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조언을 하십니까? 훈수를 두십니까? 멘토와 꼰대의 차이.
조언과 훈수 비슷하지만 다른 두 단어
당신은 조언과 훈수의 뜻을 아시나요? 네이버 국어사전 기준으로 조언은 '말을 거들거나 깨우쳐 주어서 도움이 되는 말'이고 훈수는 '바둑이나 장기따위를 둘 때에 구경하는 사람이 끼어들어 수를 가르쳐줌'이라고 나와있습니다. 결국 둘 다 옆에서 도와주는거 아니야? 응 아니야.
조언과 훈수는 내 기준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준을 두어야한다.
조언은 상대방이 필요하다고 요청할 때 해주는 것이 조언이다. 나 당신의 생각이 필요해요! 도와주세요!라고 깜빡이를 키고 들어온다면 조언이다. 하지만 도와달라는 깜빡이를 키지 않았는데, 내 멋대로 들어가고 본다면 그건 훈수다. 좋은 의도로 본인이 조언이라고 생각해도, 상대방의 동의가 없다면 쓸데없는 훈수가 될 수 있으니까상대방에게 기준을 두었으면 좋겠다. 조언과 훈수를 구분하고 말을 할 때와 안 할 때, 그리고 할 말과 안 할 말을 잘 구분해도 당신은 좋은사람이다. 또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조언의 타이밍을 잘 구분하는 것인데 뜬금없는 타이밍에 조언은 갑자기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고, 쓸데없는 훈수충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조언과 훈수를 구분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기본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가장 기본이 지키기 어렵다. 멘토와 꼰대의 차이도 어쩌면 이 조언과 훈수의 차이가 아닐까?
조언을 해주는 사람 : 멘토 (모르는 걸 가르쳐준다.)
이래라 저래라 훈수두는 사람 : 꼰대 (틀린걸 지적한다.)
훈수를 받으면 (상대방이) 화가 난다.
이해하지말고 외워라. 상대가 몹시 화가난다. 고속도로에서 앞에 깜빡이 안키고 갑자기 끼어들면 화가 나듯이 필요하지도 않는데 이래라 저래라 훈수를 두면 아마 부처님도 화낼꺼다. 하지만 훈수를 두는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난 도와줄려고 말한 건데 왜 화내지? 저 친구 좀 어이없네.'
훈수충들이 가장 많은 곳
'스포츠 그리고 게임'
그리고 온라인 속 세상.
과거 우리의 선조들은 바둑판 밑에 작은 구멍을 뚫어 훈수충들의 혀를 잘라서 담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과거에는 훈수를 두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같이 있어서 훈수충들에게 즉결심판이 가능했지만 요즘은 온라인 공간에서 덧글이나 채팅을 통해 익명성에 그늘에 숨어 스포츠선수들이나, 게이머들에게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훈수'를 두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전에는 사람의 온라인 속 모습이 가짜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오프라인에서 그 사람을 직접 보고 이야기했을 때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에는 반대인 것 같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온라인에서의 인성과 말이 그 사람의 숨겨진 진짜 모습이 아닐까?
'페이커선수의 눈물'
훈수는 쉽게 남을 아프게하는 악플이 된다.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과 페이커 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미드라이너로써 롤 월드컵에서 우승한 경력도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페이커선수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고 이번 시즌 부진한 성적을 보여줬습니다. 팀의 에이스에서 하루아침에 팬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선수가 된 것이죠. 초반에는 팬들이 채팅창으로 '훈수'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렇게 안했냐? 저렇게 안했냐? 그리고 이 훈수는 쉽게 악플이 됩니다. '봐봐 내가 하라는 대로 안하니까 지는거임 퇴물이네 페이커.' 왜 사람들은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무너져내리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더 즐길까요? 이런 모습만 보자면 순자가 주장한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라는 '성악설'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페이커 선수 슬럼프 잘 극복하고 다시 한 번 화려하게 부활해주세요! 응원합니다.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해서 타인의 의견이나 감정까지
무시하고 짓밟을 권리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네. 훈수를 두시는 분들의 이야기는 옳은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맞는 이야기를 하니까 훈수를 두시는 것이죠. 하지만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해서 타인의 의견이나 감정까지 무시하고 짓밟을 권리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상황을 배려하고 타인을 한 번 더 생각해주세요.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훈수를 두기보다, 상대방이 더 힘낼 수 있도록 따뜻한 조언 한마디를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칭찬은 평범한 사람을
특별한 사람으로 만드는
마법의 문장이다.
-막심 고리키-
'훈훈한 마무리를 위한 소설'
"훈수"
'박영감.. 내 다음주부터 병원 들어가니, 나가서 장기 한판 두세나'
별일 아니라는 듯이 김영감이 털어놨을 때, 박영감은 내심 가슴이 철렁했다. 회사를 나올 때만 해도 노인으로써의 삶이 이렇게 길고 지루할 줄은 몰랐다. 그나마 친구들이 없었다면 진작에 기운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더 아쉬운 것은 김영감은 어릴 적부터 함께한 죽마고우였던 점이다. 소일거리를 함께 해왔던 노인들이 한 두 사람씩 먼저 떠날 때, 김영감만큼은 자리를 지킬 것이라 박영감은 마음 한켠에 의지로 삼고 있었다. 병원에 들어간다는 말로 보아, 정정했던 김영감 마저 건강 때문에 일주일 뒤를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리라.
"순이가 보고 싶구먼"
"순이?"
"어 순이, 이 사람이 잊을게 따로 잊지.."
박영감이 무안하게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이름이다. 기억을 한참 해메고서야 어릴 적에 셋이서 같이 놀았던 것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똘똘했던 순이.. 장기를 배운답시고 둘이서 끙끙대고 있으면, 그 조그만 여자애가 와서는 여김없이 훈수를 두었다. 어느 쪽 편을 더 들어주었는지는 기억에 나지 않지만, 순이가 훈수를 둔 사람이 반드시 이겼던 것 만큼은 기억난다.
"평생 얘기 안하다가 얘기를 꺼내?"
"그냥.. 이렇게 둘만 장기를 둘라니까 적적한가베"
"무튼 걔가 어찌 됐더라?"
"몸이 약했다고 들었어.. 그래서 장기밖에 둘게 없어가지고.."
"그랬구먼"
"우리끼리 둘만 해지니.. 어찌 알고 훈수를 두러 안 오더만"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몰랐던 어릴적 친구의 비보를 듣고, 박영감은 잠시 묵념을 했다. 미안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빙시야 거따 두면 우야노?"
두 사람은 귀를 의심했다. 그도 그럴것이, 수십년 전과 하나도 바뀌지 않는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말도 안되는 일, 아니 분명 두 노인이 추억에 흠뻑 젖어 보게 된 환상이리라.
"박영감"
"왜"
"오늘은 내가 훈수를 받았으니 내가 이기겠구만"
"그려, 오길 잘했네"
-훈수 / 인터넷덧글-
(출처 : 구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