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책들을 접하다 보면 양가감정이 든다.
“나도 쓸 수 있겠는데?”
“내가 어떻게 써!!”
특히 잘 쓴 글들은 보면서 나는 내 재능에 한계를 느낀다. 하지만 여태까지 내가 쓴 글을 보면 내 글도 나름 잘 썼다는 생각이 들면서 슬며시 용기가 생긴다. 내 글도 괜찮잖아? 하면서. 아이러니 한 것은 힘든 하루를 보내면 평탄한 하루를 보낸 날 보다 할 말이 좀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깨지고 엎어지면서 쓸거리가 생긴다. 그렇다고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힘든 하루를 보내고 싶냐? 그건 저얼대 아니다.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 글보다 더 중요한 건 내 삶이다. 물론 글을 잘 쓰는 것은 나에게 중요한 과업이다. 내가 쓰는 글은 내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 일 것이다. 그래서 내 상태가 글을 쓰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오늘따라 글이 잘 써지지 않고 힘에 부친다. 한쪽 반을 써야 하는데 쓸 거리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럴 땐 어떻해야 하나?
오늘 나는 유방초음파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갔는데 거기서 밀리의 서재로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었다. 책 내용 중에 어떤 이가 ‘모두가 죽는다’는 클리셰를 자신의 인생문장으로 상정하고 자신에게 남은 날을 역순으로 계산해서 잘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죽음이 목전에 있기까지 우리는 누구도 이 클리셰의 의미를 절대 깨달을 수 없을 것 같다. 죽은 다음의 삶은 죽어봐야만 알 수 있다. 내가 나한테 남은 날 수를 계산기로 계산해보니 17115일이 남았다.(9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어쨌든 끝은 나는 것이다. 내가 계산기를 두들기며 나에게 남은 날 수를 계산하고 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희경이가 외친다.
“산 날 보다 많아.”
이때까지 산 날 보다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의 햇수가 더 많다는 것이다. 좀 아득했다. 사실 예전부터 생각해 왔는데 나는 너무 오래 살기는 싫다. 적당히 살다 죽고 싶다. 내가 예상해 보건데 나는 비로소 인생이 살만해 졌을 때 저 세상으로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걸 미리미리 방지하기 위해서 미리미리 행복해 놔야겠다. 살만한 기간들을 더 늘려야 겠다. (나의 글이 갓 담근 생김치처럼 맛있고 시원했으면 좋겠다.)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했나? 심각할 꺼 없잖아? 그냥 떼우고 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지금 방금 깨달았다. 글은 쓰면 쓴다. 자신의 상태가 깨달을 만큼 깨달은 포화상태라면 꼭 글을 써 보시길 권장드린다. 조금 상한 음식을 먹는 것이 약간 습관처럼 돼서 걱정이다. 어제 안 먹었던 고추장찌개가 오늘 약간 시큼했는데 아까워서 그냥 먹었다.
옷! 그래도 어제 미리 조금 써 놓은 것까지 해서 1정 정도를 다 채웠고 거기에 조금 더 쓰고 있다. 쓰면 쓴다. 이게 진리다. 매일 글을 쓰고 여동생 희경이에게 보여주며 피드백을 듣는데 희경이가 칭찬을 많이 해 준다. 이것이 나에게 글을 쓰는 강한 동기가 된다. 소소한 일상이나마 글로 나누고 이것이 브런치에서 출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나는 그림책과 에세이 두 분야에서 글을 쓰는 작가의 꿈을 올해 내로 꼭 이루고 싶다. 가난할수록 상한 음식을 아까워하지 말고 잘 버려야 한다. 약간 시큼한 고추장찌개를 버려 버렸다. 속이 시원하다. 잘 버리기만 해도 삶의 질이 확 올라간다.
‘버릴까 말까 할때는 버려라!’
공지영 작가는 자신의 책에서 음식을 남긴다고 아이들을 야단치는 어른에게 ‘음식보다 내 배가 더 아까운 것’이라는 교훈을 남긴다. 내일은 또 무엇을 갖고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쓰면 쓴다는 진리를 깨달았으니 나의 글쓰기는 계속된다! 이번 주에 기분 좋은 포인트가 생겼다. 우리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회사에 다니고 있는 희경이가 8월 15일에는 회사에 안 가도 된다는 것. 나는 아프신 엄마 아빠 두 분을 모시고 있는데 희경이가 출근하러 아침에 나가 버리면 하루가 얼마나 긴지. 내가 부자가 되면 돈으로 희경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살 것이다. 희경이 직장은 퇴사하고 둘이 같이 부모님을 돌보며 글을 쓰고 대화할 것이다. 희경이는 글에 재능이 있어서 글을 쓰는 것이 본인과 사회 모두에 좋을 것 같다. 지금 우리 가족은 먹고 살기가 급급해서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지금 생각이 난 건데, 작가나 작가의 생활이 궁금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걸로 내 글의 효용가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