일단 이러한 원칙을 가진다.
파란색 : ㄱ, ㅊ, ㅅ 등의 좌측 삐침획은 시작과 끝이 거의 같은 굵기로 삐친다.
노란색 : ㅈ, ㅊ, ㅅ 등의 우측 삐침획은 시작보다 끝이 굵어지고 그 각도는 일관성을 가진다.
이러한 특징을 원칙으로 정했다면 가급적 전 글자에 이러한 원칙을 지켜나가도록 한다.
(이 특징은 "태-조각"체 전체에 적용되어 약간의 예외는 있지만, "태-조각T", "태-조각O", "태-조각V" 모두에 하나의 원칙으로 적용되게 된다.)
이처럼 하나의 글꼴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 규정을 만들고, 이름 바탕으로 글자를 만들어 나가야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글자들의 세트가 하나의 글꼴로 보인다.
캘리그라프에서는 "다정한..."의 "다"와 "... 합니다"의 "다"를 다르게 쓸 수 있지만, 하나의 폰트에서는 하나의 "다"라는 글자를 가지고 모든 경우의 "다"를 지원해야 한다. 따라서 특정한 글자가 너무 튀어 버리면 다른 글자와의 조화를 무너뜨리게 된다.
결국은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2. 획의 굵기
획의 굵기는 다른 글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세로획이 가로 획 보다 굵게 디자인 되게 된다. 그러나 목적이 다르다면 "태-공작"체와 같이 가로의 획을 의도적으로 굵게 디자인하기도 한다.
"태-조각TB"의 경우에는 헤드라인 계열의 굵은 글꼴이므로 그 굵기가 매우 굵은 글자체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로획 또는 세로획이 비슷한 굵기를 가진다. 그러나 획이 많아지는 경우는 전체적인 시작적 효과를 위하여 굵기를 조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빼"와 같이 세로획이 많거나, "룰"과 같이 가로획이 많은 경우 "쐤"과 같이 가로 세로로 다양하게 가로지르는 획이 많은 경우에는 획의 굵기를 조정하여야 한다.
위의 그림을 보면 붉게 표시된 "뺄"의 세로획들은 "따"의 세로획에 비하여 15% 이상 가는 획을 가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글자 내에서 세로획들의 굵기는 거의 비슷하게 조정한다.
단, "ㅐ" 나 "ㅔ"의 경우처럼 세로획이 두 개의 획을 가질 경우 우측의 획이 안의 획보다 약간 두껍게 디자인되어야 전체적인 시각적 발란스가 맞는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시각적 발란스는 시대에 따라,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일반적인 글자의 안정감을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동의하지 않으시는 분은 무시하시면 된다.)
광고나 큰 제목에 들어가는 글자가 점점 더 굵어지는 추세이다.
이때 과연 얼마나 굵게 글자를 디자인해야 하느냐는 디자이너의 주관적인 판단이겠지만, 예전에 사식기를 가지고 글자를 찍을 때의 원칙을 우리 회사의 대표 디자이너께 들었더니, 문자판의 글자에서 글자의 공간이 보이는 수준까지는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빛이 그 사진판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크기는 아마 12포인트 정도였다고 기억한다.(오류가 있다면 알려주시길...) 그러나 사진으로 빛이 유리판을 투사하여 글자를 찍어내는 시절이 지났으므로 이제는 모든 것은 디자이너의 선택일 뿐이다.
과거의 원칙은 과거의 원칙일 뿐...
(3, 4의 원칙은 다음 글에서 마저 설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