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정리

8월 셋째 주 독서정리

by 광호

8월 셋째 주 독서정리


1. 야스다 고이치, 김현욱 옮김, 『거리로 나온 넷우익』, 후마니타스, 2013

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를 일삼고 있는 재특회(재일 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시민 모임)의 주요 주장은 이렇다. 언론은 편향되었다. 진실을 말하는 건 인터넷뿐이다. 피해자나 유족, 사회적 약자에게 과도한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 자국민에 우선해 혜택을 받는 가짜 난민, 외국인은 추방되어야 한다. 다른 나라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으려면 강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유사시 무력 사용은 물론 핵무장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주장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다 우익 네티즌의 의견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인용되기 시작한다. 힘을 얻은 이들은 거리로 나서 차별과 혐오 발언을 일삼는다. 경찰은 이들의 시위를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들어 보호한다. 시위를 방해했다가는 집시법 위반이나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차별을 반대하기 위한 행동은 동일한 폭력으로 치부된다. 차별, 혐오 발언은 이렇게 언론에 노출되며 지속적으로 발언권을 얻는다. 한국의 모습과 상당 부분 겹친다.

2. 이일하, 『카운터스』, 21세기북스, 2016
일본을 보면 우리나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재특회의 시위를 막기 위해 도로 위에 드러눕는 한 남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재특회의 시위 현장마다 나타나 시위를 방해한다. 경찰은 재특회의 시위를 보호하기 위해 그를 제지하지만 굴하지 않는다. 경찰들을 매달고도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집으로 썩 꺼지라고, 들어가서 다시는 나오지 말라고 소리친다. 헤이트 스피치를 저지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오토코구미(남자조직)의 대장 다카하시의 모습이다.

그는 우익이지만 차별 앞에 좌우는 없다며 재특회의 시위를 막기 위해 거리로 나선 전직 야쿠자다. 다카하시를 중심으로 모인 이들은 폭력도 불사한다. 혐오발언을 주도하는 재특회 회장 사쿠라이 마코토를 때려잡으려고 경찰 저지선을 뚫고 들어갔다가 체포된 전적도 있다.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순수하고, 평화롭고, 점잖아야 한다는 편견을 정면으로 깨부순다.

오토코구미의 폭력은 오직 헤이트 스피치에 반대하기 위해서만 사용된다. 하지만 폭력은 실정법에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혐오 발언을 하는 쪽이나 폭력을 쓰는 쪽이나 똑같다는 식의 야유나 비난을 감수해야만 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나라에도 적용되고 있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그들은 차별 발언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쏟아지는 차별, 혐오발언을 속수무책으로 듣고 있어야만 하는 사람이 지금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5일 영화로도 개봉, 2016년 2월 29일 <일본의 또 다른 얼굴, 카운터스 행동대> 라는 제목으로 MBC다큐 스페셜에도 방영되었다.

3. 릿터 편집부, 『Littor 13호』, 민음사, 2018.8/9
이번 호 커버 스토리는 여성-서사다. 첫 꼭지 '플래시픽션'은 한국 고전 작품을 여성 입장에서 재구성, 재서술하고 있다. 이슈, 에세이 꼭지도 좋은 글들이 많다. 김지은의 「빨간 모자 소녀가 온다」에서는 아동 문학에서 부모님의 주의를 지키지 않아 위험에 빠지는 여성 주인공의 이야기가 일종의 피해자 유책주의임을 지적한다. 남성 주인공의 경우 적을 무찌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여성 주인공은 위험에 빠진 후 타인에 의해 구출된다. 어른 말씀 잘 들어라, 위험한 곳에 함부로 가지 마라 같은 교훈을 남기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아동에게 본인의 책임과 잘못을 내면화하게 하는 효과는 사회 전반에 적용된다. 피해자답지 않아서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 에라이.


조연정 문학평론가의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2018년 한국 문학의 여성 서사가 놓인 자리」도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것 같아 좋았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각성된 독자들에게 『82년생 김지영』의 이러한 인기는 의아할 수 있지만 지금 시대의 독자들은 소설을 통해 자신과 다른 개인의 삶을 읽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대변되지 못했던 '자기의 삶'을 읽고 싶어한다. 타인의 내면이나 자의식에 관한 것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로서의 메시지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처음 제시되었던 평면적 캐릭터, 보고서 같은 서술 방식 등의 문제점들은 미학의 결여가 아닌 새로운 미학의 조건으로 격상된다."

