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포랑코 베라르디 비포,『프레카리아티를 위한 랩소디』, 난장, 2013
핵심은 불안정이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파트타이머든 그들의 일은 취약하고 불확실한 것이 되어버렸다. 김선기의 『청년팔이 사회』에서도 청년들의 현실을 이야기하며 '단기 계약직, 비정규직과 같은 고용의 취약성으로 대체(p.147)'된 것을 언급한다. 이 불안정함은 사회적 연대를 상상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 <기생충>에서의 기택 가족을 떠올려보자. 생존이라는 사회의 명령 앞에서 연대는 사치다. '불우이웃'이라며 연대를 청하는 목소리에도 '나는 불우이웃 아니야'라며 연대를 거부한다. 서로의 처지가 드러나자 머리를 내려치고, 복숭아 알레르기를 유발시키고, 뇌진탕으로 사망하자 지하실에 감금한다. 가정부와 기사의 일자리를 뺏기 위해 벌인 연기는 차라리 젠틀해 보인다. 이렇게 '범죄는 탈규제화된 상황 속에서 경쟁에 이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p.101)가 된다.
'불안'이 낙오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한다고 간주할 수 있다면, 『20대 남자』의 마이너리티 정체성 집단이 형성되는 조건 또한 일부 설명이 가능하다. 기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 이상 의식적인 관심을 위한 시간이 없기에 정보처리와 의사 결정은 점점 자동화될 필요가 있다(p.80).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에 미리 답을 내려놓는 것이다. 페미니즘=불공정=반대.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개별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맥락과 배경을 모두 따져봐야 하는데 먹고살기 위해선 떽데구루루 굴러가는 속도를 따라야만 하므로 그런 작업은 뒤로 미뤄진다. 혹은 영원히 보류된다. 그리고 그 추락의 공포에서 젠더와 시스템에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바로 20대 남성이다. 경쟁에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태어난 세대. 공정에 대한 도전은 가치에 대한 훼손이자 본인 정체성에 대한 훼손이므로 단순히 반페미니즘이나 공정성에 예민한 세대만으로 해석하는 것 또한 온당치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20대 남자' 현상은 분명 존재하고, 한 번 형성된 신념 혹은 정체성은 쉽게 변화하지 않으며, 그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은 오히려 그들 스스로를 '투사'로 생각하고 뭉치게 한다는 점에서 더 정교한 분석과 이해가 필요하다. 이는 [2] 혹은 내 삶에서 계속.
1.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심철민 옮김,『공산당 선언』, 도서출판b, 2018
나의 노동이 자본을 증식하는 데에만 기여하지 않으며, 지배계급의 이익에 복무하지 않기를.
2. 천관율, 정한율,『20대 남자』, 시사IN북, 2019
'지금 시대는 여성 차별보다 남성 차별이 더 심각하다'는 문장에 100%가 동의(p.93)한 남성 마이너리티 정체성 집단. 페미니즘 관련 질문에 -12점이라는 극단 값을 보여준 약 25%의 20대 남자들. 그들에 관한 통계와 분석. '20대 남자' 현상을 분석하려 시도한 많은 기사들 중 가장 객관적인 방법론을 통해 접근하려 했던 시도가 아닌가 싶다. 기사를 접했더라도 책으로 읽을만한 장점이 있다. 웹에서 스크롤을 내리는 것과 달리 책장을 넘겨가며 그래프를 살펴볼 수 있고, 호흡을 정리해가며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기사 발행 이후 제기되었던 문제(표본이나 집계 방식 등)에 대한 반론도 들어볼 수 있다. 물론 어떤 조사방법을 취했더라도 비슷한 문제제기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3. 텍스트릿 엮음, 『비주류 선언』, 요다, 2019
비주류(非주류) 혹은(B주류)라는 편견 속에서 장르 혹은 서브컬처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왔던 저자들의 비평집. 장르가 자체적으로 독자적 미학의 계보를 쌓아가고 있으며 이미 주류가 되었음(Be주류)을 선언한다. 장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에는 도움이 되었으나 내 얕은 관심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킬만한 내용은 없었다. 장르에 대한 나의 부족한 애정 때문인가.
4. 김선기, 『청년팔이 사회』, 오월의봄, 2019
세대론을 논하는 자들의 대부분은 그 세대에 속하지 않는다. 청년을 호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청년이 아니다. 청년을 위한다고 하지만(그것이 진심일지라도) 청년이라는 세대 속의 다양성을 은폐한다는 점에서 세대론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청년의 기본값이 20대, 4년제, 수도권, 대학생이 되면서 이외의 청년들이 밀려나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0대, 지방, 고졸 청년을 호명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마치 어떤 기준에 미달된 것처럼 규정된다는 점에서 또다시 문제로 남는다. N포 세대라는 말 또한 그 항목에 미달한 청년들에게 규범을 강제하는 효과를 낳는다.
6. 아마미야 가린 지음, 김미정 옮김,『프레카리아트, 21세기 불안정한 청춘의 노동』, 미지북스, 2011
프레카리아트 인터뷰집. [5]가 비교적 이론에 비중을 두었다면 이 책은 현장의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잘 읽힌다. 출간된지는 조금 지났지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일본의 모습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