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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식단

by 홍정주

항암식단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흔히 말하는 건강식단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 건강식단은 뭔가? 이런 거 겠지.

1.붉은 육류보다 하얀 육류 먹기(소고기, 돼지고기보다 닭고기와 오리고기)

2.고기는 지방보다 살코기 위주로 먹기(예를 들어 삼겹살 보다 앞다리살)

3.굽거나 볶거나 튀기는 것 보다 쪄 먹거나 삶아 먹기(기름을 이용하기보다 물을 이용한 조리법으로 조리해서 먹기)

4.생선 많이 먹기

5.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기

6.물을 많이 먹기

7.가공식품 많이 먹지 않기

기타등등

그럼 우리 유방암 말기이신 엄마의 식단은 어떻게 되어가는가?

1.하얀 육류는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하얀 육류보다 붉은 육류를 많이 드신다. 특히 집 근처에 외식할데가 없어서 매주 토요일 마다 하나있는 고기집에 가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드신다.

2.고기는 잘 먹지 않지만 드시면 기름이 많은 부위를 드시곤 한다.

3.기름을 이용한 요리를 많이 드신다.

4.생선은 불편한 가스렌지와 렌지 후드 때문에 거의 먹지 못한다.

5.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드시지는 못하신다.

6.물도 많이 드시지 않으신다.

7.가공 식품을 많이 드시는 편이다.

생각해 보니 엄마께서 건강식단과 반대의 식생활을 하고 계신다. 안타깝지만 음식을 조리하기가 너무 힘들고 물가도 비싼 환경에 있다보니 자주 라면을 끓여 먹거나 빵에 간단히 잼을 발라서 드시는 걸로 끼니를 떼우시곤 한다. 사실 건강 식단이 뭔가. 굶어 죽지만 않으면 된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꼭 부엌이 편하고 물가가 싼 곳으로 이사를 가서 엄마에게 매 끼니 항암식단을 차려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항암식단은 덜 자극적이고 유순한 것 같다. 이 집 전에 살던 집은 항암식단을 마음 껏 할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 다시 식생활이 힘들지 않은 환경으로 가고 싶다. 나는 돈과 정성이 많이 드는 음식 만들기 대신, 거의 아무 노력이 들지 않는 긍정적이고 좋은 말들로 어머니를 다독여 드리고 있다. 그 말들에는 이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나 이제 엄마에 대해서 조금 알 것 같아요. 엄마 빨리 돌아가시면 안 돼요 저랑 같이 오래 오래 사셔야 해요. '

사실 적절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 만큼 건강에 좋은 건 없을 것 같다. 이건 예전에 내가 활동보조인으로 일했을 때, 내가 맡은 장애인 아동의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것이다. 내가 몸이 약하고 시름시름 아프다고 아동의 어머니께 말하니까 그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정주씨, 음식을 맛있게 먹는게 제일 중요해요."

또 어떤 다른 장애인 아동의 활동보조인으로 일할 때 그 아동의 어머니께서는 나한테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한 끼는 과일로 먹어요. 스트레스 받으면서 밥 차려 먹는 것보다 생각보다 괜찮더라구요. "

엄마는 우리의 평생 요리사 셨다. 이제는 나와 여동생이 엄마의 평생 요리사가 되어 드리고 싶다. 이제 입이 아닌 손과 발로 엄마에게 효도하고 싶다. 어머니 제가 항암식단 평생 해드릴테니 오래 오래 사세요!

(식생활에 대해서 살펴보다 보니 나 자신의 식생활이 엉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야식이다. 오늘 야식을 먹지 않기 위해서 저녁을 먹고 밤 9시쯤 반끼(한 끼의 절반정도)를 먹었더니 야식에 대한 욕구가 줄어 든 것 같다. 앞으로 저녁먹고 반끼를 더 먹어야겠다. 그리고 항암식단에 관해 생각한 건데 이사에 상관없이 불편한 환경에서도 비교적 쉽고 몸에 좋은 요리를 할 수 있는 도구를 갖춰서 당장 해 드려야겠다. 생선찜기나 하나 살까?찜기 검색을 한 번 해 봐야지. 당장 있는 여분의 전기밥솥 설명서 부터 살펴봐야 겠다. 새벽 2시다 야식도 안 먹고 신선한 글 한 편 완성했다!!)손쉽게 뭘 자주 만들어먹었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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