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기적이다
환희
아까 내가 고통이 나의 근간이 된다고 했지만 내 삶에 고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글을 쓰며 내게 올 환희의 순간들을 음미해보기도 했다. 솔직히 나도 내 삶이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진심이 내 글로 누군가에 가닿는 것, 마음이 마음으로 전달되는 것, 그것이 나에겐 아직 오지 않은 환희의 순간일 것이다.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기적이다.
쓰면서 알게 되었다.
작가들이 정말 위대하다는 것, 쓴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는 것. 나도 반드시 써서 그들의 마음에 가닿아야겠다는 것. 써 보니 쓴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들인지를 느꼈다. 쓸수록 써야겠다. 정말 써야겠다. 무조건. 글이 글을 낳는다.
재능
에세이를 쓴 지 3일째 됐는데 첫날에 비해 글 쓸 소재가 많이 줄었다. 이럴 때는 나의 그림책을 소재로 이야기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내 팔자가 보통 사람에 비해서는 좀 쌔도 작가로는 참 좋은 팔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에 들어갈 글을 쓰는 것인데, 쓰는 게 너무 재미있다. 만약 이 에세이집이 끝끝내 나오지 못하더라도, 나는 다른 많은 사람들이 걸어갔던 에세이라는 길을 가 보았고 사람들의 재능에 감탄하는 법을 알았으니(사실 그 감탄하는 재능이 재능 중 으뜸 아닌가) 실망하지 않는다. 실망하지 않는다는 것은 또 얼마나 큰 재능인가! 그 재능이 무엇이든 자기의 조그마한 재능에 감사하고 그것에 순응하며 부드러운 마음으로 사는 게 참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작품 중 이상한 집이라는 책이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에 전세로 이사 오기 전에는, 나는 집이 다 거기서 거긴 줄 알았다. 그러니까 집은 다 비슷한 것인 줄로만 알았다. 웬만큼 잘 사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웬걸, 이렇게 살기 힘든 집은 생전 처음 겪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