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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호 May 09. 2020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운전

억압된 과거가 오늘의 나를 흔들지 못하도록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집착하거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지점이 있지 않나요? 


저는 운전이 그랬습니다. 저는 지금도 운전면허가 없습니다. 운전을 하는 상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불안해집니다. 지인의 차를 타고 갈 때도 신호를 잘 지키는지, 뒤에 차가 기다리고 있지 않은지, 규정속도를 지나치게 넘기거나 느리게 가지 않는지를 계속해서 신경 씁니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신경이 쓰여서 피곤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보통은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나이가 있으신 아버지께서 장시간 운전하시는 모습이 안쓰러워 면허를 따 보려고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필기시험을 보려고 책도 샀죠. 운전면허 응시 전 교통안전교육 날짜도 잡았습니다. 근데 그때부터 짜증이 밀려오더군요.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 필기시험에 합격한다 해도 도로 위에서 운전을 할 수 없을 텐데? 하고 말입니다.


왜 저는 운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압박감으로 느끼는 걸까요.


제가 가진 강박적 사고와 완벽주의 경향에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규칙이나 통제, 매뉴얼을 따르는 게 편합니다. 반면 도로 위는 통제되지 않은 위협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느껴집니다. 보복운전, 로드 레이지에 관련된 영상을 보면 심장이 쿵쾅대는대도 몇 시간씩 쳐다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겁니다. 차선을 지키지 않고 마구잡이로 끼어들거나, 역주행을 하거나, 클락션을 울리는 행위에 불편함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까지 합니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는 거죠. 0 or 1, All or nothing. 이분법적 사고입니다. 


운전을 하기 싫다는 기저에는


나는 완벽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완벽하지 않다.

도로 위에는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도로 위는 나의 완벽함을 위협하는 존재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타인을 통제할 수 없다.

도로 위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

운전을 하는 건 두렵다.

운전은 나에게 맞지 않다. 


이렇게 사고하게 됩니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운전대를 잡고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 두려움이 들기 때문이죠. 


운전 공포증을 드라이빙 포비아(Driving phobia)라고도 부르는 걸 보면 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는 단지 운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저의 인간관계나 사회적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겁니다. 우울과 강박적 사고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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