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0)

by 홍정주

자신감을 갖자. 지금 내 상태에서는 쓰기만 하면 좋은 글이 나온다고 믿고. 요 며칠 새 글쓰는 게 엉망이 됐다. 한 3일 전부터 글이 제대로 안 써진다. 지금부터 잘 하면 되겠지? 오늘 월급쟁이 부자들 싸이트에서 무료 강의를 들었다. 내 집 마련의 기초에 대한 내용이었다. 우리 가족은 집이 없다. 좋은 내 집을 갖고 싶다. 내일이 엄마 모시고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가는 날인데 만약 내가 전날과 전전날 글을 잘 썼더라면 지금 좀 짧게 써도 가책이 덜 들겠지만 3일 전부터 글이 엉망이 됐기 때문에 오늘은 좀 잘 써야 나도 희망이 보인다. 그리고 참 어제 브런치에서 발행도 제대로 못했다. 내 스스로 정한 마감 기한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발행을 못 한 것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어제도 걷지 않고 그제도 걷지 않았고 우두커니 있었더니 오늘을 뛰어야 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완벽보단 완료다. 내가 옛날에 생각해낸 말이 있었다. 완료를 하면 그 완료가 완벽에 가 닿는다고 말이다. 오늘도 완료를 해 봐야겠다. 그러면 그 완료가 나 대신 뒷 일을 책임져 줄 것이다. 나는 000 000 0000에 살고 있다. 나는 살면서 집 때문에 힘든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 집에 오면서 아 세상에 이렇게 살기 힘든 집도 있구나 하고 알게 됐다. 내가 나이가 43세인데 우리 가족이 이렇게 어렵게 살게 된 것은 내 탓도 있다. 나의 아버지는 선택에 기로에 설 때마다 우리 가족 모두를 어렵게 만드는 선택들을 하셨다. 그런데 사실 나도 나이가 43살이나 됐으면 부모님 탓할 나이는 지난 것 같다. 오히려 나이가 너무 많은 성인이 돼서까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을 부모님께 죄송스러워 해야 하는 것 같다.

나는 서현고등학교를 나왔는데 거기 있는 친구들은 사회에서 한 자리씩을 잡았다. 교사, 판사, 의사... 친구들 모두 공부를 참 잘했다. 부끄럽지만 나는 졸업 할 때 서현고등학교 이과반에서 꼴찌를 했었다. 그 많던 친구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걸까? 그것도 궁금하다. 나를 스쳐 지나간 인연들이 다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지. 서현고에서 만난 친구들은 개인주의자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된다.

야식으로 간단히 치즈와 우유를 먹었다. 글을 쓰다 보니 컨디션이 회복됐다. 역시 쓰면 쓴다. 야호! 한 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어야 겠다. 오늘 월급쟁이 부자들 싸이트에서 너나위 님의 무료 강의를 듣고 과제를 했다. 자기가 살고 싶은 집에 대해서 조사를 해 오라는 것이었다. 내가 어딜 적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감히 판교를 적었다. 51평인데 역세권이라 가격이 비쌌다. 집값은 50억에 육박하고 글쎄, 전세가 22억이란다. 집의 내부 사진을 보았다. 그런데 집이 완전 호텔 같잖아? 사진을 보던 나와 내 여동생의 입이 떡 벌어지며 이런 집에서 사는 사람은 기분이 어떨거 같으냐를 추측해 보기도 했다. 내 여동생 희경이가 큰돈을 벌면 이자 돈으로 먹고 사는게 아니라 이런 집을 하나 사서 거기서 살면서 일을 계속 하는게 낫나?라고 했다. 내가 어떤 드라마 광고를 보다가 거기 대사 중에

“좋은 집을 사야 돼.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집에 들어오면 왠만한 일은 다 해결이 되거든.”

이라고 나오는 부분이 있었다. 집은 정말 중요하다!

너나위님의 강의를 복기해 보자.

집을 사는 것도 쇼핑의 일종인데 왜 사람들은 일반적인 물건을 살 때처럼 가격비교도 하지 않고 집을 살까?라는 의문 에서부터 시작, 네이버 부동산에서 부동산 가격, 학군, 실거래가 보는 법 등을 강의 했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갑자기 주제를 바꿔서 좀 그렇긴 한데 오늘도 등잔 밑이 어두운 날이었다. 희경이에게 저녁을 차려주는 둥 마는 둥 해서 희경이가 저녁을 대강 먹었더니 볼일 보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간편하게 먹을 거리가 있었는데 생각을 못했다. 아, 나도 좋은 환경에서 잘 차려 먹고 싶다.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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