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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호 Feb 06. 2020

우리는 이 허공을 지나야만 한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4집「Walking On empty」 리뷰

  ‘뭐야? 이거 갤럭시 익스프레스 노래 맞아?’


    4집 「Walking On empty」를 처음 들었을 때 든 생각. 포장마차에 들러 돼지 껍데기에 우동 하나 시켜놓고 소주 한 잔 마실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정갈한 한정식이 나온 기분이랄까. 콰콰광 하고 다 때려 부술 줄 알았는데 너무 세련됐다. 뭐 이것도 나쁜 건 아니지만 자극적인 맛을 한껏 기대해선지, 괜히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mp3로 녹음해서 스무 곡 짜리 앨범을 만들던 때( 「wild days」(2집))의 거친 맛을 찾아 온 건데. 그렇게 내 플레이 리스트에서 지워진 비운의 앨범, 「Walking On empty」.


    어느덧 나도 ‘나이를 먹고 조금씩 어른이 되어[1]’ 버렸나. 4집의 깊은 맛을 알아버렸다. 공간계가 섞인 기타 리프와 함께 고음역대의 보컬을 담당하는 박종현과, 퍼즈 혹은 디스트를 잔뜩 먹인 이주현의 베이스와 거친 중저음의 목소리. 이 모든 걸 묵묵히 뒷받침 해주는 김희권의 드럼 소리까지. 거기에 얹어진 ‘이 순간’과 ‘지금’을 소중히 생각하고 즐기자는 가사까지. 이전처럼 빠르고 강력하진 않지만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달라진 게 없다. 잘 생각해보면 이들은 큰 소리로 소리치되, 서정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던가. 다만 그 비중이 조금 높아졌을 뿐이다.


    그럼에게도 갤익의 노래가 달리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면 그건 갤익의 거친 맛에 빠져 있었다는 걸 반증한다. 4집 앨범은 이전 앨범에 비해 높은 퀄리티로 녹음되었다[2]. KT&G 상상마당 춘천 라이브 스튜디오에서 세계적인 엔지니어 아드리안 홀(Adrian Hall)과 이성문 프로듀서도 함께했다. 사람, 장비, 시간이 모두 갖춰졌기에 평소보다는 덜 자극적이지만 씹다보면 감칠맛이 나는 앨범이 탄생했다. 


    갤익은 잘못[3]을 딛고 성장했다. 주변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더 이상 혼자는 싫’고 ‘시간을 돌리고 싶다[4]’고 말한다. 동시에 ‘난 돌아갈 수는 없[5]’다며 시간을 역행하는 일의 불가능에 대해 말한다. 역설이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것은 현재 어떤 후회할만한 일이 있다는 걸 전제로 한다. 그 감정 앞에 솔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걸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을 인지한다. ‘지금을 느’끼고, ‘네 맘을 보[6]’이는 것. 갤익이 이전에 말했던 것처럼 ‘진짜 너’를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성장의 시작이다. 


    음악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기타가 리듬을 치며 만드는 짧은 그루브 위에 베이스가 반복되는 리프를 쌓는다. 쫀득한 베이스 톤. 찹쌀떡도 그 베이스 앞에서는 흐느적대고 만다. 이주현은 베이스로도 코드를 잡고 친다. 기타가 둘인 셈이다. 그 위에 다시 한 번 얹어지는 와우 많이 먹인 기타 리프가 곡을 장악한다. 마치 기타가 노래를 하는 것 같다. ‘와오오오우~ 와우와우~ 우와우우우’. 그러니깐 갤익은 투 기타에 보컬이 셋인 셈이다. 그들을 따라다니는 ‘3인조에서 나올 수 없는 사운드’라는 댓글 혹은 평가는 다 이유가 있다. 


    노래 하나 듣고 뭐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 라고 생각했다면 <Booster (바람이 분다)>를 들어봐라. 가사가 많지 않은 곡임에도 곡이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다. 박자에 고개를 맞춰 흔들다보면 어느 새 마지막 곡까지 들을 수밖에 없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을 것이다. 그럼 ‘새카만 어둠’과 ‘노란 하늘’ 같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 사이에서도 빛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은 음악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깐 이 앨범은 성장통 같은 앨범이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통로. 하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텅 빈 허공 같은 것 말이다.



「Walking On empty」앨범 커버_Yes24 화면 갈무리


앨범명 : 「Walking On empty」

아티스트 : 갤럭시 익스프레스

발매일 : 2016.08.06.

발매사 : 포크라노스

기획사 : 주식회사 러브락

곡 순서 :


날 내버려둬

시간은 간다

이제야 알았어

순간을 위해

아무 생각 없이

Booster (바람이 분다)

불 타 올라

환청

다시

허공 속으로


<각주>


(1) 갤럭시 익스프레스, 「Walking On empty」 4번 트랙 <순간을 위해> 가사 중 일부

(2) 물론 이전 앨범들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어차피 디스토션과 오버드라이브 같은 이펙터들은 원음을 찌그러트려 소리를 내는 것 아닌가

(3) 보컬 이주현은 대마를 재배해 피운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4) 3번 트랙 <이제야 알았어> 가사 중 일부

(5) 9번 트랙 <다시> 가사 중 일부

(6) 8번 트랙 <환청> 가사 중 일부

(7) 10번 트랙 <허공 속으로> 가사 중 일부




<참고자료 및 출처>


1) 앨범아트 이미지 : 예스24, URL : http://www.yes24.com/Product/Goods/29254543, 검색일 2020.02.06.


2) 이경준, 「갤럭시 익스프레스: 밴드하는 재미를 다시 발견했다」, DiffSound, 

URL :

https://diffsound.com/%EA%B0%A4%EB%9F%AD%EC%8B%9C-%EC%9D%B5%EC%8A%A4%ED%94%84%EB%A0%88%EC%8A%A4-%EB%B0%B4%EB%93%9C%EB%A5%BC-%ED%95%98%EB%8A%94-%EC%9E%AC%EB%AF%B8%EB%A5%BC-%EB%8B%A4%EC%8B%9C-%EB%B0%9C%EA%B2%AC%ED%96%88/, 2015.08.14., 검색일 2020.02.06.


3) 최은영, 「‘갤럭시 익스프레스’ 이주현, ‘대마흡연’ 실형 면했다」, 이데일리, 2013.08.29., 

URL :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390726602912240&mediaCodeNo=258 , 검색일 : 20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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