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카페창업 시 매출이 올라가는 메뉴판의 디테일
나는 모 외식기업에서 브랜딩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내가 회사에 합류한지는 7개월 정도 되었고
내가 합류하기 전까지 우리 회사는 원래 푸드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가 아니었다. 처음은 물류와 유통사업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오다가, 코로나 시국에 부실화된 몇몇 F&B 브랜드를 인수하게 되었고 내가 회사에 팀원으로 합류한 시점엔 벌써 3개의 브랜드를 인수한 후였다. (그리고 코로나가 터졌지. ㅠ_ㅠ)
우리 회사가 브랜드를 인수하고 하는 일은 부실화된 브랜드나 경영상에 이유로 관리가 소홀해진 브랜드를 인수 후 리브랜딩 및 서비스 개선을 통해 다시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탈바꿈시키는 일을 한다.
일을 하다 보면 느끼지만, 사실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에 있던 브랜드를 다시 잘되는 브랜드로 바꾸는 일이 훨씬 더 어렵다고 느낀다.
(백종원 선생님이 골목식당에서 보여주는 솔루션을 매일매일 고민하고 실행해야 하기 때문.)
부실화된 F&B 브랜드 인수 후 우리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님이 말했던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 와이프랑 자식 빼고 다 바꿔'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인수한 브랜드가 다시 고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많은 것들을 수정하고 바꿨다. 내가 했던 브랜드 리브랜딩 이야기를 주변에 카페와 식당 창업을 준비하는 지인에게 말해줬더니 내 리브랜딩 이야기가 너무 재밌고 실제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외식하는 남자 브런치 독자님들께도 알려주는 게 어떤지 제안을 받아 이렇게 퇴근 후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쓴다.
이번에 쓰는"식당, 카페 창업 전 꼭 알아두면 좋은 장사에 디테일" 시리즈는 내가 직접 우리 브랜드에 시도해보고 결과까지 나온 객관적인 경험에 근거하여 글을 쓸 예정이다. 실제로 내가 우리 브랜드 매장에 적용해보고 테스트해보지 않은 일들은 절대 소개하지 않을 예정이니, 험난한 자영업자의 길을 준비하는 여러분은 꽃길만 걸으시며 고객들에게 돈쭐 나시길 바란다.
오늘은 메뉴판에 대한 일화를 소개해드릴까 한다. 브랜드를 인수하고 처음 매장에 방문했을 때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던 건 메뉴판이었고 가장 먼저 바꾸고 싶었다. 왜냐하면 메뉴판 전체를 새로 디자인할 필요도 없이 빠르게 작은 넛지만 넣어주면, 매장에서 가장 주력으로 판매하는 메뉴를 효과적으로 고객들에게 인지시키고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눈치가 빠른 분들은 벌써 눈치를 채셨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브랜드 매장에 방문했을 때도 인기 메뉴 표시나 신메뉴가 표시되어있지 않은 메뉴판들이 많았다. 정말 사소한 차이지만 메뉴판에 우리 매장에 인기 메뉴나 신메뉴를 표시해주면 아래와 같은 장점이 생긴다.
1. 고객들에게 쉽게 정보를 준다.
안 그래도 바쁜 홀직원들에게 고객들이 어떤 게 맛있어요? 어떤 게 새로 나왔어요? 등
직원에게 하나하나 물어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2. 쉽게 원하는 정보를 얻은 고객은 의사결정이 빨라진다.
가게에서 인기 있는 메뉴, 새로 나온 메뉴판 표시해두어도 고객에 주문속도가 달라진다.
3. 가게는 원하는 메뉴를 더 많이 판매할 수 있다.
매장을 운영하다 보면, 우리 매장에 주력 상품으로 밀고 싶은 메뉴가 생긴다.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고 싶은 메뉴 이름 위에 표시만 해두어도 매장에서 메뉴판을 보는 모든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구매유도를 할 수 있다.
(업체에 비용을 지급하고 우리 시그니처 메뉴를 홍보하는 푸시 메시지를 보내는 것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
마찬가지로 우리 브랜드에서도 적용해보았는데, 몇 일후 메뉴판에 BEST 표시를 수정해달라고 요청이 왔다.
왜냐하면.. 새롭게 BEST를 표시한 파스타 메뉴가 너무.. 너무.. 잘 팔려서..
도저히 주방에서 주문을 감당할 수 없어 매장에서 본사로 수정해달라고 급하게 전화가 온 것이다.
내 브런치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식당, 카페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메뉴판을 제작할 때 꼭 한 번 적용해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