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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호 Jun 09. 2021

보험 계약 전 나를 아는 것부터


  “사람들과의 관계가 불편한 이유가 내 안에 있는 건 아닐까”


  최근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재정립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이전부터 이어진 관계들에 불편함 혹은 혼란스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나는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우선시 여겼고, 그런 방식은 건강하지 못한 인간관계로 이어지기도 했다. 삶의 많은 부분을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할애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당연히 그런 관계의 끝은 대체로 좋지 못했다. 여러 차례의 실패를 거듭한 후에야 성숙한 관계를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있어야 함을 뒤늦게 깨달았다. 


  보험 계약도 하나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보자. 물론 인간관계는 우연히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그 만남이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거나, 인연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 사람과의 관계는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를, 스스로를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은 인간관계와 달리 계약 후에는 밀당이 어렵다. 특약을 추가, 해지하는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본질적인 부분에서의 변화가 필요한 경우에는 손해를 보고 해지하는 방법밖에 없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관계에서 휘둘리지 않듯, 내게 필요한 보험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의 보장을 필요로 하는지, 가족력은 어떻게 되는지, 내가 부담할 수 있는 적정 보험료는 얼마인지를 알아야 보험과의 건강한 관계도 만들 수 있다.


  보험을 가입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나는 지금 어떤 보험이 필요한가? 내가 주도적으로 보험이라는 상품을 구매하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 혹은 보험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의해 끌려가고 있는 건 아닌가?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계약은 불편하거나 불공정한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6월 8일 금감원이 ‘종신보험은 사회초년생의 목돈 마련에 적합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종신보험 관련 소비자경보 주의를 내린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금감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종신보험 불완전판매 관련 민원 중 10대, 20대의 비중이 약 40%에 달할 정도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즉, 일부 모집인들이 본인의 사회적 위치가 정립되지 않았고, 계약을 많이 맺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사회초년생들에게 종신보험을 목돈 마련을 위한 저축성 보험처럼 안내해 판매했다는 것이다. 물론 종신보험은 피보험자의 사망 시 유족에게 보장되는 보험이므로 이러한 목적에 적합한 보험이라고 보기 어려운데, 관련 규정에 따른 시험을 치르고 자격을 취득한 보험설계사가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한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다.


  그렇다고 종신보험이 나쁜 보험이라거나,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보험 권유가 모두 부적절한 행위라는 말은 아니다. 보험설계사는 직업윤리상 고객에게 적절한 보험을 권유하고 설계해야 하는 것처럼 가입자가 또한 계약에 앞서 본인의 상황과 필요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배가 고플 때, 아플 때 각종 서비스를 요청하고, 가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다. 내가 배가 고프다는 것, 몸이 아파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본인이 알고 행동에 옮기기 때문이다. 보험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내가 필요한 보험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고 알아본 뒤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가 웃으며 윈윈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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