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정리

12월 첫째 주 독서정리

by 광호

1. 김대성,『대피소의 문학』, 갈무리, 2019

나의 감정을 나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순간이 속수무책으로 몰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땐 방에 가서 숨는다. 그리곤 무언가를 읽는다. 글 속에서 단어나 문장을 만난다. 제법 반가운 친구도 있지만, 나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불편한 친구도 있다. 어느 쪽이든 대면하게 되는 순간 이전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 그 시간들은 조금씩 쌓인다. 그 속에서 나는 분명 조금씩 변화한다. 그러나 책 밖으로 나오면 그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과정이 어떤 쓸모가 있는지 되묻게 된다. 그러나 '쓸모'라는 것이 '돈이 되냐'라는 걸 묻는 게 아니라면, 문학은 분명 쓸모 있었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나는 문학이라는 구조요청 속에 분명 자진해서 들어갔고, 그 속에서 구조받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도움을 구하는 이가 먼저 돕는다(p.15)'면 나 또한 같은 방식으로 누군가의 구조에 응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물질적인 도움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문학 혹은 이야기라는 것은 인간이 대면할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적인 문제를 '전유'하고 '공유'(p.58)는 오래된 방식 중 하나이므로.

+ 김애란의 「물속 골리앗」의 결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이 책에서 실마리를 얻어간다. 구조요청을 위해 고공에 올라야 했던 그 목소리만이 희망으로 남아 다른 구조요청에 응답하게 되는 것. 김애란을 다시 읽자.


2. 한형식,『마르크스 철학 연습』, 오월의봄, 2019

세상을 알 수 있어야 세상을 바꾸려는 인간의 의식적 개입이 정당할 수 있다.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삶을 바꾸려는 것은 주제넘은 정도가 아니라 재앙을 초래하는 폭력(p.104)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난 눈감고 귀 막은 채 사람으로 꽉 찬 출근길 환승통로에서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고 있던 셈이 되는데.


3. 가타다 다마미 지음, 홍성민 옮김,『너와 있으면 나만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갈매나무, 2019

제목만 보고 골랐는데 내가 찾던 내용은 아니었다. 뒤적뒤적 휙.


4. 변지영,『내 감정을 읽는 시간』, 더퀘스트, 2019

소설 같은 문체라 술술 읽힌다. 어떻게 보면 영화 리뷰에 가깝고, 어떻게 보면 철학이나 심리학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어떤 꼭지 혹은 어떤 인물의 이야기가 본인에게 트리거로 작동하는가를 생각하면서 읽으면 좋을 듯하다. 다만 영화의 줄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며 요약, 설명하는 방식의 구조가 반복되다 보니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이에 맞는 실수를 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차근차근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해나가는 정상적인 발달과정(p.181)이 부족했던지라 뒤늦게나마 내 감정을 읽으려 해 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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