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인터뷰
A씨의 나이는 29세. 약 2년 전 자신의 우울과 불안이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A씨는 정신과를 찾아 다면적 인성검사를 받은 뒤 한 알에서 반알 정도의 약을 처방받았다. 주치의는 한 두 달 만에 가벼운 우울증이었다며 더 이상 내원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A씨의 삶은 그대로였다. 죄책감과 자책, 불안에 시달리다 모두와의 연락을 끊고, 밥 먹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하지만 죽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아야겠다며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제 마음을 알아가는 중이에요
제가 저를 속이면서 살아왔더라고요
A씨는 자신의 삶이 파편화되어 있는 거 같다는 생각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고 했다. 본인을 '물'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물이 그릇에 따라 모양이 바뀌듯 어떤 사람과 있느냐에 따라 자신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본인의 일기장이나 글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일기장에서 자신도 모르고 있던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며 글을 쓰는 습관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한참 인터뷰를 진행하던 A씨는 갑자기 마음이 너무 힘들다며 잠시 쉬는 시간을 요청했다. 인터뷰를 중단한 A씨는 창 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손바닥을 문지르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한숨을 쉬며 실내를 걸어 다니더니 "더 이상은 안 되겠다"며 "오늘은 인터뷰를 여기까지만 해야겠다"는 중단 의사를 밝혔다. 다른 사람에게 꺼내놓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한 번에 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우리는 다음 인터뷰 약속을 잡고 A씨의 집을 나섰다. 뒤를 돌아보니 A씨는 책상에 앉아 자신이 쓴 글들을 다시 읽고 있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있는 듯했다. A씨가 과거를 돌아보는 작업이 부디 잘 마무리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