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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호 May 09. 2020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 집, 가족

억압된 과거가 오늘의 나를 흔들지 못하도록

저는 고독을 즐기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고립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 균형을 맞추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약속을 최소한으로 하되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인연에 소홀해지지는 않아야 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의 내면세계를 이해해야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동력이 생깁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라는 말은 저에게 잘 맞지 않습니다. 그냥 하고 있으면 왜 그냥 해야 하는지 자꾸만 의문이 듭니다. 하기 싫은 일이라 해도 그게 왜 하기 싫은 일인지, 그럼에도 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스스로 납득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집에 있는 시간을 즐깁니다. 며칠 전에도 책을 읽으며, 유튜브를 보며 저의 성격을 탐구하고 있었습니다. 굉장히 몰입해 있었죠. 근데 그때 아버지께서 집에 들어오셨습니다. 저는 인사를 했고 아버지께서는 저의 우울증을 알고 계시기에 '힘내라'라고 말씀하셨죠. 근데 그때 기분이 다시 하강하기 시작했습니다. 별 일 아닌데도 가슴이 답답하고 아버지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머리로는 대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아직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거겠죠. 결국 저는 집을 안정적인 공간으로 느끼지 못합니다. 혼자 있을 때는 괜찮지만 가족이 있으면 불안해합니다. 그렇다고 독립을 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못하니 저에겐 안정적인 공간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힘들고 불안할 때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나 공간이 있어야 하고, 그게 집과 가족에게 기대되는 역할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반대인 거죠. 집과 가족에게서 불안감을 느낍니다. 심리적 안정기지기 없다는 건 조금 슬픈 일입니다.


그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다루기도 했지만 조금 더 탐구해보기로 했습니다. 오늘의 제가 느끼는 감정에는 분명 억압된 무언가가 작동하고 있을 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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