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 외 8인 지음, 김도현 외 4인 엮음,『땀 흘리는 소설』,창비교육
『땀 흘리는 소설』은 네 명의 고등학교 교사가 '엮은' 책입니다.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은 지은이가 따로 있습니다. 왜일까요. 작가도 아닌 선생님들이 소설을 찾고, 선정하고, 작가들에게 작품 수록을 부탁하는 고생을 한 걸까요. 그건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학교 교육의 목표'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일을 하는데도 학교에서 '일'을 가르치지 않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그래서 이 세 명의 선생님들이 노동소설을 모아 책을 만듭니다. 70~80년대 노동소설이 아닌 동시대의 소설들을 모아서 말이지요. 그래서일까요. 술술 잘 읽힙니다. 하지만 재미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일'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궁금하시죠? 간단히 몇 편 소개해드릴게요.
1. 일다운 일이 뭔가요? : 김혜진, 「어비」
'나'는 100평이 넘는 창고에서 책을 발송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항상 '제대로 취업'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이런 일은 돈이 없어서' '잠시만 하는' 거라며 '일다운 일'을 찾는 인물입니다. 그러다 어비를 만납니다. 어비는 말수가 적고, 남들과 거의 말을 나누지 않지만 창고에서 기르는 개의 밥그릇을 씻어줄 정도로 성실히 일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비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억지로 말을 시키거나 무안을 주기 일쑤입니다. 그러다 '나'는 어비를 인터넷 방송에서 발견합니다. 흔히 말하는 '먹방' BJ로 돈을 벌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런 걸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놀라워하는 한편 불쾌한 감정을 느끼죠.
일이라는 게 무엇일까요. 책을 찾아 발송하고, 생활용품을 쌓아 둔 창고에서 일하는 건 진짜 노동이고, 먹방으로 돈을 버는 건 가짜 노동일까요? 누구보다 성실히 일하던 어비가 BJ가 된 걸 변절이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요. 그보다 '일다운 일'은 무엇이고 '제대로 된 일'은 무엇일까요. 조금 더 나은 일을 찾기 위해 퇴근 후 학원을 다니고, 시험을 보는 청년들이 지금 당장 하고 있는 '일'은 어떤 의미일까요. 혹시 '일다운 일'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해야만 하는 청년들이 '어비'가 아닌, 이 시대에 불쾌함을 느낀 건 아닐까요.
2. 노동에도 윤리가 있나요? : 김세희, 「가만한 날들」
「가만한 날들」은 노동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 블로그에 업체 광고를 개인의 포스팅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올리는 일을 합니다. 처음에는 국문과라는 전공과도 잘 맞는 것 같고, 적성에도 잘 맞는듯해 퇴근 시간 이후에도 글을 올릴 정도로 열심입니다. 어느 날 쪽지 하나가 옵니다. '나'가 올린 글 중에 가습기 살균제 광고 글이 있었던 것이지요. 해당 제품을 사용한 뒤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글을 보고 걱정되어 연락해온 겁니다. 게다가 네이스가 블로그의 알고리즘을 변경하면서 다니던 회사마저 하루아침에 망하고 맙니다.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상사의 지시에 의해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행위가 사회적으로,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운 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한다는 당위는 알고 있으나 내가 그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개인의 선택으로, 책임으로 떠맡길 뿐입니다. '나'는 블로그를 삭제해버리고 스스로를 정당화하지만 상처는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의 윤리와 책임에 대해 가르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잘못이기도 합니다.
3.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인가요? : 서유미, 「저건 사람도 아니다」
「저건 사람도 아니다」는 여성의 노동을 다룹니다. '나'는 퇴근 후에도 쉬지 못합니다.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는 '화장 좀 하고 다녀'라는 핀잔을 듣습니다. 일도 잘하고 애도 잘 키우고 자기 관리도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입니다. '나'의 말처럼 정말 '사람 같지도 않은 것들'이나 가능한 일이죠.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요? '나'는 우연히 로봇 가사도우미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말 그대로 '완벽한' 사이보그가 존재했던 것이지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노동은 여러 문제에 부딪힙니다. 임신을 하게 된다면 경력 단절을 걱정해야 하고, 출산을 한 후에도 육아의 책임이 여성에게 더 많이 부과됩니다. 실제로 여성의 출근시간이 남성보다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여성이 육아와 가사노동을 위해 다른 조건을 포기하더라도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가사노동과 회사일을 모두 해내는 '완벽함'을 요구하는 것이지요. 마치 로봇처럼 말입니다.
왜 노동을 가르치지 않는 걸까요?
우린 대학을 가기 위해 초중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도 분명 계실 겁니다. 하지만 설명을 위해 일반화의 오류를 무릅쓰겠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렇게 대학에 왔습니다. 그랬더니 취직을 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하지만 우린 왜 일을 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습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가 어떤 의미인지 깊게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우리 중 대부분이 일을 할 거라는 걸, 노동자가 될 거라는 걸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고 나서야 우리 사회의 '노동'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깨닫습니다.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달라 당황하기도 하고, 참다 참다 일을 그만두기도 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왜 일이 무엇인지, 일의 가치가 무엇인지 가르치지 않는 걸까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월급 155만 원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의 존재가, 1차 회식비만 못하다는 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잠깐 시간을 내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노동은, 우리의 존재는 언제든 빼고 넣을 수 있는 부품이 되기 위한 게 아니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