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팔, 푸드 스타트업 창업 실패 후 배운 것들
2020년 2월부터 5월까지 일곱 난쟁이 양조장 창업의 시작과 실패까지 모든 과정을 기록한 글을 올렸었죠.
사업을 중단하고 집 앞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내는 어느 날 <나도 작가다> 공모전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공모전의 주제가 실패더군요. 그래서 지난 글들에서 말하지 않은 실패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이 글에 담아볼까 합니다. 흔하디 흔한 창업 실패 이야기지만, 모쪼록 재밌게 읽어주시길 :)
#1 실패 후 나에게 남은 건 맛집 리스트
올해 5월 양조장 창업을 실패하고 여러 사람을 만났다. 이 글을 쓰며 내가 그동안 뵈었던 분들을 천천히 돌아보니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었다. 첫 번째로 만났던 분들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이었고 두 번째로 술은 소주를 마셨다. 20대 젊은 청년의 실패 이야기는 어른들에게 좋은 소주 안주가 될 수 있다. 내가 평소에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되거나 소주를 즐길 인생 술집을 찾고 싶다면 한 번쯤 실패를 권한다. 실패하고 술자리에 가면 내 이야기가 주인공이 되는 재미난 경험을 할 수 있다. 모두가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웃고, 울고, 공감해준다. 그리고 대려가 주신 술집들이 대부분 어른들의 사연과 희로애락이 담겨있는 자신만의 인생 술집이더라. 실패 후 남은 게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맛집 리스트라는 게 웃기기도 하지만 이거라도 남은 게 어디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혹시라도 이 글이 나도 작가다 사연에 올라간다면,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어른들의 인생 술집 리스트 BEST 5를 정리해서 공개하겠다.)
#2 실패의 과정 속에 배움이 있다.
양조장 창업을 준비하며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를 만났다. 사업자금을 확보하고, 부동산을 구하고,
믿을 수 있는 디자인 파트너를 구하고, 제품을 생산할 기계 설비를 찾아보는 모든 과정이
어느 순간 내 인생에 필요한 경험 자산이 되어있더라.
양조장 창업을 위해 퇴사를 선택해야 했고,
넷플릭스 조직문화 책을 보며 좋은 퇴사 방법을 공부하고 배웠다.
양조장 창업을 위해 자금을 마련해야 했고,
사업계획서를 잘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다음으로 만든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발표를 잘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 공부했고 9천만 원의 사업자금을 만들었다.
양조장 창업을 위해 부동산을 구해야 했고,
군산지역 상권을 분석하고 직접 발품을 팔아 부동산을 알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실패에도 배움이 있다.
실패에도 쓸모가 있다.
다만, 여러분은 적게 실패하고 많이 성공하길 바란다.
#3 실패는 인생에 좋은 예방주사가 된다.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의 모습은 제 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
행복과 불행을 성공과 실패로 바꾸면 꽤나 그럴듯한 말이 된다. 모든 실패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그리고 우린 실패 후 찾아오는 불행을 두려워한다. 나도 그랬다. 멋지게 창업하고 멋진 성공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장의 벽은 내 생각보다 높았고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실패가 두려웠다. 실패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난 불행해질까 걱정했다. 하지만 내 실패 후 내게 찾아온 것은 불행이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격려와 위로 그리고 늦은 저녁 맛있는 안주와 소주 한 잔이 찾아왔고 실패를 통해 배운 경험과 어른들의 맛집 리스트가 남았다.
실패도 해보니 꽤나 견딜만했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좋은 예방주사가 되었다.
나를 포함해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실패가 부끄러워 도전을 포기하기보다
도전을 포기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