『82년생 김지영』은 미학성이 부족하다는 비판. 일부 동의했다. 그럼에도 70만 부 이상이 팔렸다. 그 이유를 탐구하는 과정을 따라가며 사회의 변화를 읽는다.『82년생 김지영』이 페미니즘 기류에 편승했다던가, 마케팅이라던가 하는 말이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접근인 이유 또한.

4. 상황주의자 인터네셔널 & 스트라스부르대학교 총학생회, 민유기 옮김,『비참한 대학 생활』, 책세상, 2016

짧은 책임에도 프랑스의 문화나 당시 시대상을 잘 모르기에 읽기 힘들었다. '스펙타클'이 주요 내용으로 언급되고 있기에 이해를 위해선 『스펙타클의 사회』를 읽어봐야 할 듯. 이 책도 해제를 먼저 읽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대학생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 교육기관들은 하급, 중급 간부쯤 되는 노동자를 키워내는 공장으로 전락했다는 것, 독립을 지향하지만 흉내만 내고 있을 뿐 시스템에 순순히 편입되었다는 것 등에 격하게 공감한다. 모든 게 자유로워 보이지만 어떤 것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아빠가 책 제목 보더니 '넌 그럼 뭐하러 대학 다니냐'하셨다. 등록금 안 주신다 할까봐 '아 그런 책이 아니고요...'얼버무렸다. 근데 빨간 책 맞아요.


5. 유채림, 『매력만점 철거농성장』, 실천문학사, 2012
용산참사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 홍대의 칼국수집 두리반은 철거 위기에 처한다. 안종려 사장은 철판을 뜯어내고 들어가 농성을 시작한다. 그의 남편 유채림 또한 얼떨결에(?) 두리반으로 다시 들어왔으나 어쩔 줄 몰라한다. 그러다 동료 작가의 "작가는 어떻게 싸우죠?" 하는 물음에 '작가의 방식'으로 투쟁을 시작한다. 그건 끊임없는 글쓰기와 투고다. 아이러니하게도 두리반은 홍대 인디밴드들이 투쟁에 합류하면서 사람이 끊이지 않는 공연장이자 놀이터이자 철거농성장이 된다. 사람이 필요했던 철거농성장과, 공연할 곳을 찾던 인디밴드들의 필요가 맞아떨어지는 동시에 독립과 자립이라는 인디밴드의 가치관 등이 일치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책에서 다큐를 찍겠다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게 영화 『파티51』이다. 두리반에서 공연하던 아티스트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당시 활동했던 주요 뮤지선으론 밤섬해적단, 이랑, 야마가타 트윅스터, 하헌진, 회기동 단편선 등이 있다. 무명에 가깝던 그들이 농성장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동료 뮤지션과 교류하며 쌓아 올린 내적 성장은 음악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랑은 '신의 놀이'로 2017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를 수상, 단편선과 선원들은 2015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음반 상을 수상하였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교류할 수 있는 대안 공간의 필요성을 느낀다. 두리반이 원래 있던 곳은 철거되었지만 건설사와 합의를 통해 이사 후 영업을 재개했다. 철거농성장의 상징과 같아서 비슷한 이슈가 있을 때 모임 장소로도 쓰인다. 궁중족발 사건때는 후원낭독회가 있었다. 두리반이 승리해서 정말 다행이다. 두리반은 사막의 우물. 희망이 되었다. 밤섬해적단의 말을 빌리자면 두리반도 "자본에 당당하게 편입"되어 더 이상 인디밴드들이 돈 없이 갈 수는 없게 되었지만.

6. 주진형, 『경제, 알아야 바꾼다』, 메디치, 2017
분량이 좀 있지만 대담집이라 술술 읽힌다. 청문회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모습에 매력을 느껴 충동구매. 경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을 공략한다. 하나 요약하자면 이런 거.

"국민연금을 이야기할 때 흔히들 수십 년 후 돈이 고갈될 거라고 걱정하는데 이는 잘못된 시각입니다. 원래 국민연금은 세대 간 사회적 부양제도입니다. 그러니 꼭 미리 쌓아놓은 돈으로만 지급할 이유가 없지요. 지금은 설계를 그렇게 했으니 미리 돈을 쌓았을 뿐이고요. 예를 들어 독일도 진즉에 쌓아놓은 돈이 고갈된 후 그때그때 젊은 세대가 낸 돈으로 노인을 부양하는 체제로 아무런 문제없이 전환했습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거예요.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제도가 원래 목적대로 노인 빈곤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9장 연금 中 일부)

7. 톰 니콜스, 정혜윤 옮김, 『건문가와 강적들』, 오르마, 2017
전문가의 사망과 ㅈ문가의 탄생.

P1040807.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8월 첫째 주 독서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