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은 왜 최근작으로는 수업을 안 하지. 내 관심사는 이미 지난 작품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작품들에 있는데. 부모님 또한 새파란 청년이었거나 혹은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을 무렵의 작품들을 억지로 읽고 있으면 이게 대체 무슨 쓸모가 있나 하는 그런... 아무튼 지루해 죽을 지경이었다. 『무진기행』이나『무정』같은 작품은 하도 언급되니깐 읽었을 때 실제 읽었을 때 감정은 어렴풋해지고 교수님 혹은 교재가 말하는 소리로 대체된다. 이건 이래서 좋고, 이래서 좋고. 흠. 진짜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그러다 혼자 내린 결론. 아 교수님들 바쁘셔서 요즘 작품을 못 읽는구나. 새로 나온 텍스트 읽고 분석하는 게 쉽진 않겠지. 그래서 한 번 해본(예전) 작품들 가지고 수업하는구나.
더 이상 남은 수업은 없다. 사실상 졸업이다. 입학할 때는 '가사랑 문학이랑 연관이 있을 거다!'는 생각으로 들어왔는데 문학의 세계는 너무나 깊고 넓었다. 학부가 끝날 무렵쯤 되자 내가 몰라도 너무 몰랐고 배운 건 내가 배워야 할 게 얼마나 더 많이 남았는지였는데 남은 것까지 싹싹 긁어먹고 싶은 욕망을 채우기엔 주머니가 텅텅 비었으므로 학부에서 끝. 이제는 기타를 배우는 중이다. 레슨 선생님이 '이 곡 알아요?' 하면서 몇 곡 연주해주는데 아는 게 없다. 비틀즈거나 건즈 앤 로지스도 아티스트 이름이나 유명한 곡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제목은 모른다 했더니 그러면 안된다 했다. 어쩐지 문학시간으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나는 동시대성을 중요시 여긴다. 최근에 발표된 작품들이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지금 활동하고 있고, 내가 라이브를 들으러 갈 수 있는 밴드를 선호한다. 그래도 숙제를 내줬으니 들어는 봐야지. 한 곡만 듣는 건 아티스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깐 앨범은 통째로. 아 귀찮아. 이걸 대체 왜 카피해봐야 된다는 거야. 그렇게 듣기 시작해서 하루 종일 유튜브 속으로. 비틀즈의 노래를 들으며 한심했던 과거의 나에게 꿀밤을 먹였다. 명곡은 명곡인 이유가 있고 고전은 고전인 이유가 있다. 물론 그게 영원하거나 완벽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꼭꼭 씹고 넘어가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것. 그게 문학이든 음악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