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D의 식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영 Mar 20. 2017

쑥국, 도다리쑥국

쑥국이 먼저였다.

봄이 온다. 얼굴을 날카롭게 할퀴던 송곳 같은 바람이 무뎌진다. 바람뿐만 아니다. 햇살 또한 어제보다 한결 따사롭다. 음식 재료도 봄의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살짝 보인다. 무채색 들판에푸른 빛이 돈다. 쑥의 돋아남은 봄의 시작을 알린다. 육지에쑥이 돋아날 즈음 바다에는 도다리가 보인다. 찬 바다를 피해 먼 바다로 나갔던 도다리가 산란을 위해돌아온 것이다. 봄의 전령사 쑥과 도다리가 만나면 맛있는 국으로 변신한다. 

사실 도다리쑥국이라는 게 사실 별 거 없다. 쑥국은 예전부터 끓여먹던 봄철의 일상 반찬이었다. 된장을 풀고, 콩가루나 들깨가루를더하기도 했다. 여기에 조개, 굴 등 눈에 띄는 수산물을넣어 끓였던 국일 뿐이다. 도다리쑥국 또한 쑥국 요리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선도 좋은 도다리의 비늘을 벗기고, 토막 낸다. 육수도 별거 없이 쌀뜨물에 된장 조금 풀면 끝이다. 마늘 조금 넣고팔팔 끓이고 도다리를 넣는다. 도다리가 얼추 익으면 쑥을 쓱 넣고 먹는 아주 아주 간단한 음식이다. 별거 없는 음식이지만, 짧디짧은 봄에 잠시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에통영 사람들이 즐겨 먹었고, 그 맛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전국의 식객들이 봄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게하는 음식이 되었다. 

하우스 농업이 발달하기 전에는 봄이 와도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 어려웠다. 있는거라고는 저장한 배추나 무 정도였다. 겨울과 봄이 힘 겨루는 초봄. 바구니하나, 작은 칼 하나 들고 나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채소가 쑥이었다.겨우내 부족했던 비타민을 보충하기에 쑥만큼 좋은 게 그 당시는 없었다. 갓 올라온 쑥은보드랍다. 한 여름의 햇빛 받아 진한 향은 아니지만 여운이 길고 부드럽다. 쑥의 향의 주인공은 시네올이다. 유칼립투스나 허브에도 많이 있는방향성분이다. 시네올은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 쑥 사우나를할 때 심신이 편안해짐을 느끼는 것은 쑥 성분 중 시네올 때문이다.  

흰살생선인 도다리는 소화과정에서 인체에 필요한 아미노산이 되는 단백질이 풍부하다. 도다리의 수컷은 산란 준비를 위해 몸체에 암컷은 알에 비축한다. 산란을끝내면 도다리의 살은 푸석해진다. 일륜지 대사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봄이 지나 가을이 오기 전까지 도다리 맛이 푸석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여름철휴가지에서 도다리나 광어(양식은 상관없다)회를 먹는다는 것은1년 중 가장 맛없을 때, 가장 비싸게 먹는 거다. 파도 소리와 친한 사람과의 자리가 주는 맛도 있지만 실상은 가장 맛없을 때다.

도다리쑥국은 통영에서 먹어야 제맛을 볼 수 있겠지만, 서울에서는 다동의충무집에서 제대로 된 통영의 맛볼 수 있다. 충무집은 통영에서 매일 올라오는 수산물을 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도 저도 힘들다면 집에서 간단하게 끓일 수 있다. 꼭 도다리가아니어도 상관없다. 선도 좋은 흰살 생선이면 된다. 조기가될 수도 있고, 동태가 될 수도 있다. 아님 바지락 한 봉지만있어도 된다. 쌀뜨물에 된장 조금, 마늘 조금 넣고 끓이다생선만 넣으면 된다. 예전에는 꿩고기도 넣었다 하니 닭도 괜찮다. 시장에서보드라운 쑥을 사서 집에서도 충분히 봄을 맛볼 수 있다. 쑥을 구하기 힘들다면 냉이나 달래도 괜찮다. 충분히 쑥 대체재로 충분하거니와 실제로 충남 서천에서는 냉이와 물메기로 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먹어 봐야지 생각만 하다가는 때를 놓치기 십상이다. 찰나의 봄이지나가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위 글은 교직원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ktcunews.com/sub04/article.jsp?cid=19182

매거진의 이전글 통영의 제사음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