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를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다.
저는 공유주방 브랜드 위쿡에서 푸드메이커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위쿡 밋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유주방을 이용하는 푸드메이커분들의 성장을 위해 일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멤버분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프로그램인 스테디푸드클럽의 이야기를 오늘 여러분께 들려드리려 합니다.
여러분은 기획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가장 먼저 하시나요? 레퍼런스 찾기? 기획서 쓰기? 지난 프로젝트 뒤져보기? 혹은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게 기도하기(?) 등등등 해야 할 많은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저는 기획을 시작하기 전에 프로그램을 듣는 고객의 관점에서 필요한 기능을 정리하는 일을 가장 먼저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베이커리 운영자와 창업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면? 기획서 안에 어떤 기능이 있으면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창업을 준비하는 푸드메이커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잡고 필요한 기능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면 기획 초안이 완성되어있습니다.
이제 다음은 '필요한 기능'을 어떻게 찾느냐? 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데요.
저는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라는 모 기업 회장님의 말처럼 베이커리를 운영하시는 분들, 베이커리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을 만나고 실제 의견을 듣는 인터뷰부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기획자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니즈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이 시점부터 기획자의 생각과 고집을 과감하게 버리셔야 합니다.
인터뷰 전 제가 예상했던 답변은 제과, 제빵의 기술적인 이야기, 창업하는 방법, 베이커리 트렌드에 대한 답변을 예상했었는데요. 실제 인터뷰에선 제과, 제빵을 직업으로써 유지하는데 내 체력을 관리하는 방법, 같은 업종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받고 공감받고 싶다는 숨겨진 니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1.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본질적인 문제 해결)
2. 위쿡 밋업이 제시하는 해결책과 메세지를 고객이 한눈에 알 수 있는가? (고객의 언어로 이야기했는가?)
3. 고객의 의사, 요청, 반응, 설문 등 실제 니즈를 기반으로 만든 프로그램인가? (고객이 원하는 프로그램인가?)
위 질문은 단순히 위쿡 밋업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위쿡 밋업' 단어를 여러분이 기획하시는 프로그램 및 서비스 이름으로 대입해보세요.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안서를 제작하여 월간 베이커리에 제안했습니다. 전국의 베이커리를 돌아다니며 베이커리 사장님들, 많은 파티셰분들을 만난 기자님들과 협업한다면 정말 베이커리 푸드메이커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을 론칭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월간 베이커리 기자님들과 진행한 첫 미팅에서 스테디푸드클럽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배경을 설명드렸습니다. 베이커리를 꿈꾸는 많은 분들, 작은 주방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계시는 베이커분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의 고민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다행히 월간 베이커리에서도 스테디푸드클럽의 취지에 공감해주셨고, 베이커리 업계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주셨습니다. 월간 베이커리 편집장님이 직접 나서 클럽원들의 멘토가 될 수 있는 전국의 베이커분들을 소개해주시고, 스테디푸드클럽에 참가하신 클럽원분들의 멘토 역할로도 함께해주셨습니다.
(편집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베이커리를 운영하거나 창업 준비를 한다면 우리는 많은 선택지를 마주치게 될 텐데요. 문제는 이 고민들을 어디에 물어보고 답변을 받을 곳이 없었습니다. 또한 위쿡 내에서 진행했던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연사의 스토리를 듣는 것보다 내가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답변받는 시간이 참석자분들의 만족도가 더 높았습니다.
그래서 스테디푸드클럽은 '대담형' 밋업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연사의 스토리를 듣는 것이 아닌 연사에게 현장에서 질문하고 연사의 경험에서 나온 답변을 듣고
클럽원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모임이죠.
(탈무드에서 '아이에게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어라'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네. 장사에는 정답이 없었습니다. 스테디푸드클럽에 오신 오월의 종 정 웅 대표님, 오뗄두스 정홍연 셰프님, 어니언 강원재 셰프님 모두 베이커리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과 경험 그리고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눠주셨습니다.
(오신 연사님들 모두 베이커리 업계의 선배로써 이야기를 해주셨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오뗄두스의 정홍연 쉐프님과 월간 베이커리 윤남기 편집장님을 뵈었다. "해결이 안 될 일들은 인간사에 일어나지 않는다." 20개 정도 되는 질문들에 주신 답변은 다 이 말이 관통하고 있는 듯했다. 셰프님은 그걸 믿었고 그래서 문제를 해결했다.
셰프님께서 일찍 위쿡에 도착하셔서 A4용지를 부탁하시더니 3장 빼곡히 직접 레시피를 적어서 나눠주셨다. 이런 그의 손으로 만든 과자들은 맛이 없을 수가 없지.
열정이 다른 게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배우고 나누고 더 사랑하면 된다. 쉽게 생각하면 되는 일을 나는 왜 고민하고 있었나 싶다.
위쿡의 밋업은 허세가 없었다. 성공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보세요~가 아니었다. 같은 업계에 있는 선배-후배로서 위로와 조언을 얻는 자리였다. 취미로 베이킹을 조금 좋아하는 나에게도 이렇게 느껴졌는데 직업인 분들은 더 와 닿지 않았을까.
프로그램을 기획했지만, 사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건 위쿡이 아닌 참석해주신 클럽원분들과 함께해주신 연사님들입니다. 따로 부탁드리지 않아도 정성이 가득 담긴 레시피를 가져와주셨고 클럽원들을 위해 따뜻한 빵을 구워와 주셨으며, 질문 하나에도 10분, 20분 깊이 있는 답변을 해주신 그 마음까지. 반대로 내가 한 프로그램 기획이 오신 모든 분들의 마음을 충분히 담을 그릇이 되지 못한 것 같아 한 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밋업이 끝난 후에도 클럽원들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책들을 월간 베이커리 편집장님께서 시간을 내어
큐레이션 해주셨다. 어떻게 이 마음을 잊을 수 있을까?)
https://www.instagram.com/p/B7Ib2TGpK3q/
리치몬드 제과점 권형준 대표님과의 첫 인터뷰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덧 다음 모임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클럽원들께 재밌는 콘텐츠를 선물하기 위해 종로에 베이커리 직업전문학교도 찾아갔었는데요. 우연히 부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함께 갔던 매니저님과 스테디푸드클럽 콘텐츠 촬영을 위해 방문했다고 설명드리니 '아! 월간 베이커리와 함께하는 프로그램 맞으시죠?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실제 베이커리 업계에 계신 분들께도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행복했던 기억이 남습니다.
앞으로 스테디푸드클럽이란 이름으로 '베이커리', '식당', '카페' 등 다양한 주제로 클럽원분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각 주제에 대해 함께 만들어 갈 좋은 협업 제안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
아참! 스테디푸드클럽 베이커리편은 클래스101과 함께 재미있는 기획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좀 더 완벽해지면 여러분들께 꼭 소개해드릴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리치몬드 제과점 이야기는 1월 29일(수) 저녁 7시~9시
위쿡 송파지점에서 오픈될 예정입니다.
2020년 처음 스테디푸드클럽 클럽원 여러분을 뵐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네요. :)
2020.01.20
스테디푸드클럽 기획자 에디.
https://wecook.co.kr/program/detail?program_idx=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