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된 과거가 오늘의 나를 흔들지 못하도록
불편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제게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이죠. 나름 친하게 지냈던 시절도 있습니다. 그러나 친해졌다고 느낄 무렵 그 사람을 밀어내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왜일까요.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었습니다. 주변에 괜찮은 친구들도 제법 있는 것 같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말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사회가 요구가 아닌 자신의 가치관을 실행에 옮기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에 가까운 사람 같았습니다. 자기의 신념이 있으면서도 능력 있고 자신감 있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 말이죠.
반면 저는 부족한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그 사람 주변에 있으면 발가벗겨진 거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의 모순과 괴리를 모두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 수치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스스로를 의식하게 되어 말도 행동도 어색해졌습니다. 스스로를 '말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그 사람이 내 모든 생각을 알고 있을까요? 그 사람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었을까요? 아닐 겁니다. 그 사람도 분명 실수도 하고 부족한 점도 있는 사람일 겁니다. 저라는 사람의 부정적 면모만 부각해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객관성도 논리성도 부족한 저의 왜곡된 생각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누군가가 불편하게 느끼는 원인은 바로 저에게 있었습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내가 보이고 싶은 사람으로 이상화했던 겁니다.
이상적인 자아와 실제의 자아의 괴리 사이에서 타인을 투사했던 거죠.
이제는 저도, 다른 사람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