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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호 Aug 29. 2020

INFJ라는 사실에 위로받을 정도로

INFJ라는 사실에 위로받을 정도로

인생은 혼자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이런 생각들에 갇혀 있었다. 

이제는 얼굴만 간신히 남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다. 


그러다 MBTI를 접했다. 지인들이 유행이라며 재미삼아 해보라고 했다. INFJ(인프제)가 나왔다. 신뢰할만한 결과인지 확인하기 위해 몇 번을 다시 검사해봤지만 항상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랬구나. 인정했다. 그리곤  INFJ에 대한 설명과 밈, 유튜버, 블로그, 카페 등을 샅샅이 훑었다. 


세상에 유독 예민해 힘들게 살아가는, 상처 받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많이 있었다. 

지독한 외로움을 겪은 사람이 나 말고도 있다는 사실에 위로받았다.


실제로 만나지도 않았고, 댓글을 달지도, 글을 쓰지도 않았다.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힘들었던 나날들이 만들어낸 응어리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나 외로웠던 거다. 


수많은 고민과 생각들을 반복했다.

찐득거리는 발을 간신히 떼어내는 데에도 식은땀이 흘렀다. 그 발이 다시 달라붙을 걸 알면서도 다음 발을 내딛는 나날이었다.

그런 삶이 모두 무가치하고, 쓸모없는 일이었을지 모른다, 잘못 살아왔다는 생각에 아주 천천히 잠겨가고 있을 때 


"틀리지 않았어. 나도 같은 생각을 해봤어. 너와 같은 삶을 살았어"


하며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이제는 조금 덜 외로워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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