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정리

2월 첫째 주 독서정리

by 광호

1.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숨』, 엘리, 2019

'아니 물리적으로 이게 진짜 가능?' 하느라 내용을 못 따라감


2.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허블, 2020

과학 기술이 발달한 미래라는 시간적 배경과 관계없이 내면에 대한 질문은 그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또는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집중하게 되는 소설이다. 각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는 왜 이렇게 살았지?', '세상은 왜 이렇지?' ,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와 같이 자신 혹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에 대한 질문을 공통적으로 갖는다. 그 질문은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로 돌아온다.


인간이 아닌 외계 생명체와도 동등한 관계를 형성하려 하는 인물(「스펙트럼」 : 심지어 언어조차 달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음에도 그렇다. 하지만 우리가 반려동물들과 언어가 같기 때문에 교감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차별과 배제, 위계의 세상에 대한 질문을 던져놓고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가는 인물(「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서구/백인/혼인 등을 정상으로 여기는 사회의 편견에서 강요되는 선택 자체를 비웃기라도 하듯 자신만의 세계로 진입하는 인물(「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등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인물들은 모두 여성이라는 점 또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3. 『2019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2019

블라인드 심사로 뽑힌 수상자 7인 전원 여성.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다 좋다. 등단 10년 이상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다는데. 자신이 만들어내는 인물과 세계가 한 곳에 머무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더 단단하고 더 예민한 작품을 고민했을 세월이 느껴지는 소설들이다. 만만치 않다.


「파묘」에서는 인물들을 누군과의 관계(누구의 엄마, 사촌, 형부 등등)로 부르는 게 아니라 인물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주는 점이 좋았다. 내가 읽은 게 맞다면 황정은의 「파묘」는 할아버지의 묘를 파내는 하루를 둘러싼 인물들의 다양한 반응을 통해 과거에 전통이었던 것들이 시대와 성별, 그가 속한 사회, 경제력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을 보여주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금희의 「마지막 이기성」에서는 「조중균씨의 세계」가 함께 '혁명'을 떠올리게 했다. 고전적인 혁명의 방식이 현재에도 유효한가에 대한 의문, 계급성이나 당위에 기댄 연대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이기성은 동양철학사 사전 답사에서 일본인 조교의 실수 혹은 고의로 도쿄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이후 이기성은 '유학생 혹은 유키코 같은 재일 코리언, 더 나아가 도쿄라는 외국인들의 문제(p.241)'라며 유키코에게 연대를 요청한다. 유키코는 항의서를 함께 작성했고 몇 사람에 의해 촉발된 시위는 큰 반향을 일으킨다. 동시에 그 이유로 인해 인원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이기성은 혼자 남는다. 이때 유키코는 캠퍼스에 배추를 심는다. 이기성의 피켓에는 관심을 주지 않던 사람들이 캠퍼스에 생긴 배추밭에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결국 조사위원회가 꾸려진다. 조교는 자신이 안내하긴 했지만 '레이시스트'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이기성은 학교의 중재를 받아들인다.


"나는 가끔 모르겠어. 사람들이 뭘 아름답다고 느끼고 뭘 혐오스러워하는지. 그런 건 어쩌면 영영 모르게 되는 걸까."는 유키코의 말처럼 어떤 시공간에서는 '배추밭'이 가장 아름다울 수 있으며, 그 시공간을 공유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상징 같은 게 될 수도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려면 우선 마음을 움직여야 할 테고. 그러려면 날카로운 논리나 이성보단 배추밭이 낫겠지.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나는 여기다 배추를 심는 편이 너가 그렇게 멍청이처럼 서 있는 오전보다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해.(p253)"


윤성희의 「어느 밤」을 비롯한 다른 수상작들 모두 할 말을 잃을 정도로 예쁜 소설이라 단평조차 생략.


4. 『소설 보다 : 2019 가을』, 문학과 지성사, 2019

강화길의 「음복」과 황정은의 「파묘」는 닮은 구석이 있다. 전통적인 가족 제도 혹은 여성에 대한 서사를 이야기하지만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한다던가, 포커스를 두는 곳을 바꿔 새롭게 만든다. 얇고 가벼운 책은 어디서든 꺼내 보기 좋고 들고 다니기도 좋다. 계절별로 나오니 빨리 읽어놔야 할 것 같은 강박도 들고, 어차피 4배 하면 한 권으로 나올 때와 별 차이 없을 텐데 괜히 싼 거 같아 매번 사게 된다. 표지는 항상 이해가 불가능하지만 페이지수와 판형, 출간 시기를 조절은 최소한 내겐 탁월한 전략이었다.


5. 혐규, 『혐규만화』, 흔, 2019

낮은 자존감은 낮은 자존감에 좋습니다. 상처 받으면 자존감이 떨어지잖아요? 근데 이미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괜찮아요. 그럴 거 같아서 이미 낮은 자존감을 장착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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