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열린 인공지능의 시대 - 1/2 (by Bill Gates)
(제목에 기재한 바와 같이 빌 게이츠의 대중 서한 내용을 번역하였습니다. 미흡한 번역으로 오역이 생길 수 있으며, 발견하여 알려주시면 많은 분들의 유익한 정보 취득을 위해 즉시 수정 조치 하겠습니다. 번역에 있어 빌 게이츠의 평소 대중 연설 기조를 반영하여 부드러운 구어체를 채택하였고, 의미가 불분명할 수 있는 표현에는 영문 원어 표현을 가하였습니다. 글이 길어 두 편으로 나누어 개제하며, 원문의 링크는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별도 업데이트로 공유하였고 본 글의 하단에도 기재하겠습니다.)
제 일생에서, 정말 혁명적이라고 느낀 기술 시연이 두 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1980년으로, 제가 윈도를 포함한 모든 현대 운영 체제의 전신인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raphical user interface: GUI)를 접했을 때입니다. 저는 그 때 기술 시연을 진행해준 천재적인 프로그래머 찰스 시모니(Charles Simonyi)와 함께 앉아 이러한 사용자 친화적 컴퓨팅 접근 방식이 우리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 할 지에 대한 브레인 스토밍을 진행하였습니다.
결국 찰스는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하게 되었고, 윈도는 회사의 중심 축이 되었으며, 그 자리에서 논의한 아이디어들이 이후 15년 동안 회사의 주요 어젠다를 설정하는 모태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바로 작년입니다. 제가 OpenAI 팀과 처음 만난 것은 2016년이고 팀의 꾸준한 진전에 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22년 중반 즈음, 팀의 기술적 진전이 매우 흥미로웠던 저는 "AP 시험의 생물학 과목을 패스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수 있는지"라는 도전적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이것은 특화해서 학습하지 않은 질문에 대해 답변할 수 있도록 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과제입니다. (AP 시험의 생물학 과목을 제시한 이유는 단순한 과학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물학 자체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도록 요구하는 시험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수준에 이를 수 있다면 진정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처음에는 팀이 이 문제로 2~3년 정도 바쁘게 지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팀은 불과 몇 달 만에 이 과제를 끝내버렸습니다. 9월에 다시 만나서는 팀의 인공지능 모델인 GPT에게 AP 생물학 시험 문제 중 60개를 물었을 때 59개를 맞추는 것을 지켜보면서 저는 경외감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같은 시험에 출제된 6개의 에세이 문제에 대해서도 탁월한 수준의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이 답변은 실제 채점에서도 5점 만점을 받았고, 통상 이 정도 점수는 대학 수준의 생물학 과정에서 A 또는 A+를 받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테스트를 훌륭하게 통과한 이후, 과학 분야 외 질문도 던져보았습니다.
"아이가 아플 때 아버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까요?"
그에 대한 답변은 아마도 그 방 안에 있었던 우리 각자가 내놓았을 대답보다 훨씬 더 사려 깊은 내용이었습니다. 이 모든 경험은 정말이지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이후 가장 중요한 기술 발전을 목격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생각은 인공지능이 향후 5년, 10년 동안 어떤 것들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마이크로프로세서,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 휴대폰의 탄생 만큼 근본적인 것입니다. 사람들이 일하고, 배우고, 여행하고, 건강을 관리하고, 서로 소통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모든 산업이 이를 중심으로 방향성을 설정하게 될 것이고 각 기업은 인공지능을 얼마나 잘 사용하는지에 따라 차별화될 것입니다.
저는 이제 자선 사업을 전업으로 삼고 있고, 그 영향으로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 외에도 세계 최악의 불평등을 줄여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불평등은 건강 문제입니다. 세계적으로, 매년 5세 미만 유아동 약 500만 명이 사망합니다. 20년 전 1천만명에 비해서는 감소했습니다만, 여전히 놀라울 만큼 높은 숫자입니다. 이렇게 죽어간 유아동은 거의 대부분 가난한 나라에 태어나 설사나 말라리아와 같은 예방할 수 있는 질병으로 죽어갔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보다 인공지능을 값지게 활용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미국같은 경우에는 불평등을 줄이는 가장 큰 기회는 교육, 특히 학생들이 수학적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에 있습니다. 학생들이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지 기본적인 수학적 소양을 갖추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는 많습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하향하고 있으며 특히 흑인, 라틴계,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추세를 바꾸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는 제가 인공지능이 세상을 더욱 평등하게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하는 또 다른 이슈입니다. 기후 변화의 부조리는 문제를 일으키는 데에 가장 적게 기여한 사람들이 그로 인해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인공지능이 이 문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배우는 중이지만 잠재력이 기대되는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하려고 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인공지능이 게이츠 재단의 관심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아주 기대가 크며 재단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인공지능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부유한 사람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인공지능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와 자선단체들은 이러한 불평등을 줄이는 것, 최소한 불평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있어서 주된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것이 인공지능과 관련한 저의 가장 큰 우선순위입니다.
파괴적인 신기술(new technology that's so disruptive)은 대개 사람들에게 불편감을 느끼게 만들고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력, 사법 체계, 개인 정보 보호, 편견 등 많은 문제에 대해 걱정 어린 시선이 나오는 것도 이해합니다. 또한 인공지능은 사실관계를 잘못 인지(make factual mistakes)하거나 환각을 경험(experience hallucinations)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하기 전에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을 정의한 뒤, 인공지능이 일터에서 사람들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생명을 구하며 교육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기술적으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델을 의미합니다. ChatGPT와 같은 기능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인공지능인데, 이런 경우 채팅을 더 잘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지만 다른 작업은 배울 수 없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인공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라는 용어는 모든 작업이나 주제를 학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합니다.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생성하는 방법이나 생성할 수 있는지 여부조차 컴퓨팅 업계에서 활발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인공지능과 인공일반지능을 개발하는 것은 컴퓨팅 산업의 거대한 꿈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수십 년 간 끌어온 문제는 컴퓨터가 언제 연산 이외의 분야에서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거대 컴퓨팅 파워가 보급되면서 정교한 인공지능이 현실화되었으며 매우 빠르게 개선되어 갈 것입니다.
저는 개인용 컴퓨터(personal computing)로 인한 혁명의 초기, 소프트웨어 산업이란 아주 작아서 종사자 모두가 연단에 올라 서있을 수 있었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소프트웨어 산업은 글로벌 산업이 되었습니다. 현재 소프트웨어 산업의 많은 부분이 인공지능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 혁신은 마이크로프로세서 혁신 당시 경험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전될 것입니다. 머지 않아서 인공지능 이전 시대는,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화면을 탭하는 대신 C:> 프롬프트에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을 말하던 시대만큼 멀리 느껴질 것입니다.
인간은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GPT보다 낫지만, 많은 직업이 그런 능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영업사원이 수행하는 과업들(디지털 및 유선 기반), 서비스 또는 문서 관리(매입채무, 회계, 보험금 청구 등) 같이 의사결정이 필요하지만 지속적인 재교육까지 필요하지는 않은 일들이 해당합니다. 회사는 이러한 활동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대부분의 경우 잘 수행된 일과 잘못 수행된 일의 예시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훈련받고, 이러한 데이터셋은 곧 인공지능 학습에도 사용되어 사람들이 이러한 일을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게 될 것입니다.
컴퓨팅 파워가 저렴해짐에 따라 GPT의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능력은 점점 당신의 여러 업무를 도울 수 있는 사무직 근로자와 유사하게 되어 갈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것을 코파일럿(co-pilot)을 갖게 되는 것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오피스와 같은 프로그램에 완전하게 녹아든 인공지능은 당신의 업무능력을 향상시킬 것입니다. (예시로 이메일을 쓰거나 수신함을 관리하는 것 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종국적으로 당신이 컴퓨터를 제어하는 주된 방식은 더 이상 메뉴와 대화 상자를 가리키거나 클릭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에 당신은 평범한(plain) 영어로 요청 사항을 작성하게 될 것입니다. (심지어 인공지능은 영어 뿐 아니라 다른 언어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올 초 인도에서 저는 인공지능에 종사하고 있는 연구자들을 만나 보았는데, 이미 인도에서 사용되는 많은 언어를 이해할 인공지능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개인 에이전트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디지털 개인 비서라고 이해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최신 이메일을 읽어보고, 참석한 회의에 대해 알고, 귀찮게 일일이 챙겨야 하는 작업의 내용을 안내합니다. 이러한 환경을 잘 활용하면 하고 싶지 않을지라도 업무 효율이 향상되며 원치 않는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